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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두부, 일본을 구하다 ㅣ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유영주 지음, 윤문영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3월
평점 :
제가 좋아하는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시리즈에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네요.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상작'인 《조선의 두부, 일본을 구하다》는 낯선 나라에서 들풀처럼 살다 간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작가는 오래전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두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두부가 일본으로 전해지게 된 건 조선시대였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두부를 전해 준 이는 다름아닌 임진왜란 때 끌려갔던 조선인 포로들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일본에서 만난 두부는 우리가 알던 말랑말랑한 두부랑 달랐고, 크기는 주먹만 하고, 단단한 치즈 덩어리 같았답니다. 왜 저렇게 돟그랗고 단단하게 만들었을까?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통해 '당인정 두부'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왜 그동안 우리가 이런 역사의 한 부분에 대해 알지 못했는가에 대해 안타까웠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멀리멀리 이 이야기가 전파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임진왜란 때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가게 된 소년 두식이의 이야기입니다. 5년 전 장에 간 날 왜군들의 소총에 맞고 손쓸 새도 없이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아버지는 몇 달째 산 아래 곰내 읍성에서 왜병들과 싸우고 있지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온 백성이 낫과 창을 들고 일어선 것이에요. 석두는 할머니와 함께 사나흘에 한 번씩 두부를 만들어 내려보냈어요. 성을 지키던 사람들에게 할머니가 만든 두부는 고기만큼 든든하고 힘이 났으니까요. 아침일찍 석두는 할머니와 함께 두부가 든 대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길을 나섰습니다. 넉넉할 때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 준 박 대감네 집 손자 원이도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읍성으로 가는 내리막길 끄트머리에서 예사롭지 않은 함성이 들려왔고 읍성이 무너지고 말았지요. 모두들 석빙고로 몸을 피했고 할머니가 만든 두부로 요기를 하며 버텼지만 아버지와 마을 장정들은 왜병의 칼에 찔려 하나둘 쓰러져 갔지요. 결국 할머니와 석두, 대감과 아들 박인겸 그리고 손주들, 마을 사람들은 왜병의 포로가 되어 배를 타고 일본에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여드레 만에 고치성에 도착하자 왜병들은 무사들의 집을 지날 때마다 조선 사람들을 하나둘씩 딸려 보냈고, 나머지 사람들은 성으로 끌고 갔어요. 두부를 만들 줄 아는 할머니와 석두는 성에서 두부를 만들게 되었고, 박인겸의 아이들은 투구장수 와카가미의 양아들과 딸로 삼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할머니와 석두가 만든 두부를 좋아했고, 와카가미는 박인겸에게 땅과 녹봉을 주며 자신의 아들 모리를 부탁했죠. 얼마 뒤 전쟁은 끝났지만 이들은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와카가미가 전장에서 죽은 탓에 새로운 성주가 오게 되었고, 박인겸과 할머니, 석두는 성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녹봉도 받지 못하고, 그동안 받은 녹봉까지 내 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박인겸은 두부를 만들어 갚기도 하고, 거울처럼 깨끗해서 경천이라 부르는 허름한 움막에서 새생활을 시작합니다. 박인겸은 흩어져 있는 조신인들을 모아 조선인 마을을 세우기로 합니다. 그렇게 고치 여기저기에서 비렁뱅이로 살던 조선인들을 데려와 물구덩이 땅을 메우고 풀을 뽑았어요. 두어 달 뒤 나무로 지은 움막이 한 채 두 채 생겨났고 어느 새 경천의 오른쪽 터가 번듯한 조선인 마을이 되어 갔지요. 박인겸은 이곳을 '당인정'이라 이름 지었고, 산비탈을 개간했고 큰일이 닥칠 때마다 힘을 모아 헤쳐 나갔어요. 무사가 되겠다고 떠난 원이도 돌아왔지요. 당인정의 두부는 인기가 좋았어요. 이들은 조선인들 뿐만 아니라 먹을 것이 없는 일본인들에게 나눠주면서 그들을 돕기도 했어요. 많은 왜인들이 할머니와 석두의 도토리묵을 쑤는 법을 배우면서 굶어 죽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었답니다. 전장에서 오랫동안 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두부를 만들고, 아픈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두부를 만들었던 석두로 인해 일본의 두부가 시작된 것입니다.
포로가 되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할 일을 해나가며 당인정 두부의 제조자로 우뚝 서게 된 석두의 이야기는 조선의 따뜻함과 민족의 얼을 느끼게 합니다. 이 두부가 여전히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포로였음에도 불구하고 궁핍했던 왜인들까지 감싸안았던 조선인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동화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역사를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힘겨운 상황속에서도 왜인들까지 감동시킨 강인한 우리 선조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석두의 용기가 깊은 감동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