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로 또렷하게 각인되었던 작가 존 그린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작가는 암에 걸린 헤이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불안감과 강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16살 소녀 에이자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20세기폭스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니 제2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탄생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더욱이 이 작품은 작가 존 그린이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심리적 고통을 에이자 홈즈라는 소녀를 통해 들려주는 고백이라는 점에서 작가에서 큰 의미가 될 작품이 아닐까 싶다.

 

정신 질환의 고통, 젊음이 주는 부담감,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결함투성인 불안감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하는 강렬한 소설 -셀프 어웨어니스

 

가끔씩 이미 상처가 감염되었을까 걱정되어 균을 빼내야 했는데, 유일한 방법은 상처 부위를 다시 벌려 어떻게든 피를 짜내는 것이다. 일단 굳은살을 째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중부정을 사용해서 미안하지만 정말 두 번 부정해야만 하는 상황, 부정을 부정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곤경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난 엄지손톱이 가운뎃손가락 손톱 밑을 파고드는 느낌을 어서 빨리 느끼고 싶었고, 저항해 봐야 소용없음을 알고 있기에 테이블 밑에서 가운뎃손가락에 붙은 반창고를 떼어내고 엄지손톱을 굳은 살 속에 푹 박았다. 살이 툭 찢어질 때까지. (본문 14p)

 

자신이 소설 속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세균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디애나폴리스에 사는 16살 소년 에이자.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일이 정해지고 다른 사람이 짜 놓은 계획표에 따라서 사는 것 같은 학교 생활에서 데이지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여섯 살 때부터 친구인 데이지는 불안과 강박을 겪고 있는 에이자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도 남는 친구다. 그런 데이지가 CEO인 러셀 피킷의 행방을 제보하는 시민에게 10만 달러의 현상금이 지급된다는 뉴스 소식에 솔깃해 한다. 이 남자의 아들 러셀 피킷 데이비스와 에이자가 지금은 연락을 끊긴 상태지만 5,6학년 여름방학 때 함께 슬픔 캠프를 다녔기 때문이다. 결국 에이자는 데이지의 부탁에 못이겨 러셀 피킷의 행방을 알아보기 위해 데이비스를 찾아나선다. 

 

데이비스와 나는 별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심지어 서로를 바라보지도 않았지만 상관없었다고, 왜냐하면 함께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건 서로 마주보는 것보다 더 친밀한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마주보는 것은 누구하고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세상을 보는 사람은 흔치 않다. (본문 17p)

 

그렇게 오랜만에 에이자는 데이비스와 재회하게 되고 두 사람은 아빠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연인이 된다. 에이자도 대학 문제를 고민하고 남자친구와 사랑을 키워 나가는 등의 사춘기의 통과 의례를 겪어 나가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불안과 강박을 지닌 에이자에게는 이런 일들이 너무도 버겁다. 결국 에이자는 세균에 감염되었을거라는 공포에 손 세정제를 마시기에 이른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이처럼 불안과 강박으로 고통받는 에이자가 겪는 우정과 사랑 이야기이다. 데이비스의 아빠를 찾는 모험을 큰 줄기로 하여 십대 소녀의 심리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서 인지 심리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에이자가 겪는 불안과 강박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에이자처럼 끊임없이 평범하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불안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결함투성인 불안감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용기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