내 이름은 김신데렐라 초승달문고 21
고재은 지음, 윤지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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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리차가 싫어!><2학년 3반 이주희><내 이름은 김신데렐라><희철 선인장> 이 속에는 엄마인 내 모습이 담겨져 있다.
세상에 엄마처럼 제멋대로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엄마는 되지만 아이들은 안되는 엄마 맘대로의 법을 정해서 엄마의 기분에 따라 아이들은 우왕좌왕 갈 길을 잃는다.
아이들의 마음이나 개성보다는 엄마의 마음과 세상의 이목이 더 중요한 쓸데없는 법으로 아이들은 엄마의 뜻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만들어 놓은 잣대에 끼워맞추기 위해 아이들의 마음과 개성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가장 무서운 악법이다. 엄마라는 법은..

킹파워 딱지가 갖고 싶은 인섭이는 심부름값으로 받은 이천원을 들고 가다가 하얀 사람을 만난다. 이천원은 잃어버렸지만, 킹파워 딱지를 주운 인섭이는 너무 행복하다. 돈을 잃어버렸다고 잔소리를 들었지만 말이다. 킹파워 딱지가 옷과 함께 세탁기 속에서 빨아지기 전까지는 인섭이는 행복했지만, 하얀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믿어주지 않는 엄마의 회초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며칠 뒤 엄마는 하얀 사람을 만나 고기 대신 예쁜 블라우스를 들고 있었다. 

’2학년 3반 이주희’ 방과 물건 곳곳에 이름을 적어 놓는 주희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다. 열 시가 넘어서야 일을 끝내고 들어온 엄마는 낙서투성이 방에 화가 났지만, 주희의 마음을 이해할 여유가 없다. 연필과 매직을 빼앗긴 주희는 바람에 손끝으로 이름을 적는다. 피곤함에 자고 있는 엄마의 등에도 적어 본다. ’2학년 3반 이주희’

"이제 엄마는 아무 데도 못 가. 아빠처럼 도망 못가." (본문 51p)

"물건에 이름을 써 두면 잃어버리지 않는단다."
선생님이 분명 그렇게 말했으니까요.
(본문 53p)

바람에 적힌 주희의 이름이 집 나간 아빠의 등에 찰싹 붙었다. 주희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부모님은 주희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작은 바램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신데렐라를 알게 된 후부터 공주를 좋아하게 된 진우. 진우는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하고, 분홍색 마법천사 씽크 가방을 사고 싶어하지만, 엄마는 로봇이 그려진 남색 가방을 사주었고, 공주 그림을 그리지 못 하도록 한다. 학교에 입학하고 만나게 된 장유미는 진우와는 반대로 늠름한 왕자를 좋아하고, 로봇이 그려진 남색 가방을 메고 있다.

딸을 낳고 예쁘게 키우고 싶었던 나의 바램과 다르게, 덜렁대고 걸쭉한 목소리를 가진 딸아이. 그 모습이 못마땅했던 나는 진우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존중할 줄 아는 엄마이고 싶다는 바램을 갖게 한다.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희철이를 타박하는 엄마와 선생님 속에도 내가 있다. 점점 응어리가 쌓여 가시가 되어버리는 희철이는 공부에 짓눌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험기간이면 어김없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내 모습이 그 속에서 보인다.

아이들의 개성과 옳곧은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학교 성적이 내 아이를 판단하는 잣대는 아니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숫자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듯 아이들을 몰아세우는 나는 얼마나 모순덩어리인가?
학창시절 성적표와 나를 동일시하는 어른들의 눈초리가 싫어, 어른이 되면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다.
이제 내 아이가 나를 보면 꿈꿀 것이다. ’나는 어른이 되면, 성적표로 혼내는 엄마가 되지 않을테야..’ 라고...

책 속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아이들은 그들을 통해서 마음을 치유할 것이다.
그리고 모순된 어른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그 모습을 통해서 조금 나은 부모로서의 모습을 그려본다. 어린시절의 내 모습과 내 아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는 그렇게 마음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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