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에 새긴 약속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장세련 지음, 윤문영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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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시대 사람들의 교통수단은 도보와 말 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시절에는 지금 우리의 교통수단인 자가용만큼이나 말이 중요했겠지요. 이 동화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조선 시대는 사람보다 임금에게 바치는 말이 더 귀했던 시절입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말을 지키기 위한 마성을 쌓는데 동원되기도 하고, 마성 안에서 말을 지키는 일을 하기도 했지요.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시리즈《마성에 새긴 약속》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마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역사동화는 처음 접해보았는데, 그 시대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거 같아요.

 

"이 말들은 우리 겉은 사람보다 더 귀하다는 것도 잊어버리면 안 된대이. 몽땅 다 나라님의 재산이랑 말이다. 단 한마리라도 일이 생기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란 거 잊지 말거라." (본문 62p)

 

이 동화책의 주인공은 전유상입니다. 종2품 가선대부가 된 전유상은 목장과 백서을 호환으로부터 구하는 일을 합니다. 유상이가 마성에서 일을 하게 된 건 열 살 무렵부터 였어요. 방어진 목장에 석축을 쌓는 징집명령서를 받은 아버지는 이웃에 사는 칠복 아재에게 유상이를 맡긴 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으로 집안이 망한 유성이네는 누명이 벗겨졌지만 살림은 그대로인 탓에 아버지는 유성이가 과거에 급제하여 집안을 일으키라며 공부에 매진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떠나셨지요. 하지만 그 약속만 남긴 채 아버지는 이태가 지난 후 성을 쌓다가 돌아가시게 되었어요. 유상이와 칠복 아재는 그렇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아 울산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성을 쌓다 죽은 사람들이 많은데다 성을 쌓다가 죽은 사람은 성벽 밑에 묻은 탓에 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수 없었죠. 대신 유상이는 성벽에 박힌 돌에서 아버지의 글씨를 발견하게 됩니다. 유상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 감독관은 유상이와 칠복아재에게 말을 관리하는 점마청에 일자리를 제안하고 이렇게 두 사람의  울산 살이가 시작됩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부를 해야하지만, 유상이는 처음 접해본 병서가 더 재미있었지요. 칠복 아재는 아버지 볼 면목이 없다며 유상이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유상이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병서를 읽었어요. 겨울이 지나면서 호랑이의 출몰이 더 잦아지자 호랑이를 잡기 위해 포수가 모였어요. 아버지 글씨가 새겨 진 성벽 아래에 있던 유상이는 호랑이와 맞닥뜨리게 되고 타고난 돌팔매 솜씨로 호랑이를 잡는데 일조하게 되죠. 그렇게 유상이는 망아지를 길들이고 병서를 읽으면서 울산에서 성장해나갑니다.

 

이 동화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마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듯 하네요. 호랑이로부터 사람보다 귀한 말을 지키기 위해 성을 쌓고, 그 과정에서 많은 백성들이 동원되었고, 굿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유상이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잘 전달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마성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이 책을 통해 마성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야겠어요.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담겨진 역사 이야기보다 그 시절을 살아낸 백성의 삶을 더 생생히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여서 더 값진 동화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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