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아이 13호 라임 청소년 문학 43
알바로 야리투 지음, 김정하 옮김 / 라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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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는 인류를 말살하려는 기계들과 그에 맞서는 인간들의 전투를 배경으로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SF영화로 영화사에 새 장을 연 시리즈로도 손꼽히는 작품이다. 나 역시도 흥미있게 봤던 영화로 그 당시 기계와 인간의 전투라는 설정이 꽤나 신선했었다. 하지만 이후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이는 단지 영화 소재가 아닌 현실화 될 수 있는 부분으로 다가오면서 왠지 섬뜩한 느낌을 준다. 라임 《남극의 아이 13호》는 알바로 야리투 작가의 첫 번재 청소년 소설로 영화《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인공 지능의 양면성을 예리하게 짚어준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인간과 기계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지구 전체가 파괴될 위기에 닥친다. 이에 인공 지능 네트워크와 국제 연맹 양측은 코스타리카 협정에 따라 이 전쟁을 그만두게 된다. 전쟁으로 문명은 몇 세기 뒤로 후퇴했고, 제대로 발전하려면 인간과 기계가 힘을 모아 함께 일해야 했지만, 이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열 다섯 살의 엑토르는 이 전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 사람들은 엑토르가 국제 연맹군에서 가장 뛰어난 전쟁 영웅이었던 아버지 에드워크 네드 카펙의 뒤를 따르길 원하지만 엑토르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다. 부모를 잃은 엑토르는 인간 공학에 미친 이모와 살고 있는데, 과학 기술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통치하는 국제 연맹 사회에서 두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지구상에서 유일한 중립 지역인 남극에서 국제 연맹 측과 인공 지능 네트워크 측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모와 엑토르는 남극으로 이주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인간 공학 연구소를 차리는 것이 꿈이었던 이모는 '톨레도 인간 공학 연구소'를 차렸고, 엑토르는 이전 학교와는 달리 기계가 수업을 하는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인간 살상 기계인 13호가 연구소에 침입하게 된다. RN-13 FRAM C2는 평화 협상과 함께 파괴되어야 했지만, 새로운 목표를 찾기로 하고 네트워크에서 도망치다가 에너지 세포를 충전하기 위해 이모네 연구소로 들어온 것이다. 이모는 13호에게 프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13호를 고쳐주기로 한다. 위험한 일이었기에 엑토르는 반대했고, 프람과 엑토르는 티격태격한다.

 

남극은 중립지역이지만 국제 연맹 내의 급진적인 사람들은 너무 늦기 전에 기계들을 죄다 파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들은 러다이트, 즉 인간 해방군으로 활동했다. 공식적으로 얼굴을 결코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들의 지도자인 러다이트 장군은 전 세계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꽤 많이 있었다. 엑토르와 프람이 쇼핑센터에 방문하던 날, 러다이트는 보안 로봇을 공격하고 전 세계를 해방시킬 자신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프람이 위기에서 엑토르를 구해주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진척을 보인다. 허나 러다이트가 연구소를 공격하면서 엑토르와 프람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고, 엑토르가 러다이트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내 사전에 의하면 '공존하다'라는 말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산다'는 의미야. 내가 관찰한 바로는, 02 도시에서 인간들과 기계들이 함께 어우러지지 않고 분리된 채로 살아가고 있어." (본문 102p)

 

《남극의 아이 13호》는 이렇듯 인공 지능의 능력이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공 지능 발달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듯 인간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활을 위기로 내몰 수 있음에 대해 많은 이들은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존재하고 있다. 인공 지능의 발달로 인한 우려는 현재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통해 그 문제점을 인식시킨다. 이에 작가는 이 소설에서 공존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듯 보인다. 평화협정을 통해 보여지는 공존의 모습이 그려냄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인공 지능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것인지를 제시한다. 우리가 갖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엑토르와 프람의 우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보여주는 참된 공존의 모습이 바로 우리 미래의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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