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다가오지 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5
에릭 월터스 지음, 김선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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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다 같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잡담을 나누다가, 아빠 엄마를 꼭 안아 준 뒤 잠자러 가던 날들이 그리워졌다. (본문 48,49p)

 

2020년도 불과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유난히도 힘들고, 지치고, 지겹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참 잘 견디며 한 해를 보내고 있다싶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19로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던 일상들을 배앗기고 말았다. 대신 매일매일 바뀌는 확진사 수를 확인하게 되고, 누군가의 기침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을 기피하게 되는 요즘의 하루하루가 새로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대는 안전 안내 문자가 마치 스팸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제는 그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져 가는 듯 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학교에 입학하는 대신 집에만 있어야 했는데,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중학교 졸업식은 부모없이 간결하게 진행되었고, 고등학교 입학은 온라인으로 대신해야했다. 축하받아야 하는 시간을 의미없이 보냈다. 뒤늦은 입학 후에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었고 간혹 등교하더라고 마스크를 낀 채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친구의 얼굴도 알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삶이다. 그저 이 일이 웃픈 이야기거리가 될 수는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가까이 다가오지 마》라는 책 제목과 마스크를 쓴 소녀의 표지만으로도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짐작케 한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새삼 2011년에 개봉된 바 있는 《컨테이젼》이 관심을 받게 되었고, 나 역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이는 영화가 아니라 마치 현 코로나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이라 하기엔 그냥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 아이들의 심정이 잘 담겨져 있다.

아이작, 퀸, 제나는 페르난데스 선생님과 함께 몇 주 후에 있을 봄 댄스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헌데 교장선생님이 페르난데스 선생님을 찾았고, 곧이어 긴급 전체 조회가 열렸다. 모레부터 있을 봄방학은 내일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봄방학에 이어 3주 동안 휴교를 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정책 중 하나였다.

 

아빠가 의사인 탓에 퀸은 이미 들어서 지금의 상황이나 정부에서 검토 중인 정책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는 비현실적이었다. 아빠는 오랜 시간 병원에서 근무해야했고, 가족의 안위를 위해 퇴근 후에도 지하층에서 혼자 지내야했으며, 은행에 다니는 엄마는 재택 근무를 시작했다. 퀸의 옆집에 사는 아이작은 길가에 빗금들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현재의 생활이 감옥에 있는 듯 하여, 죄수들이 날짜를 표시하는 것처럼. 그리고 점차 아이들은 2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만나는 새로운 규칙에 익숙해져 갔다.

 

나는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원래도 그다지 붐비지 않는 한적한 길이지만 오늘은 그야말로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심지어 달리는 자동차도 없었다. 마치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 속 같았다. 좀비만 빠져 있을 뿐이었다. (본문 59p)

 

이 소설은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규칙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냈으며, 상승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곳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의 힘든 상황과 현실도 담아내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암담한 현실속에서 이 소설은 곧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 함께 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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