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가시를 말다 단비어린이 문학
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사춘기를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내 자녀의 사춘기를 마주하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고민을 하고 말을 건네지만, 사춘기 아이에게는 부모의 그 어떤 말도 잔소리로 들리는 탓에 오히려 어긋나게 마련이죠. 다행이도 사춘기에 대해 다룬 이야기를 읽다보면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어 자주 접하게 되지요. 단비어린이 《고슴도치, 가시를 말하다》는 각양각색의 사춘기 터널을 지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모음집입니다.

 

표제작인 [고슴도치, 가시를 말하다]를 2013 황금펜 문학상 동화부문 당선작으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지은이의 이야기입니다. 머리카락이 유난치 뻗쳐 고슴도치 같다며 또치, 워낙 부산스러운 탓에 사고 치기가 일쑤인 사고뭉치여서 어릴 때부터 '또치뭉치'라 불린 지은이는 5학년이 된 지금 그 고슴도치가 가슴속에 자리잡은 듯 했어요. 엄마가 따발총같이 잔소리를 쏘아 대면 고슴도치는 화가 나서 지은이의 심장을 닥치는 대로 찔러 댔죠. 아프게 꼼질거리는 고슴도치를 건드려 대는 엄마가 미웠어요. 엄마는 지은이에게 사춘기라고 했지만, 요즘 도깨비처럼 뭔가에 홀려 있는 듯한 엄마를 보면 지은이는 엄마가 사춘기가 된 것 같았어요. 엄마 때문에 잔뜩 화가 난 지은이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지적을 받기도 하고 학원을 빼먹기도 했어요. 엄마와 아빠가 이혼 후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날, 아빠는 엄마보다 훨씬 젊고 예쁜 여자를 소개하고 싶다고 데리고 오셨어요. 그러자 지은이는 사춘기 동무 엄마를 달래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2015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인 [달려라, 불량 감자]는 쌍둥이 나연이 이야기입니다. 1분 차이로 언니가 된 가연이는 우월한 유전인자를 죄다 싸서 세상으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가연이는 사람들에게 항상 비교되어 왔어요. 모든 것이 우월한 우등인자 가연이와 같은 반이 되어 비교가 되는 것은 굴욕이었어요. 같아질 수 없으니 '삐뚤어질 테다'를 연발하게 되었죠. 가연이보다 나은 건 딱 하나, 건강하다는 거죠. 약한 가연이는 모든 관심의 중심에 있었어요. 나연이는 요즘 들어 가연이에게 더 많은 짜증을 냈어요. 어느 날, 아빠와 엄마는 이모할머니게서 위독하신 탓에 가시게 되고 가연이와 나연이만 남게 되었어요. 그런데 가연이가 많이 아프네요. 자신은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나연이는 달리기를 잘하고, 가연이를 업고 뛸 수 있을 만큼 등짝도 넓고 힘이 센 자신이 너무 대견했답니다.

 

2014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작 [예민한 아빠]는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서령이의 이야기에요. 예민한 아빠의 결벽증은 친구들도 인정할 정도에요. 그런 탓에 서령이는 혼자 견디는 것에 익숙했지요. 아프거나 고민이 생겨도 그저 버티거나 꾹 참았어요. 그런 서령이가 아침에 일어나 시트 위의 선명한 핏자국을 보자 생각지도 않은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왔어요. 혼자 여자가 되는 준비를 해야 하는 초등학생의 인생이 외로웠고, 사진 속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었죠. 그러다 서령이는 아빠에게 진심이 담긴 말을 듣게 됩니다.

 

[오카새의 노래]에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곁을 지키지 못했던 아빠가 요양원 봉사를 다니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한테 효자인 척 하는 아빠가 불만스러운 이진이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아빠가 가수가 된다고 음반을 만드는 탓에 암을 일찍 발견하지 못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자신의 꿈이 가수라는 것을 말하지 못한 은효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달팽이도 멀미해] 그 밖에도 [나도 카멜레온]은 엄마를 변신의 명수로 생각하는 효은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서로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관계를 회복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야말로 '소통'이 아닐까 싶어요. 부모의 말은 다 잔소리라 말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쓸데없는 말이라 치부하는 부모 사이의 관계 회복의 시작은 소통이며, 그 소통의 방법은 이 책의 여섯 편의 이야기에서 알려주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에요. 그들을 들여다보면 우리 아이들의 생각이나 관심사 등을 엿볼 수 있기에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한층 도움이 되는 듯 해요. 아이들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고 위로받겠지요. 그러다보면 한뼘 더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랍니다.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는 책이었어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꼭 읽어보길 권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