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전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3
박윤규 지음 / 대교출판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세계명작동화, 판타지 소설, 그리스로마 신화등에는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서양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화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세계의 여러 나라와 문화에 대해서 아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우리 나라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다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찾아읽는 우리 옛 이야기> 라는 시리즈로 소개되는 이 책은 우리 나라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우리 옛이야기라는 제목과 어울리는 책의 편집이 눈에 띄는 책이다. 
표지를 넘기면 머릿말과 차례가 담겨진 페이지는 한지의 느낌을 한껏 살렸고, ’휴먼옛체’로 쓰여진 필체 역시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느낌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노력이 엿보인다.

<운영전>은 내게는 좀 생소한 이야기였다. 지은이가 밝혀지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 책은 남녀간의 사랑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그 속에는 그 시대의 신분에 대한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외국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는 ’운영전’ 있다.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 속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능가하는 애절함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제 가슴의 불길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비록 한 번도 가시버시처럼 서로 껴안아 보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임은 내 품에 있었습니다. 당신의 얼굴이 꿈이나 생시나 아른거렸고, 그러므로 안타까움은 깊어져 마침내 병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없는 세상은 모든 것이 슬펐습니다. 배꽃이 질 때도 울었습니다. 두견이가 울 때는 함께 눈물을 흘렸지요. 떨어진 오동 잎에 가을비가 내릴 때, 내 가슴은 오동 잎처럼 찢어져 비를 맞는 듯 하였습니다.
93p (운영이가 김진사에게 보내는 편지 중)

 

안평대군의 궁녀였던 운영과 열네 살에 진사에 올랐던 김진사와의 만남은 김진사가 안평대군을 찾아오면서 시작되었다.
그 시절 궁녀가 딴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던 그때, 운영은 김진사에 대한 마음이 깊어졌고, 김진사 역시 운영을 향한 마음으로 속앓이를 하였다.
그들의 몰래 만남은 결국 소문이 났고, 운영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운영의 죽음은 단지 운영의 사랑에 대해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 신분제도에 대한 반발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쓰여진 이 작품은 그 시대의 모든 관습과 제도를 버리고자 했던 거 같다.
궁녀와 김진사의 사랑, 여자였던 운영이 먼저 김진사에게 편지를 보냈던 부분 등은 그 시절 저자가 사회에 가졌던 불만을 쏟아낸 듯 하다.


그 시대의 모습과 관습을 알아가고, 곳곳에 담겨진 시조를 읽는 재미 또한 즐거운 <찾아읽는 우리 옛 이야기 시리즈>는 우리의 뿌리를 이해하고 우리의 역사를 알아가고 그를 통해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초석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거친 베옷에 가죽 띠를 두른 선비여
옥 같은 얼굴 신선 같구나.
늘 주렴 틈새로 간절히도 바라보건만
어찌하여 월하인연은 맺어지지 않는가.

세수를 할 때마다 눈물로 얼굴을 씻고
거문고를 퉁기니 원한은 줄에서 운다.
다함없이 깊은 슬픔 가슴에 품고
홀로 머리 들어 하늘에 하소연하네.
 57p 
 

 

 

(사진출처: '운영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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