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마음이 자라는 나무 17
알렉스 쿠소 지음, 아이완 그림, 윤정임 옮김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 화가 나는 일이나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있을 때 눈을 질끈 감아버리곤 한다. 눈을 감으면 보고 싫은 것과 동떨어지는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하고, 다른 모습으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생각하는 것을 자세하고 생생하게 그려나갈 수 있다. 꿈을 꾸듯.....어쩌면 이런 느낌은 평소에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는 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앞을 볼 수 없는 미로 역시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꿈을 꾸고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다. 미로는 앞을 보지 못할 뿐이고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십대 청소년이며,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똑같이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앞을 보지 못하기에 먼가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우리는 똑같은 감정과 마음과 똑같은 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단지 나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멀었고, 이름은 마리우스이며, 별명은 미로일 뿐이다. 그런데..............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지? 9p

미로는 뤼카와 니노라는 두명의 친구가 있고, 할아버지뻘이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말이 잘 통하는 팔뤼슈 할아버지가 있으며, 늘 말벗이 되어주는 개 볼로가 있다.

볼로, 내가 끊임없이 네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너만큼 내 말을 잘 들어 주는 이가 없기 대문이야. 넌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어.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 친구들이 질투할 거야. 10p



미로는 팔뤼슈 할아버지와 낚시를 즐기고, 친구들과 헤엄을 치고, 새로 이사온 뤼스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미로가 원하는 것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특별한 대우가 아닌 같이 할 수 있는 조화를 원한다.

다른 친구들이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안고 뽀뽀하듯이, 미로 역시 좋아하는 이성과 뽀뽀하고 안고 싶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미로 역시 우리과 똑같은 사춘기 소년의 감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그것을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리라...

볼로, 바로 이런 걸 변호라고 하는 거야. 난 비록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륀의 말을 듣고 있으면 미소 짓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던. 륀의 목소리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미소까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라니까.그리고...륀의 미소는 나에게 날개를 달아 준단다. 135p

나는 두 팔을 한껏 뻗어 륀을 품에 안는다. 내 품에 안긴 소녀. 내 예상이 맞았다. 기타를 품에 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신선한 공기를 한 움큼 들이마셔 허파를 빵빵하게 부풀린 다음, 하나로 얽힌 두 몸을 천천히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힌다. 자, 이제 숨을 쉬지 않고 키스를 해 보는 거다. 149p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삽화는 미로의 마음처럼 잔잔하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이야기 전체 흐름이 그렇게 차분하고 순수하게 진행된다. 잔잔한 영화 한편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의 편견, 장애에 대한 편견 등 수많은 편견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미로와 같은 장애우를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취급하기 쉽다. 잘 해줘야 하는 사람 혹은 나와 다른 사람 등으로 그들을 쉽게 판단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조화로움" 이다. "우리" "함께" "같이" 라는 말처럼...
 

(사진출처: '눈먼 소녀 미로, 바다를 보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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