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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인간 안나
젬마 말리 지음, 유향란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지고 있지만, 그와 함께 부작용도 함께 동반하고 있다.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이웃간의 정보다는 이기심과 부정부패 등이 난무하고 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고, 60세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학과 의술은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출산율은 점점 하락하고 결혼후에는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가 늘어가는 추세이다.
이대로 간다면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은 2009년 프랑스 청소년 상상력 대상 수상작품으로 미래 사회의 인간 생명 윤리와 이기심을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 중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한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는 잉여인간...미래 사회가 어떤 사회로 상상되어 졌는지, 그리하여 인간은 어떤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증을 한껏 유발한 책으로, 올해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며, 결코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지고 했다.
2140년의 미래의 영국....그리고 그레인지 수용소.
장수약의 발명으로 인간은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의 사망이 없어진 후 자원 고갈의 문제 등으로 인해서 ’신포고령’을 통해 아무도 아이를 가져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그런 법을 어기고 낳은 아이로 인해서 그레인지 수용소가 설립되었고 그 속에서 잉여인간은 쓸모없는 인간으로 세뇌당하며 합법적인 인간을 위한 봉사를 하도록 훈련 받고 있었다.
그 곳에서 가장 잉여인간으로서의 책임과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던 안나는 수용소를 운영하는 핀센트 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으며, 소장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부분에 잘 따라오는 안나를 만족하고 있었다.
내가 여기 있게 된 건 정말 행운이다. 내가 아주 열심히 일해서 고용될 수만 있다면, 내 부모가 지은 죄를 속죄할 기회를 가진 셈이니까. 누구나다 그런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핀센트 여사는 말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잉여인간들을 죽이기도 하는데 마치 짐승처럼 처치한다고 한다. 10p
수용소에서 귀중한 인재 안나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하던 안나는 수용소에 새로 들어온 피터로 인해 마음에 혼란을 겪게 된다.
자신이 태어난 것이 죄가 아님을, 자신을 낳은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기다리고 있음을....그리하여 피터와 함께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순리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이 되어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봄이 되면 파릇파릇 새 잎이 돋아나듯 자연은 항상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오랜된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살아 있어야 하고 새로운 아이들이 생기면 안되는 거죠? 그것이 정말 대자연이 바라는 걸까요?" 187p
안나와 피터 그리고 안나의 부모님과 안나의 동생 벤은 다시 만났지만 결국 수색대에게 발견되고 만다.
눈물을 자아내게 했던 슬픈 장면.
자식을 위해서 기꺼이 미소를 지으며 죽는 커피 부부의 모습은 삭막의 미래의 한줄기 희망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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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고 외쳤고 안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얼굴을 찡그렸다. 엄마, 아버지 둘 다 손을 입으로 가져갔는데 무언가를 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곧이어 엄마가 활짝 웃고 있는 것처럼 미소를 지었는데 마치 평생 동안 원하던 것을 지금 막 얻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더니 엄마가 수색대원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은 이제 저 애들을 건드릴 수 없어요."
"안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안나, 너는 이제 자유다. 너와 벤은 자유로워졌단다. 목숨 하나 당 하나 목숨 하나거든. 포고령에 나와 있는 말이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단다. 이 순간이 오기를 바랐지, 너에게 다시 생명을 줄 수 있기를 기다렸단다. 진짜 생명, 진짜 미래 말이다. 미안하구나, 안나. 정말 미안하구나...."
"우리 안나, 우리 귀여운 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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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366~3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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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단어가 없어진 미래에서 진짜 생명과 미래를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다한 커비 부부의 모습은 급속도로 변해가는 무서운 세상속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키고 가야할 부분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죽는다는 것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 속에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말이 공존하기 때문일까?
영원히 늙지 않고 이 모습 이대로 끝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책을 잡은 순간부터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안나와 피터 그리고 커비부부 그리고 또 한 사람 핀센트 소장.
이들의 엇갈린 운명과 희망을 찾아가는 안나와 피터의 발걸음을 쫓아가는 동안 내 마음도 안나와 피터의 행복한 미래를 쫓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