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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ㅣ 청년사 고학년 문고 5
최나미 지음, 정용연 그림 / 청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5학년 방학동안 읽어볼만한 추천도서로 지목되었던 책이라, 읽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이 책속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먼저 해봅니다. 그러다보니, 이제 내 딸이 ’여자’라는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읽어볼만한 책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더불어 하게 되네요.
이 책속에는 13살 가영이와 40살에 일을 시작한 엄마,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세대가 다른 3명의 여자가 등장을 합니다.
가영이 시점으로 이야기는 이끌어져 갑니다.
불과 2년전만해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엄마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돌연 일을 하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아빠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가영이 역시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가영이는 여자아이지만, 남자 못지않게 축구도 잘하고, 운동을 잘하는 선머슴아 같습니다. 그런 가영이는 여자처럼 굴라는 엄마보다는 함께 운동해주는 아빠와 더 친합니다.
엄마가 다시 일을 시작하자, 아빠가 더 불쌍해지고, 집안 일에 소홀해지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엄마가 다시 일을 하는 것은, 병든 시어머니를 수발하기 싫어서가 아닙니다.
병이 심해지면서 당신을 위해서 산 시간이 없이 평생 희생을 하고 살았던 삶에 대한 한평생 맺힌 원망과 불평을 하는 시어머니를 보니,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고, 이다음에 혹시 그런 병이 생겨도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편도 자식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선머슴아 같은 가영이는 축구대회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선수에서 제외됩니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가영이 반에서는 여자와 남자에 대한 논쟁이 일어납니다. 가영이는 그제서야 엄마를 조금 이해할 거 같았습니다.
이 책에는 각기 다른 3명의 여자가 존재합니다. 평생 희생을 하며 살면서 자신의 삶이 없는 것에 대한 원망이 마음의 병으로 표출된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보면서 더 늦기전에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엄마, 그리고 ’여자’와 ’남자’에 대한 아직 뚜렷한 정체성이 생기지 않은 가영이...
이 3인물을 통해서 우리는 여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조금은 어려운 주제가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제가 읽기에 더욱 좋았던 주제는 아니였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영이 엄마처럼 10년동안 집안 일을 하던 제가 직장을 다닌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집안일에 소홀해지게 되고, 아이들에게도 소홀해지면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저는 가영이 엄마를 이해하고, 동감하는 편입니다.
어쩌면 같은 여자 입장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1년이 지나면, 제 딸도 이제 어린이가 아닌 여자가 되어갈 것입니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였지만, 가영이를 통해서 가영이가 하는 고민과 생각들을 통해서, 제 딸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