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 푸른숲 역사 퀘스트
이광희.손주현 지음, 박양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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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간고사를 보던 아들녀석이 시험은 왜 만들어졌냐며 한숨을 내쉰다. 나 역시도 학창시절 한 번씩 내뱉었던 말이니 그 마음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학생들에게 시험 이야기를 하면 정말 지긋지긋하겠지만 이황, 이이, 이항복, 유성룡, 이순신, 정약용 등 내노라하는 조선의 인재들이 과거를 통해 선발되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려나. 혹은 어린 시절부터 천자문을 배우고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안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현 조기 교육이나, 대학 입학을 위해 오랜 시간 공부에 매달리는 과정들이 조선 시대 과거 시험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금과 다르지 않는 과거 시험을 통해서 조선 시대의 역사를 배운다면 이해도 쉬울 수 있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역사를 시대별로 사건을 늘어놓는 방법으로 배워왔지만, 요즘은 하나의 주제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푸른숲주니어 《푸른숲 역사 퀘스트》시리즈가 그러하다. 《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는 조선 건국 시점부터 갑오개혁이 일어나는 근 오백 년 동안,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한 인재 등용 시스템인 과거 제도에 대해 실제 인물을 모델로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조선의 정치, 사회사에 대해 알아보게 된다.

 

 

 

과거 제도는 고려 시대 광종 때부터 조선 후기 고종 때까지 약 천년 동안 시행되었어. 과거 제도가 온전히 자리 잡은 건 조선 시대였지. 선비들에겐 과거에 급제해 관리가 되는 게 유일한 출셋길이었어. 그래서 선비란 선비는 모조리 과거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경쟁률도 무지무지 높았지. (본문 12p)

 

가문의 부와 명예를 위해 전 재산을 들이고 평생을 바쳐서 과거 시험에 매달렸던 조선, 허나 이이나 이황 같은 위대한 학자들이 여럿 등장할 수 있었던 건 과거 시험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저자는 '과거 제도'는 갖은 풍파를 겪으면서도 오백 년 동안이나 지속된 조선이라는 나라를 떠받친 기둥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역사 연구소의 알파봇으로 카카오톡, 웹 신문, 가상 인터뷰, 화상 토론회, 시간 여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조선 시대였으면 가뿐하게 장원 먹고 입신양명했을 것이라며 조선 시대 양반으로 태어날 걸 잘못했다는 중학교 2학년 양명이의 이메일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시작은 과거 시험은 누가 보나요?, 신분에 따라 응시 과목이 다른가요?, 서얼 출신은 시험을 봤나요?, 이황이 과거 시험에서 낙방을 했다고?, 밥을 먹어야 시험 볼 자격이 생긴다고? 등등 재미있는 질문으로 오백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흘러온 조선 시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황이 소과에 세 번 떨어진 적이 있고, 영의정 출신 이항복이 과거에 세 번 떨어진 적이 있다, 소과에 합격하고 초시를 치르려면 삼 년을 기다려야하지만, 성균관에서는 밥만 따박따박 잘 먹으면 채 일 년이 안 되어 응시 자격이 생긴다는 이야기 등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어렵지 않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을 가진 책이다. '시대별로 사건을 늘어놓는 통사가 아니라 한 가지 사건에서 출발해 역사 전반으로 눈을 키워 나가는 방식의 주제사 시리즈'이니만큼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이다.

 

(이미지출처: '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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