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신호 단비어린이 문학
김명선 지음 / 단비어린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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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외계어 같은 글이 잔뜩 낙서되어 있는 표지 사진이 이 동화책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게 합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단비어린이《담벼락 신호》에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이웃, 친구 그리고 물건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산업화에 따른 물질적 풍요로 인해 사람들은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갖지 못하고, 사회적 변화로 인해 점차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가족, 이웃, 친구 등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다섯 편의 동화는 겨울처럼 차가워진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이야기랍니다.

 

 

표제작 [담벼락 신호]는 담벼락에 괴상한 낙서들에서 시작합니다. 어제 분명 다 지운 담벼락에 오늘도 낙서가 가득합니다. 어제 분명히 다 지웠는데 아빠는 기범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나봐요. 낙서를 다 지운 기범이는 친구와 만나기 위해 대문 밖으로 나왔다가 진지한 얼굴로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있는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를 발견합니다. 화가 난 기범이가 할머니를 향해 소리쳤지만 다음 날에도 할머니는 기범이네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며칠 뒤 아빠와 장을 보러 가려던 중에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사라져 평생을 찾아 다녔던 할머니는 아들이 쓰던 글씨를 연습해서 아들이 집을 찾을 수 있게 화살표를 그리고 , 아들한테 집으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는 사연이었죠. 사연을 들은 기범이와 아빠는 크레용으로 담벼락에 할머니네 집을 향한 화살표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잃어버린 아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 그런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고 담벼락에 화살표를 그리는 기범이와 아빠의 이웃에 대한 사랑이 재미와 감동으로 잘 버무려져 있네요.

 

 

[전기밥솥의 장례식]은 화자가 전기밥솥입니다. 5년이나 사용해서 이제는 망가져버린 전기밥솥은 버려질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봄이 엄마는 전기밥솥을 새로 사야겠다고 하시네요. 이에 찬장의 주도하에 전기밥솥의 장례식이 치뤄졌고, 봄이 엄마는 전기밥솥을 들고 나갔다가 자동차 키를 두고 온 탓에 집안으로 들어간 사이에 한 할머니가 전기밥솥을 가지고 갔네요. 누가 멀쩡한 밥솥을 버린거냐는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말이죠. 전기밥솥이 화자가 된 이야기는 새로운 시선으로 물건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줍니다. 이 밖에도 낡은 자전거의 이야기를 담은 [달려라, 왕번개!] 역시 물건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사업이 망하게 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 섬에서 살게 된 형제 이야기 [해적 강철]은 해적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침묵 게임]은 나와 다른 모습을 존중해야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입니다. 다섯 편 모두가 의미가 부여되어 있어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내용이네요. 사랑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동화입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기도 하기에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그 사랑을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이미지출처: '담벼락 신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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