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건설국과 거대 시계 단비어린이 문학
김종렬 지음, 김숙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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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위기는 내일의 문제가 아니야. 이미 일어나고 있는 재난이지. 이제 선택과 결정은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하나뿐인 지구가 망가지면 가장 위험한 건 바로 사람들이니까." (본문 109p)

환경오염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리 얘기해도 부족한 듯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각종매체에서 환경오염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또한 환경 문제는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래서 단비어린이 《공간건설국과 거대 시계》에서는 판타지 형식을 빌어 우리 아이들이 지구의 위기를 간접적이나 체험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답니다.

 

현모네 집에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낯선 방문객이 찾아왔어요. '지구관리위원회 공간건설국 기술자'라고 자신을 밝힌 방문객은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숫자를 보여주며 현모네 가족이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공간을 관리하느라 지출된 비용을 내라고 합니다. 현모네 가족이 해바리기 마을 안에서도 가 보지 않은 곳, 걷지 않은 길, 밟지 않고 방치한 공간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현모네 가족이 그동안 자주 이용하는 공간에서 가족 오염이 반복적으로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기에 현모네 가족이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 공간을 처분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자주 이용하는 각각의 공간을 더욱 늘려줌으로써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배채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래요. 공사 비용은 무료이지만, 공사를 거절할 경우 계산기 속의 긴 숫자의 비용을 내야하기 때문에 현모네는 어쩔 수 없이 공사를 허락합니다. 망치질 하나 없이 끝난 공사는 겉으로 보기엔 달라진 게 없어 보였어요.

 

낯선 방문객이 찾아간 곳은 현모네 집 뿐이 아니었어요. 그들이 왔다가 이후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이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현모엄마는 주방이 늘어난 듯 했고, 현모아빠는 쇼파가 넓어져서 좋아했어요. 누군가는 거실에서 안방까지 2시간이 걸렸으며, 3층 계단을 걸어서 올라간 학생은 학원 수업이 다 끝나서 그냥 돌아오기도 했대요. 며칠 후, 공간건설국이 해바라기 시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던 공사가 마무리되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몹시 기묘하고 터무니없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강변에 있는 해바라기 스타디움의 절반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해바라기시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다리가 사라진 거에요. 뿐만 아니라 차들이나 사람들이 마치 영화 속 느린 장면처럼 움직이고 있었어요. 현모의 엄마와 아빠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현모만은 멀쩡했지요. 현모는 집으로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가 다시 멀어지자 복도로 나왔다가 기술자와 마주치게 되고 자신에게 다가오자 뒷걸음을 쳤어요. 다행이 중절모를 쓴 노신사로 인해 상황은 모면되었어요. 노신사는 '공간감찰국 비밀 요원'으로 기술자들이 현모의 공간을 공사하지 않은 탓에 현모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멈추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느린 공간에 가두는 게 낫다. 하지만 공간 나무도 완벽하지 않아. 공간이 가스로 오염되면 갇힌 사람들도 위험을 피할 수 없어. 그래서 위원회는 경고하는 걸 선택했지. 공간 시계는 지구의 시간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리기 위한 거야." (본문 149p)

 

이제 현모는 느린 공간을 왜 만들고 있는지, 기술자들은 왜 공간을 빼돌리고 있는지, 노신사는 왜 기술자를 쫓고 있으며 기술자를 잡기 위해서는 현모가 왜 증인이 되어야하는지를 특별한 모험을 통해 알아가게 됩니다. 현모가 노신사를 따라, 때론 기술자를 따라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우리는 인간의 욕심과 편리함으로 만들어 낸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한 지구의 위기를 실감하게 됩니다. 지구의 위기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 위기를 늦춰갈 수 있을 거에요. 조금은 무시무시하게 그려진 이야기지만, 정말 지구의 위기를 절감하게 되네요. 지금부터라도, 나부터라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 작은 시작이 내가 사는 지구를 구하는 길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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