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 라임 청소년 문학 40
코슈카 지음, 톰 오구마 그림, 곽노경 옮김 / 라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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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난민이란,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살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세계 기후 난민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해, 방글라데시에 살고 있는 25만 명이상의 사람들은 태풍과 영구적인 홍수 문제로 인해 계속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얼마나 많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극한의 폭풍으로 발생되는 일시적 홍수, 혹은 해수면의 상승으로 발생되는 영구적은 홍수로 인해 이동을 강요받고 있는지에 대해 사람들은 제대로 알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방글라데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닥칠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미래의 우리가 겪게 될 불행이겠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나니네 가족 역시 기후 난민입니다. 나니네 가족이 사는 곳은 지구상의 마지막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으로 세계 각지에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즐기러 여행을 오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섬은 지구 온난화로 해마다 해수면이 몇 센티미터씩 상승해서 머지않아 바다에 잠길 운명에 처해 있지요. 지하수는 염도가 높아서 마실 수 없어 빗물을 받아서 식수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으며 땅 역시 점점 소금기가 많아져서 나무와 풀들이 서서히 죽어 가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몇 년 전에 국토 포기를 선언하고 선진국들에게 이민을 요청했지요. 그래서 지금 섬마을 사람들은 태어나고 자란 이 섬을 버리고 떠날 차비를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나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섬을 떠나실 수가 없습니다. 외할아버지는 10살때 사고로 걷지를 못하셔서 짐이 될까 업혀서 가고 싶지는 않다고 하셨고,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나실 수 없다고 하셨기 때문이지요. 외할아버지는 떠나는 나니에게 나니가 태어나던 날 아빠가 집 지붕 위에 던져 놓았던 돌과 작은 목각 새 그리고 나니에게 조금씩 미리 써 두었던 편지를 선물로 건넸습니다.

 

순간, 두려움이 훅 몰려왔다.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 자신이 너무나 무력하게 느껴졌다. (본문 28p)

지금은 무조건 각자 살아남아야 했다. 제아무리 웅장한 숲도 더 이상 누군가를 보호해 줄 수 없었다. 때로는 숲이 도리어 위험 요소로 돌변하기도 했다. (본문 33p)

 

집을 떠난 지 다섯 시간이 지나서야 항구 어귀에 도착했지만 대피소는 온통 난장판이었습니다. 건물마다 사람들로 바글거렸지요. 그렇게 모두들 배를 기다리는 동안 할아버지를 잃은 세메오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나니네 가족은 세메오를 혼자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가족이 되어주기로 합니다. 그렇게 나니네 가족은 섬에 가족을 놔둔 채 맨몸이나 다름없는 신세로 선택의 여지없이 그저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곳을 향해 떠나게 됩니다. 다행이 나니와 세메오는 외할아버지가 준 편지를 읽으며 두려운 시간을 이겨냅니다.

 

며칠 후, 이재민을 구출할 임무를 맡은 선박들이 차례로 출항했다. 선박들은 다급하게 임무를 완수했지만, 각 나라 대표들의 후속 조치가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아무 대책없이 수천 명의 이재민들을 무작정 육지로 데려왔던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보살필지 아무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과연 그들이 이 땅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도와줄 수는 있는 걸까? (본문 85p)

 

육지에 내렸지만 지역 주민들이 모두 호의적이지는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난민이 된 나니네 가족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또 다른 역경과 마주하게 되겠지요. 이 책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다루고 있어요.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너무 무력합니다. 가족의 생사가 나뉘고, 나고 자란 삶의 터전을 떠나와야만 하지요. 우리는 잠정적인 기후난민입니다. 아무리 외쳐도 부족하기만 한 지구 온난화 문제,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경각심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를 기후 난민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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