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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은 광복선 ㅣ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김경숙 지음, 서영경.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1월
평점 :
지난 번 한 예능TV 프로그램에서 광복절을 맞이하여 두 MC가 독립운동가, 강제징용 피해자를 만나는 내용을 담아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강제징용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는 마지막 배가 침몰해 많은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맞다..그런 일이 있었지'라는 생각에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독립이 된지 벌써 10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일본에게 사과를 받지 못했으며, 일본은 지금도 우리에게 경제보복으로 또다른 전쟁을 시작했지요. 저는 비록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진 못했지만, 불매운동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건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네요.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던 조선인 8천여 명은 전쟁이 끝나면서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우키시마호에 올랐다가 많은 이들이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었는데, 단비어린이 《돌아오지 않은 광복선》을 읽으면서 이 사건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었네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사동화책이지만, 부모가 같이 읽어도 좋을만큼 그 역사적 사건이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1945년 8월 24일 해방과 더불어 고국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일본의 말만 믿고 기쁜 맘으로 우키시마호에 승선했다가 석연치 않은 배의 침몰로 억울한 죽임을 당한 8천여 명의 한국인 강제 징용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아직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현재도 유족과 시민 단체의 진상 규명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본문 10p 일러두기 中)
이 동화책은 우키시마호 승선을 시작으로 침몰까지 시간순으로 수록되어 있어요. 11살 재훈이와 친구 병구가 화자가 되어 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짐을 거의 챙기지 못하기도 하고, 배를 타기 위해 밤을 새워야 했지만 다들 고향에 돌아간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지요. 재훈이도 아빠와 함께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미나토 항에 도착했습니다. 재훈이 아버지를 동료로 인정해 주며 가깝게 지내 왔던 일본 사람인 요시오 아저씨는 일본 병사들이 못 미더워 고향에 돌아가지 않기를 권해보지만, 작업장에서 일하다 다친 뒤로 심하게 앓아 억지로 고향에 돌려보내진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재훈이는 서둘러 고향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올라탄 배의 갑판창고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그런지 답답한 냄새가 훅 끼쳤고, 갑판 특유의 쾨쾨한 냄새랑 땀 냄새, 주먹밥 냄새 등이 뒤섞여서 숨이 턱 막혔죠. 재훈이네는 병구 아줌마가 맡아 놓은 갑판 창고문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본 병사가 그랬어. 이리저리 치우치지 않게 하려고 자갈돌을 실은 거래. 기술적인 문제라고 하더라. 너는 자갈돌을 왜 실은 거 같은데?"
"그야, 개구리 다리에 돌멩이를 묶어서 연못에 던지면 말이지……." (본문 59p)
재훈이와 병구는 답답한 갑판창고를 벗어나 배를 돌아다니면서 배 안에 자갈이 많이 실린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두 아이는 일본 병사들의 수상한 행동, 배안에 떠도는 무서운 소문들을 쫓게 되고 조선인 출신 병사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렇게해서 배에 많은 양의 폭탄이 실린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요. 그렇게 폭탄이 터지게 되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악귀처럼 발버둥쳤습니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일본 정부가 일부러 배를 가라앉혔다는 증거도 함께 담아냈습니다. 앞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이웃나라로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애쓰게 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역사를 잊으면 안됩니다. 일본 역시 서로의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잡고 잘못을 뉘우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겠지요.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시리즈에서 이렇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자주 다루어주었으면 좋겠네요. 역사가 과거가 아닌 미래의 중요한 거울임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역사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지출처: '돌아오지 않은 광복선'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