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술, 한국의 맛 -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겁다
이현주 지음 / 소담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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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취미로 술 담그는 것을 좋아라한다. 열매, 버섯, 진피, 뿌리 등 생각지도 못한 재료들이 술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신기하여 만들다보니 이제는 중독수준이 된 정도. 무엇보다 시간이 술을 더욱 깊이있게 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술의 색이 점점 진해지는 걸 보는 것은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달달함이 좋은 복분자, 밤의 문을 연다는 야관문, 규합총서에 따르면 이 술을 마시면 300살까지 살고 아들을 30명까지 낳게 한다는 오가피 등 집에는 20가지의 술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술을 한 잔씩 마시는 즐거움은 다른 술을 마시는 것보다 두 배, 세 배가 된다. 비가 와서 한 잔, 맛있는 음식에 한 잔, 좋은 일이 있으면 그 기쁨에 한 잔. 술은 언제 누구와 어떻게 마시는지에 따라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렇게 술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 술에 관한 이야기에는 자동적으로 관심이 쏠린다. 이것이 내가 소담출판사 《한잔 술, 한국의 맛》을 읽게 된 이유이다.

 

(우리집 담금주)

 

이 책은 전통주라는 민둥산에 한 알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양조장 제품을 소개하는 형식을 빌려 그 속에 한국 전통중의 역사와 고문헌의 기록, 전통과 현대의 양조법, 그간의 국내외 전통주 홍보활동을 통해 경험한 시장의 반응을 담았습니다. (본문 12p)

 

 

《한잔 술, 한국의 맛》은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주부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양조장들이 선보이는 새로운 전통주들을 소개하며 술에 담긴 가치를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은 증류주, 약주, 탁주 크게 3장으로 분류하여 다양한 술을 소개하고 있다. 녹두전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감홍로는 아이스크림에 뿌려먹기도 한다니 요즘은 술도 다양한 방식으로 맛을 즐기게 된 듯 하다. 얼마 전 선물로 받은 진도홍주가 이 책에 수록되어 있어 참 반갑다. 색이 너무 예뻐서 마시기가 아까워 아직 맛조차 보지 못했는데, 저자에 따르면 오렌지 주스나 사이다 등의 음료를 가미해 먹으면 좋다하니 곧 맛을 봐야할 듯 하다. 전통 소주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안동소주, 그 술맛에 매료되어 스스로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서주는 팬들이 많다는 문배주, 막국수처럼 시원하면서도 담담한 면류나 장어구이 혹은 삼겹살 구이 등과 합이 좋은 미르, 입에 착 달라붙어 딱 한 잔만 마시고 멈추려면 애를 좀 써야 한다는 삼해소주, 오래된 찻집의 문지방을 넘는 듯한 운치 있는 향이 풍기는 술 송화백일주, 그 맛이 궁금하다.

 

 

술은 기분을 위해 마시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약용으로도 쓰였을 것이다. 병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도 쉬우니 집안에 내려오는 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우리 집 처방 술'도 존재하였을 것이다.

진달래는 거담과 진해, 즉 기침과 가래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천식과 기침, 기관지염의 치료에 쓰였고, 또한 혈액순환과 풍의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니 영랑 아씨의 애를 타게 했던 아버지 복지겸의 병은 이 진달래의 약성으로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진달래 술에 은행을 곁들여 먹음으로써 집안 대대로 이어질지 모를 이 병을 현명히 이겨내라는 신령님의 계시는 아니었을지. (본문 159p)

 

 

생강,계피, 울금, 꿀이 어우러져 청량한 느낌이 드는 술 이강주, 세상 설움에 마음에 멍든 날 맛과 향을 음히마녀서 천천히 즐기다 보면 마음의 응어리와 멍이 슬그러미 사라지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딘다는 죽력고, 한국 증류주 중 최고가의 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고운달, 한국의 사계절을 대표하는 진달래와 오미자, 솔잎, 국화로 풍취에 맛을 더한 술로 식전주에 좋다는 계룡백일주는 차갑게 마시면 화이트와인처럼 산뜻하고 깔끔한 여운을 준다고 한다. 제작년 여름에 산에서 따온 진달래로 만든 두견주도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좀더 깊은 맛을 위해 숙성시키고 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면천두견주는 쌀과 진달래를 함께 넣어 숙성했다고 한다. 앉은뱅이 술로 불리는 한산소곡주, 하얀 머리를 검게 하고 빠진 이도 다시 나게 만든다는 구기자로 만든 둔송구기주, 홍천의 특산물 단호박을 넣어 달과 같은 노란빛이 나는 만강에 비친 달 등 사진만으로도 그 진하고 깊은 술의 향이 느껴진다.

 

 

이 책을 보고 있자니, 나는 또 어떤 재료로 맛난 담금주를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에 몰두하게 된다. 그뿐이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술을 맛보고 싶다는 강한 유혹에도 빠진다. 술에 대해 알고 마시는 것은 그 맛을 더욱 깊이있게 알게 되리라. 이렇게 다양한 술들은 그 역사와 노력,정성이 있어 술의 맛을 더 깊이있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신분의 고하가 없는 세상이지만 술을 마신 끝에는 분명 귀천이 있다. (본문 59p)

 

(이미지 출처 : '한잔 술, 한국의 맛'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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