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서 온 봄 단비청소년 문학
박지숙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청소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춘기 아이들이 있는 탓에 청소년문학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들의 고민이 무엇이며, 요즘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데다 부모인 내가 해야할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점이 너무 좋다. 하지만 가끔 너무 희망을 주려는 탓에 현실성이 부족한 내용들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책들은 청소년들에게나 부모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단비청소년 《너에게서 온 봄》은 요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와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청소년들에게는 수많은 고민과 관심이 있는데 그 중 이성문제나 성 문제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아이들은 빠르게 자라고 있고 세상의 일들은 빠르게 흡수하고 있지만 부모인 우리는 너무 느리고, 지극히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탓에 아이들의 발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아이들의 성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감추려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보는 걸로 배우고 상황을 판단하려 한다. 그로인해 제대로 준비 안된 아이들의 성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에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성 문제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면서 위안을 건네줄 듯 보인다.

 

4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 [3분]은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필요한 이야기이다. 기계처럼 딱딱 맞았는데 이틀이나 지나도 생리를 하지 않자 이나는 불안해진다. 현태에게 전화해 보려다가 자정까지 기숙 학원에서 수험서와 씨름하고 있을 모습이 떠올라서 그만두고 만다. 이나는 조금 준비했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둘 다 아무 생각 없이 해 버린 것에 대해 후회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어 인터넷에 고민을 털어놓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임신 테스트기를 사야 했지만, 발랑 까진 애나 날라리로 볼까봐 고민이 되었다. 몇 번의 시도끝에 임신 테스트기를 구매했지만 허둥대는 바람에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1줄이 나왔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혼자 며칠을 애태우며 고민하던 이나는 결국 현태에게 문자를 보내고 만다. 문자를 받은 현태는 서둘러 이나에게 가기위해 고속버스를 탔다. 현태는 콘돔 하나를 못 챙긴 자신이 바보 같았고, 준비되지 않은 자신이 이나와의 소중한 추억을 망쳐 버린 것 같아 속상했다. 낙태 비용을 검색해보니 그만한 돈이 없는 것도, 미성년자는 보호자가 없으면 그조차도 불가능한 것도, 이나를 지켜 주지 못하는 것도 답답했다. 그러다 이나는 왜 그날 거절하지 않았는지,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된다는 걸 알려 주지 않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임신할 가능성이 없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혹시 이나가 다른 남자랑 하고서 덤터기를 씌우는 건 아닌지까지 생각에 미치자 자신이 정말 비겁하다 생각한다.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진짜 내게 조금 더 시간을 준다면 정말 멋진 아빠가 될 자신이 있는데……. 하지만 지금은 아닌데…… 이나와 나의 아기가 이렇게 일찍 오면 안 되는데, 준비된 게 하나도 없는데, 지금 미적분 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데, 국어 비문학도 대비를 다 못했는데……. 애기 아빠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본문 41p)

 

두 번째 이야기[My Hot Girl]역시 지극히 현실이 반영된 내용이다. 몸캠을 당해서 자살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몸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괴로운 우석은 자신의 신체 일부인데도 갈수록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이 괴롭다. 친구들과 달리 혼자 외로운 것도 싫다. 오늘도 외로움을 좋은 동영상으로 풀려는 찰나에 친구들이 알려줬던 채팅 앱이 생각났다. 가입 10분만에 쪽지가 오고 예쁜 얼굴에 반하여 광속으로 자신의 몸 사진을 보내자 상대방의 협박이 시작되었다. 이에 고민을 하던 우석은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뉴스를 통해서 들어봤음직한 내용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끄러움으로 자살까지 시도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우석을 통해서 올바른 판단을 하길 바란다.

 

세 번째 이야기 [너에게서 온 봄]은 사랑하는 여자친구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준혁의 이야기이다.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뒤늦게 집착이었음을 알게 된 준혁의 이야기가 서툰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네 번째 이야기 [늑대의 고백]은 우리가 흔히 느끼게 되는 감정을 지유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보이고 더 예뻐보이고 싶어진다. 그런 지유의 모습이 에쁘고 풋풋하게 보여지는 작품이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아무리 그래도 너 자신까지 다 잃어버릴 정도면 무슨 소용이 있냐? 먼저 너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지. 네 몸을 누구에게 만족시킬 대상으로 만들면 넌 끊임없이 몸을 변화시켜야 해. 그리고 네 몸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너 자체도 좋아할 사람이 아니야. 그런 남자 친구라면 안 만나는 게 좋은 거 아니야? 친구야, 넌 너 자체로도 이미 멋지다고." (본문 157p)

 

4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우리 아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미사여구로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위안을 주고, 자신의 고민에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도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우리 아들에게 이 책을 건네줘야 할 듯 싶다. 부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들을 이 책을 통해 위로받기를 바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