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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눈물 ㅣ 단비어린이 문학
정해윤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0월
평점 :
우리에게는 행복, 슬픔, 기쁨, 불행 등 다양한 감정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강요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슬픈 감정에 너무 오랜시간 빠져있는 것은 좋지 않지만, 슬픔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컷 울고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봤을테니까요.눈물, 웃음이 적은 사람은 뇌의 노화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이 온다고 하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감정표현을 강제로 없앤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비어린이 《달의 눈물》은 먼 미래에 눈물 금지 주사를 맞고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눈물은 아편이다!" (본문 9p)
백여 년 전,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사람들은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속수무책 죽어 가자 슬픔과 절망으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탈과 폭력이 이어졌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울부짖었지요. 지구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때 겸이 할머니가 눈물 금지 주사를 개발했어요. 주사는 각종 뇌혈관 치료는 물론 슬픔에 빠진 인류를 구했어요. 주사로 슬픔을 잊은 사람들은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눈물 금지 주사를 맞고 안 맞고의 선택은 자신의 의지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파이시의 수장인 럼프는 눈물 금지 주사를 강요하고 있었죠. 오늘 겸이는 사람들의 일상을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보건 담당 헬퍼에게 눈물 금지 주사를 맞았어요. 하지만 친구인 리아는 학교에 오지 않았죠.
"겸아, 눈물은 아편이 아니야. 오히려 눈물 금지 주사가 슬픔을 망각해 버린 인간을 병들게 하는 마약이래." (본문 12p)
눈물은 구호를 외칠 때 외에는 금지된 말이었지만, 리아는 거리낌없이 이런 말을 하곤 했어요. 그러다 결국 눈물 금지 주사를 거부한 리아네 엄마 아빠가 잡혀가게 되고 리아가 혼자 남게 됩니다. 방역 책임자였던 겸이 엄마가 리아 부모님이 끌려가는 걸 보게 된 거죠. 할머니와 겸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리아는 데려오고 '리아 부모님 구출 작전'이라는 비밀 결사대를 조직하게 됩니다. 리부구의 조직원은 겸이와 리아, 그리고 겸이와 리아네 로봇인 로보와 알로였으며 할머니는 총책임자였어요. 그러던 중 리아네 부모님이 강제 노역장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구출하는 건 쉽지 않았죠.
"인간을 고통에서 구한 것은 축복이었지만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아……."
겸이는 할머니가 맺지 못한 말의 뜻을 헤라여 보려 애썼다. 그러니까 저주는 다름 아닌 눈물 너머의 것,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뜻인 듯했다. 슬픔과 함께 찾아오는 눈물의 의미! 겸이는 그걸 알지 못했다. (본문 95p)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로봇은 눈물 금지 칩을 원하고 있었어요. 결국 눈물 금지 칩을 원하는 로봇과 눈물 금지 주사를 강제 거부하는 노역장에 수용된 사람들은 함께 시위를 하게 되고 리아 부모님이 시위에 앞장선다고 합니다. 겸의 할머니가 잡혀가고 달이를 임신한 엄마와 함께 리부구가 할머니와 리아 부모님을 구출할 준비를 합니다.
겸이는 울고 있는 리아를 위로하지 않았다. 대신 '흐흑' 하고 갚이 울었다. 꿈속에서 아빠와 함께 찾아오던 것이었다. 겸이는 속에 쌓인 것들을 모두 쏟고 나자 가슴이 후련했다. 하지만 겸이의 눈에서는 아직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할머니, 살 것 같아요."
속울음을 토해 낸 겸이의 눈자위가 빨갰다.
"우리가 그동안 잃고 살았던 게 바로 이거구나……." (본문 149p)
먼 미래를 배경으로 감정억제라는 소재를 통해 감정을 알고 표현한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의미있는 동화책이네요. 미래의 모습을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생생한 느낌을 주고 있어 마치 영상을 보는 듯 합니다. 이제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 나가야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 우리 어린이들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컨트롤하는 것의 중요성을 겸이를 통해 깨닫게 될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