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팽 - 파랑새 클래식 3
잭 런던 지음, 이원주 옮김, 에드 영 그림 / 파랑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파랑새 클래식>은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고급스러운 금빛의 양장으로 된 책표지도 좋지만, 지금껏 읽어온 책 모두가 ’동물’’사람’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재미있고, 실랄하게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감동들이 눈시울이 적시게 하기 때문이다.
<밤비>를 통해서 사람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블랙뷰티>를 통해서 동물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선과 악을 느꼈고, 이번엔 <화이트팽>을 통해서 ’사랑’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무섭게 그려진 책표지를 보면서 섬뜩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리고 첫 페이지부터 등장하는 섬뜩하고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분위기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흥미로움을 지니게 한다.
잔인하고 냉혹한 북극의 황야에서 펼쳐지는 늑대와 사람 그리고 개가 벌이는 사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본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배고픔에 굶주린 늑대들, 한마리씩 없어지는 썰매개들 그리고 사람들의 피말린 사투는 냉혹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먹고 먹히는 생존 속에서 붉은 암컷 늑대와 외눈박이 사이에서 다섯 마리의 생명이 태어났다. 그리고 배고픔의 사투에서 혼자 살아남은 새끼 늑대는 엄마 늑대를 통해서 조금씩 생활 규칙을 알아간다. 호기심 많은 새끼 늑대는 엄마 늑대가 사냥을 나간 사이 세상으로 한발자국 나가게 되고, 엄마 이외의 다른 생명체를 만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규칙을 알게 된다.

그렇게 먹을 수 있는 것과 조심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것이 전부였던 새끼 늑대에게 인간이라는 새로운 생명체와의 만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을 통해서 자신을 지켜나가기 위한 본능과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붉은 암컷 늑대 키체는 어미 개와 아비 늑대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미와 인디언들과의 재회를 통해서 새끼 늑대는 엄니가 하얗다는 뜻의 ’화이트팽’ 이라는 이름을 갖으며, 그들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규칙을 익히게 된다.

지금껏 키체와 자유로운 생활 속에서 다른 생명을 잡아먹는 것에 열중하던 화이트팽에게 인간들과의 세상은 화이트팽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
늑대에게 적개심을 가지는 썰매개들은 화이트팽에게 적들에게서 이기는 방법을 깨달게 되었고, 주인 그레이비버의 매질을 통해서 인간인 신에게 굴복해야함을 알게 됨과 동시에 분노와 잔임함을 가르쳐주었다.
화이트팽은 썰매개들의 무리와 절대 어울릴 수 없었을 뿐더러, 그들은 화이트팽의 분노를 푸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그런 화이트팽은 주인 그레이비버가 화이트팽을 뷰티 스미스에게 팔고 투견으로서의 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분노와 잔인함을 키우게 하였다.
자유를 속박당한채, 뷰티 스미스의 매질 속에서 화이트팽은 신에게 복종하였지만, 그것은 강자에 대해 그가 깨달은 규칙일 뿐이다.
어느 개에게도 져본 적없는 화이트팽은 ’싸우는 늑대’로 알려지게 되었으나, ’체로키’라는 블도그와의 싸움에서 화이트팽은 처음으로 패하면서 ’스코트’라는 새 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화이트팽에게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전혀 다른 감정을 접하게 된다.
늘 매질과 싸움 속에서 잔인함과 분노만 알았던 화이트팽에게 ’사랑’ 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준 스코트.

하루하루 지날수록 ’좋아하기’가 ’사랑하기’로 변해 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하이트팽은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점점 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사랑은 공허함으로 다가왔다. 간절히 무언가를 바라는, 채워지기를 갈망하는 허기지고 아픈 느낌이였다. 
(출처: 본문 287페이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지 못했던 화이트팽을 보면서 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늘 싸움을 거는 썰매개들과 사랑보다는 매질로 자신을 구속했던 주인들로 인해 화이트팽은 이 낯선 감정에 대해 표현하는 방식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지만, 늘 적응력이 빠르고 영리했던 화이트팽은 점점 스코트가 주는 사랑에 꼬리를 흔드는 개의 본성을 보여주게 된다.

캘리포니아로의 새로운 환경은 화이트팽에게 또다른 생활과 또다른 감정을 알게 해준 곳이다. 그리고 ’복종’ 이 아닌 ’사랑’으로 신을 섬기는 마음을 배운 곳이다. 

<화이트팽>을 통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화이트팽의 성장에서 그에게 미쳤던 모든 영향들, 그리고 인간과 동물과의 문제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 주는 마법이였다.
화이트팽은 호기심많은 작은 새끼늑대였으나, 그에 가해지는 환경은 그에게 분노와 살고자하는 본능만 일깨웠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그는 냉혹하고 유물론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사납고 잔인하며 따뜻함이라고는 없었다. 어루만짐과 사랑, 밝고 다정한 마음도 존재하지 않았다.
화이트팽은 그레이비버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 그는 분명 신이었다. 그것도 무척 잔인한 신이었다.
 
(출처: 본문 186p)

하지만 사랑은 화이트팽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싸우는 늑대’ 가 아닌 ’축복받은 늑대’가 된 화이트팽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만들어준 또다른 이름이였다. 
사랑 표현에 서툰 그가 웃는 법을 배우고, 구르고 뒤집으며 떠들썩한 장난을 치게 된 것도, 주인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 것도 모두 사랑이였다.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동물사이, 그리고 동물과 동물사이, 모든 관계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사랑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늑대의 본성과 개의 본성을 다 가지고 있던 화이트팽이 악함에 있어 늑대로, 사랑에 있어 개의 본성을 일깨울 수 있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책을 읽어내려 갔다. 손에서 뗄 수 없었던 이 책을 읽고난 뒤에는 안타까움과 감동이 뒤엉켰다.
무섭게만 느껴졌던 책 표지의 삽화 속에서 화이트팽의 두려움을 읽어내어 본다. 살고자 했던 그의 본능과 외로움이 가져왔던 그의 분노가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속에 뒤엉킨다. 사랑받고 싶었던 그의 간절함이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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