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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 정은
작가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카운셀러로 활약했고, 한양대학교 상담 심리 대학원에서 성인 상담 전공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책은 작가 '혼자여서 괜찮은 인생'을 살기 위해 애쓴 날들의 기록이다. 작가는 연애 칼럼 니스트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사람이다. 혼자서 혼자의 가치를 말하는 것을 역설적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작가는 세상의 많은 것들로부터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59) 스무 살에는 절대 생길 것 같지 않던 경제적 자유가 지금 내게 있고, 스물다섯 살에 연애할 때 없던 경제적 자유가 지금 내게 있고, 스물다섯 살에 연애할 땐 없던 현명한 눈이 내게 생겼다. 조직 생활에 지쳐 가던 서른 살의 고통은 프리랜서의 자유로 대체되었고, 서른다섯에도 사라지지 않던 불안과 아집은 이제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으니까. 좋은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별하는 눈,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 같은 것 없다는 확신, 선택의 기로에서 좀 더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결단력, 무슨 일이든 결국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놀라운 추진력,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아도 나 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즐거움..., 바보 같은 이십 대와 이상했던 삼십 대가 모두 지나가고 나니 드디어 내 손에 쥐게 된 것들이니까.
나이가 드는 건 서글픔일까. 자연의 순리대로 한다면 그리 서러울 것도 없다. 작가 나이 사십.., 이십 때에는 버벅거리고 낯설고 미래가 불안했을 것이다, 눈에 콩꺼풀이 씌어 사랑만 바라봤을 나이,
이젠 경제적 자유를 얻어 행복해한다. 그리고 십 년 후 사십때의 자신을 그리워할 거라고 한다. 연륜이 생기고 현명한 눈과 생각과 판단을 가졌다. 나 또한 사십 대를 그리워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서 가장 행복했고 풍요로웠으며 약간의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거 같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모든 것이 평안했다..
65)'맙소사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같아'라고 느꼈다면 그건 '내가 그동안 진짜 많이 외로웠구나'라는 증거다. '나에게 어떻게 이런 슬픈 이별이'라고 느꼈다면 그건 '세상 사람들이 다 힘든 일을 겪어도 나만은 안 그럴 거야'하고 자각했다는 증거다. 부실하고 얄팍한 증거에 기댄 채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결정을 하며 사는 것일까?
연애의 참견에 나오는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 작가의 말투, 작가의 행동들, 그것들이 이 글 속에 보인다. 글은 그' 사람의 성격이다라고 생각'이 되어지는 부분이다.
85) 그 후로, 나는 상처받을 때마다 방콕을 향했다. 자존감이 바닥일 때마다 습하고 더운 땅의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혼을 결정하고서, 오랜 사귄 남자친구와 원치 않는 이별을 하고 나서, 애정 하며 참여한 프로그램의 하차 통보를 받고서 ....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동남아시아의 관광도시가, 그렇게 점점 은밀한 고해성사의 장소가 되어
갔다.
이별의 아픔을 작가는 방콕의 습하고 더운 나라에서 달래었다.룸피니아 공원은 작가가 좋아하는 곳, 그곳은 넓고 사람도 많은 곳이지만 룸피니아의 큰 정원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작가는 이곳에서 작년 겨울 혼자 두어 시간 정도 울었다. 혼자 남겨진 것이 서럽고 비참해서,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혼자 울었다. 작가의 마음에 빙의 되어 책을 읽다 보면 같은 마음이 된다. 그리고 나도 작가가 운 것처럼 눈물이 나온다. 어려운 책들을 읽다 이런 에세이집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잠시 쉬어가는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109) 그 아이는 요즘 좀처럼 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가 문득 느끼는 날이 오길 바라고 또 믿는다. 작고 불쌍하고 외롭던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내 안에 머물지 않기로 결심하고 잘 떠나갔다는 것을 느끼는 그런 날이.
125) 스스로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버티듯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의 당신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비로소 당신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실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외부가 아닌 자기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처는 아프지만, 그 상처가 아물 때쯤 분명히 성장도 뒤따르는 법이니까요.
가끔 문득 이런 글들을 본다. 아직은 내 안에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내게는 아직도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힘이 드는 마당에 내가 누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단 말인가, 하는 말이 안에서 꿀물 거린다. 같이 풀어야 할 숙제이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다른 모든 것을 내가 다 감당할 수 없기에 난 내 마음에 방어벽을 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내 안에 작은 아이를 떠나보낼 수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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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사랑이 어떻게 변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제 그렇게 말한다. 사실 사랑은 변해야 한다고, 상대방에게 기울이고, 마음을 알아주며, 상대방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상대의 행복을 위해 애쓰지 않는 관계는 당장 내일이라도 끝날 수 있는 무엇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다 알고 설명까지 할 수 있다 해서 사랑이 쉽겠나, 십수 년 했던 직장 생활의 모든 고통을 합친 것보다 내 마음을 전달하고 사랑을 지켜내는 것이 천만 배쯤 힘들다.
'사랑은 유통 기한이 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 살면 심장마비에 걸려 오래 살수 없다"라고들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산다면, 그 사람을 볼 대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그런다면 심장마비에 걸려 단명할 거라고...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기에 사랑은 변한다.
261) 마틴 셀리그먼의 세 번째의 삶은 '의미 있는 삶'이다. 즐겁게 사는 것도 중요하고, 몰입의 에너지를 경험하며 자신의 일에서 깊은 성장을 거두는 것도 중오 하지만 결국 인생은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자신의 범위 이상으로 사용해 나뿐 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어떨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고 나를 따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누군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러기에 나의 삶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면 , 잘 못 살지는 않았다는 근거 일 수도 있다.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오! 이 사람이구나...
차갑고 도도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나도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연애의 참견에서는 난 그녀의 행동과 또다 른 두 남자의 반응을 보며 웃는다.
반응들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작가는 차가운 이미지를 많이 벗어냈다.
신중한 태도와 어딘가 모르게 사람이 좋은 쪽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그런 그녀의 책을 읽다니...
대부분 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 얼굴도 기억하지 않는다.
편견을 두고 책을 일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의 얼굴과 모습에서 겪었던 아픔들이 자꾸 교차되었다.
비 오는 날, 빼앗긴 우산 때문에 아픈 기억으로 남아야 했을 유년 시절의 기억에 같은 동질감을 느꼈다.
내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모습과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던 시절에 태어났지만, 막내라는 말에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나처럼은 아닐 테니까.
같은 입장에서 보면 우리 때에는 우산을 들고 마중 오는 부모가 참 많이도 부러웠다.
바쁘고 살기 힘들어 자식에게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가지 못했던 부모들..
나의 아들도 나를 원망했던 거 같다.
다른 부모들은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오는데 엄마만 나오지 않았다고... 비 맞는 사람은 나뿐이었다고...
난 참 억울했다. 자식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우리 부모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도 가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과거와, 나의 경험들을 들춰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