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원태연 지음 / 도서출판 광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중학교때였던가? 저자가 쓴 시를 연습장에 배껴쓰면서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이 한때 유행 아닌 유행이 되어버린 적이 있었다.
여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 저자가 이번에는 아줌마가 된 나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슬픈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책보다는 영화를 먼저 접하게 되었는데 눈물 꽤나 흘리며 보았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다시 접하게 된 소설은 시인 원태연이 가지고 있던 그 감성이 그대로 녹아 들어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주아주 긴 시를 읽은 느낌이라고 할까?

영화를 보고 너무 울었던 탓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눈물보다는 영화와 다른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는 케이 (권상우)의 비중이 두드러졌고, 그 뒷받침으로 크림(이보영)을 매개체로 슬픔을 이끌어내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 책속에서는 4명의 주인공이 ’사랑’ ’죽음’ ’슬픔’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 영화 속에서 주환과 제나 이야기가 좀더 비중이 있었다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자가 시인이라는 점이 책 속에 잘 두드러진다. 대화 내용이라든가, 표현 방식 등이 시인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듯 싶다.

story 01 주환이야기 

약혼녀가 있는 유능한 치과 의사로 크림의 미소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자신에게 다가온 크림때문에 온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는 주환

story 02  케이이야기

사랑하는 크림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남자. 어느 날 자신에게 ’케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크림과 함께 동거를 시작한 케이는 크림이 반드시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길 빈다.

"결혼이 뭐니?"
"결혼?"
"결혼! 결혼....화장실에 있는 칫솔꽂이 같은 거 아닐까?"
"칫솔꽂이?"
"화장실에 가면 칫솔꽂이는 하난데 칫솔은 두 개 들어 있잖아. 아이가 태어나면 칫솔이 세 개가 되고, 아이가 한 명 더 태어나면 네 개."
"그게 결혼이랑 무슨 사오간이야?"
"가족이 되는 거지. 한집에 살면서 하나씩 늘어가는 칫솔꽂이의 칫솔들처럼 같이 있는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거. 매일 같이 있어 하나가 없어지는 게 상상이 안 되는 거." 96p

story 03 제나 이야기

주환의 약혼녀인 제나는 사진작가이다. 어느 날 자신에게 파혼을 요구해 온 케이를 통해서 사랑을 생각해 보게 되는 여자.

미친놈은 사랑은 ’양치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하루에 세 번 매일매일 하는 거. 깜빡 잊고 건너뛰면 다시 양치할 때까지 신경이 쓰여 다른 일을 못하는 거.

"그건 혼자 하는 거잖아?"
"누고 보라고 양치하세요?"
123p

story 04  크림이야기

어느 날, 엄마 아빠와 여동생이 한날 한시에 죽게 되자 혼자 남겨지게 된 크림은 케이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사랑하는 케이를 위해 주환에게 다가가는 크림.

4명의 주인공의 캐릭터는 어느 슬픔영화속에서, 혹은 드라마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흔한 주제와 드라마 속에서 자주 접하는 캐릭터...하지만 이 흔한 주제와 캐릭터의 조합은 원태연이 가지는 감수성을 통해서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흔해빠진 사랑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그 흔한 주제를 통해서 ’사랑’이라는게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을 나누어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상상할 땐 행복하지만 상상이 끝나면 행복했던 것만큼 아파지니까. 172p

슬픔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안타깝고 더 슬픈 이야기...사랑이 주는 애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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