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단비청소년 문학
강경애 지음 / 단비청소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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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성 차별에 따른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겪고 있는 현재이지만, 오래 전부터 많은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모순과 편견을 해결하고자 애써왔으며 그로인해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순과 편견에 대한 불평 등을 큰소리로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었지요. 그 노력 중의 하나가 바로, 1930년대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 강경애의 첫 장편 소설 《어머니와 딸》로 여성의 삶을 입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봉건적 인습과 경제적 억압에서 여성 해방을 도모하였습니다. 출간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인 탓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익숙치 않는 이야기 전개들로 구성된데다, 지금과는 다른 시대상황으로 인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여성의 삶을 정면으로 겨냥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모순과 편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음은 분명히 알 수 있었지요.

 

이 이야기는 주인공 옥이부터 시작되지만, 작가는 옥이 어머니인 예쁜이 이야기를 많은 시간을 들여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주어진 운명을 극복한 옥의 삶과 어머니의 삶이 대비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었던 예쁜이는 지주 이춘식의 첩으로 팔려 갑니다. 예쁜이는 예쁜 딸을 낳았고 허전함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 하지만, 본처에 의해 쫓겨나게 됩니다. 예쁜이가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그해 봄, 예쁜이네 가족은 살 길이 막막해지고 맙니다. 온갖 고생을 한 딸의 이야기에 아버지는 춘식에게 복수를 하려 하지만 오히려 죽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와 남동생도 한강에서 자살을 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예쁜이는 실신 상태에 빠졌고 담배를 배우고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예쁜이는 사내를 얻었고, 어린 딸은 엄마를 빼앗긴 채 혼자가 되지요. 어린 아이는 봉준 어머니(산호주)가 눈여겨 보면서 보살핌을 받게 됩니다.

 

십여 살이나 먹도록 이름 하나 없던 어린 아이에게 봉준 어머니는 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옥이 열네 살, 봉준이 열한 살 나던 해 봉준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아이들의 선생인 김영철에게 아이들의 장래를 부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유언에 따라 옥이 스무살 잡히던 해에 예배당에서 그들은 혼례를 하게 됩니다. 옥이는 남편을 일본으로 유학 보내고 집안도 잘 꾸려 나가지만 남편은 다른 여인을 좋아하게 되면서 이혼을 요구하지요. 산호주의 유언을 생각하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옥이는 산호주가 남긴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짓기로 합니다.

 

'믿지 마라! 남자를 믿지 마!' 다시 한 번 외쳐 보았다. '얼마나 잘 아시고 하신 말씀이랴!'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든든한 의지처가 생긴 듯싶었다. 따라서 북받쳤던 설움이 가라앉고 거뜬해짐을 느꼈다.

이 말 한마디가 오늘날 옥에게는 얼마나 귀한 보배인지 모른다. '오, 어머님! 당신께서 남기고 가신 그 귀한 말씀을 내 가슴에, 내 가슴에 품었나이다.' 그는 눈을 스스로 감았다.

한참 후에 그는 다시 눈을 떠서 앞에 높인 곽과 편지를 노려보았다. '흥! 몰랐다! 너희가 생각한 그런 어리석은 여자는 아닌 것이다! 시계와 반지로 인하여 일생을 버릴 그런 못난 계집은 아니다. 오! 아니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본문 144p)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대 상황이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옥이을 통해 내 삶의 주체는 바로 자신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소 읽기 힘든 구성을 가진 이야기였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는 오롯이 담겨있었습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결정해가는 옥의 삶에서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에게 꼭 읽어보기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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