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뀌는 하늘공원
정성란 지음, 방대훈 그림 / 세상모든책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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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시절 우리 동네에는 ’망태할아버지(?)’가 있었다. 커다란 망태를 어깨에 메고 쓰레기를 줍던 아저씨는 왠지 무서워보여서 친구들과 길을 가다가 아저씨들을 보면 멀리 돌아서 길을 가거나, 막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무렵 말을 잘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라는 자주 말씀하시던 어른들 때문은 아니였나 싶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어린 시절의 망태할아버지가 문득 떠올랐다. 
환경에 대한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다보니, 아이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도서가 참으로 많이 출간된다.
얼마전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환경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가볍게 읽으려고 들었던 동화가 또 한번 환경을 생각해 보게 한다.

’하늘공원’은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를 개발하여 만든 공원이다.
원래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가 피는 아름다운 꽃섬이였는데, 어느 순간 쓰레기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뒤늦게 난지도를 살리기위해 노력한 결과 하늘공원이 탄생했다.

지금 하늘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아이들이 뛰어놀며, 꽃과 새들이 찾아온다.
다시 본디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하늘공원에 사람들은 먹고 난 쓰레기를 버리고 가곤 한다. 하지만 다행이 이곳에 ’양심할아버지’가 계셔서 하늘공원은 여전히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다.

"이런, 양심 없는 사람들 같으니!" 
고원을 해치는 사람들한테 야단을 치는 할아버지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신다.
인라인 연습삼아 하늘공원에 온 동화는 처음으로 양심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작년에 같은 반이였던 김송이네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라인 연습만 했던 동화는 자주 왔던 하늘공원이지만, 잘 몰랐던 하늘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할아버지를 통해서 듣게 된다.

"여기는 그 많은 쓰레기를 헤쳐 가며 살던 사람들이 있었단다. 서울의 각 구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수거해 온 쓰레기를 부려 놓으면, 그 쓰레기를 뒤져서 폐품도 팔아 쓰고, 심지어는 양식도 얻어서 하루하루 꾸려 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 41p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완식에 대한 이야기는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지였을 때 그 곳에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쓰레기 냄새에 구역질이 나는 그 곳에 사람들은 쓰레기를 주우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이야기는 힘들고 어려웠던 그시절의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허나, 그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기도 하다.

"나만큼 기구한 팔자들이 난지도에 널려 있더란 말이야. 그런데도 나처럼 절망에 빠져 있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고 있더란 말이야. 그 뿐인 줄 아나. 비록 쓰레기를 파먹는 사람들이지만 누가 사고를 당해 입원이라도 하면 기꺼이 병원비를 보태라며 가진걸 내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 바로 난지도 사람들이네. 그 사람들에 비해 나는 얼마나 인생을 낭비했던가. 난 난지도에 와서야 비로소 사람이 된 것 같네." 58p

난지도의 화재로 인해 친구를 잃었던 할아버지는 하늘 공원으로 변한 난지도를 사랑했다. 동화는 할아버지와 송이와 함께 하늘공원을 산책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와 명아주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다.
인라인을 타다가 다친 팔다리의 흉터를 보면서 동화는 생각했다.

’지금 검은 딱지 속에서 상처가 아물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쓰레기산 속에서도 끊임없이 예전의 난지도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한쪽에 갈대밭이 바람에 흔들리고, 산 아래 그림 같은 집이 몇 채. 집 앞으로 땅콩밭이랑 채소밭이 푸르던 예전의 난지도.’ 141p

동화는 공원길을 지나다 누군가 버린 과자 봉지를 발견하고 ’이런 양심이 뻥 뚫린 짓을 하다니.’ 하며 과자 봉지를 주워들었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아주 쉽지만, 다시 돌이키는 일은 몇배 몇백배는 더 힘이 든다고 한다. 우리가 아차! 순간에 자연은 쓰레기 매립지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자연을 되돌리는 노력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그 동참은 어른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해야한다. 자연의 보존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동화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간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서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사진출처: '방귀 뀌는 하늘공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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