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훔친 도둑 - 자비의 참뜻을 알려주는 불교동화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29
우봉규 지음, 최수웅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정’ 으로 살아가던 우리 옛 정서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인 듯 합니다.
옆집에 수저가 몇개인지, 오늘 반찬이 무엇인지, 무슨 일이 있는지...훤히 꿰뚫고 살아가던 모습은 높아져가는 건물 높이와 흙냄새 대신 시멘트 냄새가 풍기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누가 우리의 ’마음’을 훔쳐갔던 것일까요? 그건 바로 ’자신’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동화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기적인 어른이 되어 버린 나에게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훔친 도둑>을 통해서 또 한번 동화책이 주는 감동에 푹 빠졌습니다.
불교동화이지만, 종교적인 색깔이 드러났다기보다는 종교에서 주는 편안함이 나타났다고 해야 좋을 듯 싶습니다.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인 ’자비’ 의 참뜻을 알려주는 감동과 교훈이 함께하는 동화책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너그럽지만, 남의 작은 잘못에 대해서는 무섭도록 힐책을 합니다. 
<자비>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 또는 그렇게 여겨서 베푸는 혜택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자비가 지금의 각박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무에 박힌 옹이처럼 단단하다는 뜻의 옹이스님이라는 별명을 가진 어린 고봉스님은 열 살에 불경, 한자도 척척박사에 마을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며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스님입니다.
옹이스님이 탁발을 하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와 옹이스님의 바랑에 곡식을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대문도 없고 울타리도 없는 산내리 마을.
아무 집에나 가서 자고, 먹고 놀았던 이 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쌀을 잃어버린 집, 마당에 널어둔 밀과 보리를 잃어버린 집, 집에 있는 물건은 물론 들판에 있는 곡식까지 훔쳐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인심은 날이 갈수록 사나워졌습니다.
그러던 어는 날,
저녁 공양을 마친 옹이스님은 잘 자란 수수를 꺽어 커다란 자루에 넣는 도둑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외딴집에 사는 착하기로 소문난 청년 한수였습니다. 옹이스님과 제일 친한 달래의 오빠이기도 합니다.
한수는 어린 옹이스님에게 울먹이며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물건은 계속 없어졌고, 옹이 스님은 한수를 의심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의심하며 살아왔는지 생각해봅니다. 제 마음은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죄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안 후에도 내 마음은 그 사람에 대해 잘 못을 빌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나름대로의 이유였고, 스스로를 위안했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병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이지. 그 병에 한번 걸리면 여간해서 낫기 힘들어." 54p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나쁜 병에 걸린 듯 합니다. 작은 실수하나 용서하지 못한 채 무섭게 몰아세우는 요즘 세상에 우리는 ’자비’ 라는 이름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요?
요즘은 누군가를 믿고 살아가기엔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합니다. 이 세상은 각자 마음속에 걸린 나쁜 병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믿음’과 잘못을 용서하는 ’자비’ ’배려’ 가 사라진 요즘,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따뜻한 마음’을 이제는 내보여야 할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적으로 점점 살기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각박해져 갑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짧은 동화책 한편으로 마음속에 자라나고 있는 나쁜 병을 치유한 듯 합니다. 

 (사진출처: '마음을 훔친 도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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