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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된 소년 ㅣ 단비청소년 문학
김근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1년 6월
평점 :
책제목이나 표지삽화도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지만 뒷 표지에 적힌 문구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책인 듯 하다.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도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 문구에 서둘러 책을 펼쳤다.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였지만, 짜임새있는 스토리로 인해 몰이해서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학교 폭력 위원회에서 단우의 이야기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진실과 상관없이 위원회는 단우를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를 보듯 했다. 자신을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사람들 앞에서 허울 좋은 악다구니라도 해 줬으면 좋을 엄마는 진짜 죄인을 둔 어머니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다. 단우는 실종된 동료를 찾기 위해 다시 히말라야를 간 아빠가 실종된 이후로 온종일 시체처럼 누워 있는 것도 모자라 몰래 훌쩍거리는 무기력한 엄마가 못 마땅할 뿐이다. 담임은 자신의 어린시절과 닮은 단우를 바로잡아보려 하지만 오늘도 단우는 교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렇게 한옥마을 거리를 골목골목 따라 걷다가 초록바위 진혼제가 열리는 것을 보게 되자, 단우는 혼에 뒷덜미를 잡힐 듯한 두려움 탓인지 팔목에 찬 묵주가 손목을 죄는 느낌이 들었다.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 곤지산에 간 단우는 우연히 자신과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를 보게 된다. 녀석은 겁에 질린 얼굴이었고 창백하다 못해 파리했으며 머리는 감지 않아 헝클어진 데다 덥수룩했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단우는 잠시 만난 그 녀석이 신경 쓰였고 그를 찾기 위해 다시 산으로 향했다. 다시 만난 녀석의 배는 훌쭉하다 못해 등가죽에 붙어 버릴 것 같았고 볼도 쏙 들어가 해골같아 보였다. 녀석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단우의 손목에 찬 묵주팔찌와 비슷한 걸 손목에 찼던 것은 기억했다. 그렇게 단우는 녀석을 만나러 다녔고 녀석이 병인박해 때 순교했다는 것과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일들 그리고 죽어서도 저승을 떠나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이곳 곤지산에 머물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가지 말라고 매달려도 히말라야를 갔던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단우는 녀석을 만나면서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가게 되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여 간다. 신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잃지 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단우는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나를 잃지 않고 사는 것이다." (본문 186p)
신념을 지키는 일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한다는 아빠와 산에서 만난 유령이 된 소년 홍의 이야기를 통해서 단우는 아빠를 이해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른인 나조차도 신념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홍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서 신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게 된 듯 하다. 신념이라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일 게다. 그 신념을 버린다는 것은 자신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고로 신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앞서는 것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우와 엄마의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흐믓하게 보여져서 마음에 쏙 드는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청소년들은 친구, 환경적인 요소로 인해 한없이 흔들리게 된다. 그 흔들림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바로 신념일게다.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