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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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하하하’ 나의 웃음소리에 딸아이는 나에게 달려온다. 무슨 재미있는 오락프로라도 보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책을 보면서 웃는 나를 조금은 이상하다는 듯 그렇게 재미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간다.
책을 펼치자마자 웃음부터 터트렸다. 가족 소개를 있는 그래도 맛깔나게 어쩌나 재미있게 썼던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웃긴 내용을 담은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는 중간중간 소리나게 웃어 제꼈다. 
다른 작가들처럼 글을 예쁘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집 아줌마가 하는 말처럼 툭툭 내뱉는 적어놓은 글귀가 재미났다.
그렇다고 글이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녀가 하는 삶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났을지도 모른다.
 
아! ’한비야’ 작가와 조금 닮은 구석이 있는 듯 하다. 독자들에게 애교섞인 투정을 부리는 듯한 글솜씨가 나를 또 책 속에 빠져들게 했다.

제목이 조금은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어를 금한다? 생선 중에서 가장 저렴하지만, DHA가 풍부하여 두뇌에도 좋은 이 생선을 왜 먹지 않는다는 걸까? 그 의문을 찾아서 나는 한장 두장 페이지를 넘긴다. 그녀의 삶을 엿보고 싶은 묘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녀는 독일에서 사는 뮌헨의 문화재 건물 전문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자 독일 남편의 부인이다. 십대 후반에 독일로 건너가 남편을 만나고 아이를 키우면서 지내온 시간들을 일기처럼 적어내려 간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자유]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세상의 이목으로부터, 세상의 선입견으로부터, 세상의 모순으로부터 그리고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여성이다.
자녀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듯 하면서 멋드러지게 자식 자랑하는 현명함을 가진 팔불출 엄마이기도 하다.

결혼 전, 나 역시 그녀와 같은 삶을 살겠노라고 꿈 꾸어본 적이 있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했던가? 돈에 쫓기고, 사회 통념에 쫓기다보니 나는 철저하게 사회가 원하는 비인간형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는 한국이니까’ 라고 조금 위안을 삼아보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본질적은 특성은 거기서 거기인게다.
독일 역시 사교육은 따로 시키지는 않지만, 교육에 열의를 보이는 나라이며, 돈 많은 부자들이 돈 자랑(?)을 늘어놓는 곳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혹여 방임, 방종일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산이다. 그녀는 아이들 교육을 스스로에게 맡기면서도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 왔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온다해도 지금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끼기에 ’NO’ 라고 얘기할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자신의 가족사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일거라 단정짓기에도 이르다.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 속에는 그녀의 모국, 즉 우리나라의 모순에 대한 질책이 담겨져 있다. 독일의 나치, 히틀러 등의 역사에 대해 늘어놓으면서 저자는 한국 정부가 혹은 한국 국민이 가지고 있어야 할 몇가지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빼 놓지 않았다.
독일과 한국은 분단이라는 공통점과 식민지국가와 통치국가라는 상반되는 부분도 있다. 그 다른점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독일이 숨기고 싶은 역사를 오히려 드러냄으로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교육 방침에 박수를 보낸 것처럼, 우리나라가 역시 역사를 올바르게 바로 잡을 수 있는 그날에 박수를 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고등어가 독일에 들어오기까지는 많은 유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등어가 식탁에 올라오는 것은 그녀의 집에서는 금기 사항이다. 모두가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현재 가진 돈에서 알뜰살뜰 아끼며 살고, 돈을 더 벌어 풍요롭게 살아가기 보다는 가족들과 부대끼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를 바라는 그녀의 가족에게는 고등어는 사치품(?)인 것이다.
이것이 ’고등어’ 하나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게다. 너도나도 자본주의에 충실하여 돈에 쫓기어 살면서 자유와 가족간의 사랑이 부족한 이 시대를 꼬집고자 하는 말일 것이다.


독일에 살면서도 한국식으로 아이들을 업어키우며 온기와 사랑을 전하고,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는 것에 분노(?)하고, 여전히 한국 국적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누가 머래도 ’한국인’이다. 
누구나 임혜지 작가처럼 살겠다는 꿈을 꾼 적이 있을 게다. 그녀가 그렇게 살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사는 곳이 독일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자유와 사랑을 열망했던 그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편의 잔소리에 살짝꿍 삐지고, 남편 몰래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하는 스릴(?)을 즐겼던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선입견, 남의 이목, 편견, 잘못된 관습, 불편한 사회통념 등을 하나로 담고 있는 말 [고등어]
이제부터 나도 고등어를 금하겠노라!


우리 아이들은 학교 성적은 그저 그래도 영재임에 틀림없다. 학교라는 거대한 사회에 적응하면서도 그 시스템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 적성이 비슷한 아빠를 따라 도약하는 아들, 취향이 다른 부모 밑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지켜내는 딸, 자긍심 지수를 학교 점수와 동일시하지 않는 현명함, 이런 점들이 모두 우리 아이들이 영재라는 증거다. (본문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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