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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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도 으스스하지만, 표지 디자인이 더 오싹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수저 위에 자리잡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형상은 현 우리의 밥상이 그만큼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사실 그동안 우리가 먹는 식재료에 대한 우려는 늘 있어왔던 문제이다. 화학첨가물이 가득한 가공식품, 농약으로 재배된 채소, 유전자 조작으로 재배되는 과일, 인공수정으로 자란 동물 등 우리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눈감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더 이상은 눈 감아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번쩍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가 두려운 것은 이미 우리가 외면함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를 파괴시켜 왔다는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인간이 먹거리를 찾아 야생을 파괴하는 바람에 낯선 바이러스들이 불려 나와 세상을 침몰시키고 있다. 혼돈의 밥상이 혁명적으로 개성되지 않고는 인류 미래에 희망이 없다. (표지 中)

 

오늘날 우리의 식탁은 풍요로움과 화려함을 가지고 있지만 이면에는 모순과 허허로움이 자리잡고 있다. 그 모순 속에서 우리는 비전염성질환에 노출되어 있다. 성장촉진제를 쓰거나 양액을 집중 공급해 억지로 늘려 키운 과일, 돼지와 소의 수컷들은 거세를 당하고 연일 사료 먹고 살코기와 비계만 불리는 동물 기계로 전락하였으며, 단기간에 살집 잘 부풀리는 생물체로 형질이 전환된 닭,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상당수가 중성화가 된 물고기, 뿐만 아니라 식품의 맛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오만가지 화학 첨가물을 사용한 가공식품 등 우리의 식품은 혼돈 투성이가 되었다. 그런데다 인간이 숲을 들쑤시는 바람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졸지에 인간 세계로 불려 나오는 상황이 되었으며, 코로나19에 이은 바이러스의 공습은 이제 본격화 될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코로나19와 같은 무서운 전염병의 공습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질병 바이러스의 기세가 백신 개발로 꺽인다 해도 다른 변종들이 나와 지구촌에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사태가 그 지경이 치닫기 전에 인류는 사고와 행동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식품의 획득 및 소비와 관련한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혼돈의 밥상으로 인한 인류 종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문 9p)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고 있다. [PART 1 선악과를 따는 사람들]에서는 현대판 선악과를 양상하는 농헙 생산 현장의 실태를 지적하고 있고, [PART 2 생명 안테나 부러지다]에서는 산업동물 생산 현장의 비윤리적이고 무모한 사육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PART 3 '혼돈의 밥상'과 질병]에서는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식탁 관련 전염성질환과 비전염성질환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또한 [PART 4 식탁의 불편한 진실들]에서는 밥상 위의 부정적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PART 5 '질서의 밥상' 제안]에서는 '혼돈의 밥상'을 거두고 '질서의 밥상'을 차릴 수 있는 5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애써 외면해왔던 사실들을 접한다는 것은 상당히 두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먹거리들이 끊임없이 밥상에 오르고 있는 지금 이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해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며, 저자는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자 애쓰고 있다.

 

화학첨가물, 트랜스지방, 항생제, 농약, 염산, 환경호르몬으로 가득한 식탁에서 저자는 신자연주의 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자연주의 밥상은 '도시'에 '자연'을 담는 것으로 제철 천연 밥상은 신자연주의 식이철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녹색, 빨강, 노랑, 백색, 검정색을 지닌 오색오미 밥상을 지향한다. 또한 농산물우수관리제(GAP)나 이력추적제, 해썹(HACCP) 등을 통해 품질이 인증된 농수산물들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종말의 밥상'을 '생명의 밥상'으로 바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데서 비롯된다. 그 시작은 이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할 수 있는 이 책을 읽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달고, 고소하고,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그 '입'이 문제다. 그리고 영특한 척하는 그들의 생각과 얕은꾀가 문제다. 그 바람에 현대인은 저마다 꿀통 속에 빠진 곤충 신세가 됐다. 인간 곤충은 달콤한 맛에 도취해 아직도 꿀통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발은 점점 더 꿀 속으로 질펀하게 빠져 들어간다. 굴이 죽음의 뻘밭으로 돌변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밥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분문 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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