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바둑돌 파랑새 사과문고 67
김종렬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과감히 말해봅니다. 책을 읽는내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봅니다.
늘 내 곁에 있어 줄거라고 믿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너무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가, 내가 소홀히 하는 동안 울타리가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아이들과의 대화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소홀히 해왔네요.
주노의 아빠를 통해서 많은 점을 반성해봅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딸아이는 좀더 관심을 갖고 대화하며 손을 잡아주어야 할 때이며, 이제 막 유치원생이 된 아들아이는 처음 사회생활에 속하면서 많이 힘겨울 때여서 엄마인 제가 많이 다독여 주어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참 무심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는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다. 언젠가는 아빠랑 주노가 바둑을 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노랑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알았다면, 아빠가 조금 더 노력했을 거야.’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114p

주노 아빠의 말처럼 나 역시 나중에 기회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마치 아이들이 제 마음을 헤아려주기를 바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홉 개의 바둑돌>>은 바둑을 매개체로 하여 가족 혹은 친구간의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주노는 야구를 좋아하지만, 주노 아빠는 주노가 바둑을 배우기를 원합니다. 주노 아빠는 왜 바둑을 좋아했던 걸까요?
어린 주노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보다 바둑을 더 좋아하는 것같은 아빠가 미울 뿐입니다. 
주노 아빠는 자신과 아버지가 바둑을 두면서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았던 둘만의 대화를 좋아했고, 주노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주노는 아직 어렸고, 둘 사이에는 그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힘겨워하는 엄마와 아빠의 부재보다는 엄마의 슬픔이 더 가슴아픈 주노.
주노는 바둑만을 좋아하는 아빠에 대한 추억도, 좋은 기억도 없습니다. 아빠는 주노보다는 바둑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 주노에게, 아빠의 영혼이 나타납니다. 아빠는 주노에게 바둑을 통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주노는 아빠에게 바둑을 배우면서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아빠에 대한 미움도 점차 사라짐을 느낍니다.

대화는 가족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친구간에도 대화가 없다면 오해로 인해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친하게 지낸 기석과 주노의 오해 역시 대화의 부재에서 생기게 된 것입니다.
주노는 아빠와 바둑을 배우면서 기석에 대한 오해 또한 스스로 깨달아갑니다. 

아빠가 내게 찾아온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아빠는 내게 소중한 기억을 나누어 준 것이다. 아빠가 문득 생각날 때마다, 바둑판 앞에서 아빠와 마주했던 일주일 동안의 일이 떠오를 것 같았다. 지금도 아빠의 바둑판 위에 놓여 있는 아홉 개의 바둑돌처럼. 149p

책을 읽는 동안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아이들은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가족은 가장 소중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없으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그 소중함을 모르는 공기같은 존재처럼 말이죠.
가족은 한 지붕아래 같이 사는 것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보듬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사랑할 때 온전한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족간의 <대화>는 아닐런지요.


조금은 소홀했던 내 아이들에게 오늘은 조잘조잘 엄마인 저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려 합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도록 말이죠. 오늘은 그동안 못 다했던 이야기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것이 행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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