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비타 단비어린이 문학
은정 지음, 이여희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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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 제목입니다. 표지 삽화를 보니 왠지 재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하게 하지요.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총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요.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껍찔을 깨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묵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표제작 [뉴런비타]는 반전을 가진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나나가 학원을 또 빠질까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나나는 기분이 상합니다. 앞장서서 가는 엄마를 쫓아가며 나나는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그러자 갑자기 지진이 나더니 순식간에 엄마와 나나를 덮쳤어요. 나무에 깔린 엄마의 다리를 보며 나나는 큰소리로 울어보지만 누구하나 도와주지 않았죠. 그때 나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나나는 지진이 나기 전 엄마가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상황으로 되돌아 와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진을 피할 수 없었고 엄마를 구하지 못하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엄마가 교문에서 나나를 기다리는 상황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하지만 지진은 여전히 피할 수 없지요. 나나의 이런 급박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였습니다. 반전은 있지만 그 반전이 너무 섬뜩한 이야기였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감정까지 통제한다는 이야기였는데,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부모라는 명목하에 자녀를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듯 했지요. 섬뜩하면서도 부모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수수께끼 내기] 역시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이는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소재와 닮아있지만 그 과정이나 결말이 너무도 다르죠.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이 이야기에서도 AI가 인간을 정복하려고 합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지식과 방대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로봇 형을 가진 민우는 수수께끼 내기를 좋아합니다. 로봇 형에게도 수수께끼를 내곤 했지요. 민우의 엉뚱한 수수께끼에 로봇 형이 멈춰버렸던 기억을 더듬어 민우는 AI에게 수수께끼를 냅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리는 AI의 발달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방대한 지식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민우의 수수께끼 하나도 풀지 못하는 AI라면 인간을 정복하긴 어려울 듯 보이네요. 재미와 재치를 가진 이야기로 우리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이야기였습니다.

 

 

[할아버지의 노래]는 정호와 할아버지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에요. 바쁜 엄마 대신 정호를 보살펴주고, 정호의 편이 되어주고, 정호가 가진 변비의 고통을 알고 노래를 불러주던 할아버지가 이제 편찮으셔서 입원을 하게 되었네요. 퇴원을 했지만 여전히 할아버지는 편찮으시고 정호처럼 변비가 생겼어요. 정호는 할아버지처럼 노래도 불러드리고 할아버지의 곁을 지켰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정호의 곁을 떠나게 되고 슬퍼하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아픔을 이겨내고 성장합니다. 할아버지와 정호의 우정이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다시 내가 되는 주문]은 아빠를 떠나보낸 서윤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빠가 떠나고 엄마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자 서윤이는 더 힘겨워집니다. 하지만 슬퍼하는 엄마를 보며 소윤이는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고, 대신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슬픔을 표현하게 되지요. 엄마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슬픔으로 인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네요. 또한 엄마의 슬픔을 보며 혼자 삭혀야했던 소윤이의 마음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요? 두 사람의 아픔이 너무도 안타깝게 그려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소윤이가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하게 되네요.

 

[길 위에서] 역시 아빠의 부재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 아빠의 부재가 엄마 탓인거 같은 연재는 엄마의 말이 모두 잔소리인 것만 같아 싫습니다. 이번 여행 역시 엄마에 이끌려 오게 된 거죠. 사람들이 많아지자 엄마는 연재의 손을 잡지만 연재는 그 손을 뿌리치네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한다는 엄마의 잔소리를 흘려들었더니 결국 일이 터지네요. 그렇게 두 사람의 다툼이 시작되었고, 연재는 엄마나 똑바로 살라고 소리를 칩니다. 그러자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똑바로 사는 길을 모르겠다고 하네요. 엄마의 입장이 십분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었지만 여전히 처음 엄마가 되고, 처음 겪는 시간들이라 어른들도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 서툴고 힘듭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부모의 마음을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 거 같네요. 물론 부모 역시 연재를 통해 아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에요.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따뜻함과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부모는 또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네요. 우리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늘 강조와 강압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표제작 [뉴런비타]는 특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랍니다. 

 

(이미지출처: '뉴런비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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