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야! 세상엔 바보란 없단다
안의정 지음, 고성원 그림 / 밝은세상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아우야! 세상엔 바보란 없단다. 다만 그런 시늉을 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란다." (본문 107p)

마음에 드는 구절이라 적어본다. 세상에 바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을 빛나보이게 하기 위해 남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시늉을 통해서 그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것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말이다.

’정신박약아’인 형을 옆에서 지켜보는 동생의 입장에서 써내려 간 <아우야, 세상엔 바보란 없단다>
책 속에는 형의 마음은 전혀 나타나있지 않다. 동생이 바라보는 형의 마음을 잔잔하게 담아 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아직도 장애우가 살아가기 힘든 이 삭박한 세상에 1970년경을 배경으로 한 이 책 속의 주인공 ’형’이 살아가기에는 세상의 벽은 너무도 크다.
장애우가 아닌 ’바보’로 통하는 세상에서 형이 바라보고 가볼 수 있는 곳은 없다.
그저 장독대 위에서 밤 늦도록 찬 이슬을 맞으며 바라보던 개천둑이 형이 볼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다.

가족이란 그런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하는 형이 옆에 있을 때는 ’바보’’천지 바보’라고 부르며, 골치아픈 존재로 여기곤해도 옆에 없으면 큰 빈자리를 느끼는 마음은 가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들도 형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을 무슨 큰 죄나 짓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본문 56p)

기도원과 절에서 살던 형이 가족의 손을 따라 쉽게 집으로 따라가지 않았던 것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였던 것 일게다.
그 마음은 바보일지라도, 바보가 아닐지라도 가족끼리만 통하는 신비한 마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마력을 가진 가족이 꼭 혈연으로 맺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그것은 가족으로 묶여진 끈끈한 믿음과 사랑이 있다면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사랑을 남기고 간 소녀>를 읽다보면 그 마력의 힘을 더욱 느끼게 된다. 미국으로 입양된 희정이 앤지라는 새 이름으로 가족이 생기고,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을 키워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입양하여 새로운 가족의 품에서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앤지가 백혈병이라는 병을 얻게 되면서 그 가족의 힘은 더욱 크게 작용된다.
한국에 수소문하여 찾은 생모는 혈액 검사조차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접한 새가족들의 설움이 담긴 부분은 찐한 아픔과 슬픔 그리고 안타까움을 전한다.

두 이야기가 전하는 ’가족’이 주는 사랑의 의미는 깊고 진하다. 친부모, 친자식간에 행해질 수 없는 각종 사건사고들이 몸서리치게 만드는 요즘, 이 책은 <가족>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책이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의 추천도서 목록에 담겨져 있다는 것은, 각박한 요즘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가족이 주는 의미를 전하고 싶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사진출처: ’아우야! 세상엔 바보란 없단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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