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 푸르던 날에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김현희 지음 / 단비어린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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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게 웃는 아이들 뒤로 군인들이 탄 탱크가 보입니다. 대조적인 모습이 담긴 표지와 책 제목만으로도 이 책은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직잠하게 됩니다. 5월 민주화운동은 영화, 책, 드라마 등의 소재가 되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건입니다. 요즘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정치에 참여하고 있지만,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독재에 맞서며 자유를 얻기 위한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지요. 이 자유를 위한 투쟁에 바로 5.18 민주화운동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비추어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미지는 무자비한 학살, 철저한 조작과 은폐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은 어떤 이미지이며, 그 시절 열세 살 소년에 비추어진 광주의 모습은 어떨까요? 궁금증에 서둘러 책을 펼쳐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열세 살 소년인 만성이와 대길이입니다. 만성이는 경찰서장으로 발령받은 아빠를 따라 광주로 내려온 서울 아이로 탱크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반면, 대길이는 만성이네 집 아래채에 사는 광주 토박이로 구슬치기 왕입니다. 전학을 온 후 좀체 적응하기 힘들어 서울로 가고 싶어하는 만성이는 늘 대길이와 투닥거리지만 두 아이는 어느 새 친구가 되지요. 두 아이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광주는 아주 평온하기만 합니다. 5월은 구슬을 치고 뛰어놀기에 아주 좋은 날이었으니까요. 가끔 하늘에게 삐라가 내려오고, 학교에는 반공 방첩 포스터가 붙고, 라디오에서는 경찰이 폭도를 잡았다는 소속이 전해지고 있지만 두 아이에게는 구슬치기와 탱크가 전부였지요.

 

경찰이 불어 대는 호루라기 소리가 삑, 삑 들려왔다. 고용한 밤을 가르는 삑삑 소리는 묘한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 저녁이 되면 활개를 치고 다니는 폭도를 때문이라고 만성이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빨갱이들이 빨간 색이듯 폭도들은 검은 색이거나 회색빛을 띨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본문 169p)

 

어느 날 밤, 만성이는 창고에서 들리는 소리에 다가갔다가 선생님이 숨어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쉿, 만성아? 폭도란 말을 함부로 쓰는 게 아니란다. 폭도란 말은 정권을 자기 멋대로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는 몇몇 사람들이 붙여 놓은 말에 불과한 거야. 선생님은 광주가 위험하게 돌아가는 꼴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더라. 나쁜 놈들을 때려눕히는 게 선생님의 꿈이야. 자유를 억압하고 폭력으로 죄 없는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감금시키는 꼴을 더 이상 못 보겠단 말이다. 알겠냐?"

(중략)

"약속 꼭 지켜줘. 선생님은 이 도시가 폭력 없는 자유로운 빛고을 광주가 되어 너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길 바랄 뿐이야."

"그러니까 선생님, '자유로운'은 좋은 거죠?" (본문 172~175p)

 

이 책은 이렇게 열세 살 소년에 비추어진 당시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구슬을 치던 평화로운 아이들의 일상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누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아이들은 알지도 못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위해 남녀노소가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어린 아이들도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 역시 어른들의 옳고 그르다는 시선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가 또래의 주인공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정치적 참여와 자신의 뜻을 당당하게 밝힐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너무도 슬픈 이야기 《5월, 그 푸르던 날에》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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