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소녀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춘기 딸을 둔 덕분일까? 요즘 나는 성장 소설을 유독 많이 읽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는 남편이 말한다. "나 큰거 아니야? 아직도 성장을 하고 싶은거야? 항상 성장 소설을 읽네~"
그 순간 나는 내 딸을 위해서 읽는다는 성장 소설을 통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아직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나의 됨됨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프랑스 4개 문학상을 석권하였다는 <길 위의 소녀>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소녀의 우정뿐만 아니라 두 아이가 속하지 못하는 어른의 세계를 비판하기도 하며, 어른으로서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루’는 참 매력적인 아이다. 독특한 아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천재소녀라 불리는 루는 자신보다 2단계를 월반한 지적 수준이 높은 아이기도 하지만,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이런 루에게 가족은 또다른 외로움이다. 동생 타이스의 죽음으로 가져온 엄마의 우울증은 자신을 남의 딸 대하듯 하는 엄마의 부재가 늘 가슴한켠 아픔으로 존재해있다. 그런 루에게 뤼카는 새로운 돌파구 같은 존재이다. 

노숙자를 대상으로 발표를 해야하는 루에게 또다른 상처를 안고 다가온 홈리스 노는 루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친구가 된다. 세상속에서 고통과 아픔 그리고 슬픔과 외로움을 겪으며  살아왔던 노는 루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가 된다.
발표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루에게는 노는 여전히 필요한 존재였고, 자신의 집에서 노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애쓴다.
노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엄마의 우울증은 조금씩 치유되는 듯 보였지만, 노는 항상 불안한 듯 보인다.
’루, 우리는 함께인 거지?’ 라는 노의 물음은 그동안의 외로움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다시는 외롭지 않고 싶다는 애절함이 담겨져 있다.

노와 루는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며 지냈고, 뤼카 역시 루에게 힘을 주는 사람으로 늘 뒤에서 존재해주고 있다.
상처가 아물어가고 조금씩 세상밖으로 나가는 노는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또다른 상처를 받으며, 결국 루의 아버지의 결정으로 혼자 살던 뤼카의 집으로 가게 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 결코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두 사람의 우정은 사회의 부조리속에서 빛나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싶다.

타이스의 죽음 이후로 엄마의 사랑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루는 노와 뤼카를 통해서 사랑을 느끼지만, 엄마의 부재가 늘 그립고 아프다. 자신을 두 팔 벌려 안아주기를 바라는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공허한 눈빛으로 서 있다. 
루는 노에게 버림을 받는다. 그것은 노가 루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였고, 사랑이였고 우정이였다.
그리고 루는 자신이 갇혀있던 우물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며 한걸음 성장하게 된다.

나는 지구 상의 모든 죽은 눈빛들을, 번득임도 없고 광채도 없는 수백만의 눈빛을 생각했다. 방황하는 그 눈빛들은 다름 아닌 세상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세상의 복잡함, 소리와 이미지로 포화되어 있으면서도 그렇게나 헐벗은 세상을 반영할 뿐이다. 205p

노는 만나기 전에 나는 폭력이 고함, 구타, 싸움, 피와 함께 자행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폭력이 침묵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때로는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폭력은 상처를 은폐하는 이 시간, 불가피하게 이어지는 나나들, 결코 시간을 되도릴 수 없다는 이 불가능성이다. 폭력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며, 폭력은 입을 다물고 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폭력은 설명을 찾을 수 없는 것, 영원히 불투명하게 남는 바로 그것이다. 258p 

폭력은 자신을 공허하게 쳐다보는 엄마의 눈빛속에서도 자행되며, 자신이 낳을 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노의 엄마에게서도 자행되었으며, 홈리스라는 이유로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 속에서도 자행되고 있었다.
루는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있었으나, 노를 통해서 세상에 한걸음 나오게 되었고, 노는 루를 통해서 세상의 부조리 속에도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게 되었다.
두 소녀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결국 서로 다른 환경으로 돌아갔지만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우정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루와 노를 통해서 사회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노숙자, 빈곤, 사회복지 문제, 미혼모 등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대면하게 된다. 두 소녀를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게 부조리속에서 어둡고 고통스럽다.
허나 그 속에서 우리는 또다른 희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루와 노 그리고 뤼카가 보여주는 우정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사진출처: '길 위의 소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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