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정은성 지음 / 단비어린이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재미있는 광고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자동차보험 광고로 드라마같은 영상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좋지만, 그 중 문구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지요. '모두가 주인공을 볼 때 우리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문구로 이 광고의 말미에는 남녀 주인공이 아닌 조연에 주목하고 있지요. 이 광고처럼 우리는 대부분 주인공에 주목합니다. 선과 악이 확실한 전래동화를 보면 항상 주인공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말로 이야기가 끝이 났지만 주인공을 괴롭힌 나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지 않지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단군신화도 그렇습니다. 사람이 되기 위해 곰과 호랑이는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기로 하지요. 100일을 참은 곰은 웅녀가 되었지만, 인내심이 부족한 호랑이는 동굴을 뛰쳐나갔습니다. 웅녀가 된 곰은 환웅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단군왕검이지요. 그런데 동굴을 뛰쳐나간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책의 작가는 바로 이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군신화와 백두산 설화에 작가의 상상력을 담아 현대적으로 창작한 작품으로 단군신화의 곰이 아닌 호랑이를 중심으로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의 건국실화를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해 무려 300개가 넘는 순우리말을 최대한 활용하여 씌여졌다고 해요. 읽다보면 설명을 달아놓은 순우리말을 자주 만나게 되지요. 사실 저는 백두산설화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인지 역사동화라기 보다는 새로운 형식의 창작동화를 읽은 느낌이었답니다.

 

동생을 낳으려는 엄마를 쫓아 왔다가 땅붙이들을 피해 강으로 들어가게 된 아이는 엄마를 놓치게 되고 얼럭을 찾는 결결이를 만나게 됩니다. 결결이 바로 100일을 참지 못하고 동물을 뛰쳐나간 호랑이입니다.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아는 호랑이는 인내심, 참을성이 없는 동물로 기억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의 결결은 동굴 속에 두고 온 친구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엄마를 찾는 아이와 친구를 찾는 결결의 만남을 시작으로 흥미롭게 담겨져있습니다.

 

"어차피 사람 목숨은 긴 줄 같은 거야. 삶이란 그 줄을 잡고 이리저리 헤매는 길과 같지. 목숨 줄 길이야 사람마다 다르다만 엉기고 얽히는 건 마찬가지야. 삶을 끝내는 날이 오면 그 줄을 거둬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매듭을 다 풀어야 하거든. 그래서 매듭이 많으면 그만큼 힘든 게야. 풀리지 않으면 끊어서 이어야 하니까. 그 줄은 다 거둬야 새로 떠날 수 있고." (본문 230p)

 

가우듬지, 흰마리뫼, 빛가람, 가온누리 등 순우리말은 단어 하나하나가 참 예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낯선 순우리말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인지 책을 읽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단어의 뜻을 몰라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힘들었고, 새로운 단어의 뜻을 알기 위해 주석을 자주 들여다보다보니 흐름이 끊어지기 일쑤였어요. 단군신화의 곰이 아닌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신선한 소재는 정말 흥미롭고, 순우리말을 담아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지만 스토리에 집중하기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우리말로 쓰여진 이야기는 단군신화 속 그 시절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외래어와 비속어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도 예쁜 순우리말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아요. 

 

그동안 접해왔던 동화와는 좀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아이들에게 책읽는 즐거움을 선물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더불어 순우리말을 접함으로 인해 우리말의 아름다움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매력적인 동화책이랍니다. 또한 우리가 생각했던 단군신화 속 호랑이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결결이는 참 멋진 캐릭터였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