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그 끝나지 않는 의문
이희근 지음 / 다우출판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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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아주 재밌는 건 아니다
저자의 전작인 "한국사는 없다" 를 인상적으로 봤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내 평소 생각과 다른 것들이 많아 고개를 갸웃거릴 부분이 많았다


저자는 고구려의 왕권이 미약했다고 본다
5부 체제설에 이어 귀족들의 연립정권이 들어섰다고 보고, 연개소문의 쿠테타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나는 이종욱씨가 쓴 "고구려의 역사" 가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뜻 이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같은 사료를 보고도 정반대로 해석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워낙 사료 자체가 부족한 고대사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다양한 시각의 책을 많이 접해야 한다

고대사 최대의 미스테리라고 할 수 있는 가야국 허황후 이야기기는 무척 새로웠다
오래 전에 허황후가 과연 어디 출신인가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서는 아유타국의 난민이었던 허황후 일족이 중국에 정착한 후 다시 가야국으로 건너 왔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 근거로 왕후사에 장식된 쌍어문 문양이 인도의 아유디아 지방에서 사용되고 있고, 보주태후라는 허황후의 작위가 중국의 보주 지방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마치 한 편의 미스테리물을 읽듯 허황후의 발자취를 찾아 중국을 거쳐 인도까지 건너간 일정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당시 해양 기술로 보나, 불교가 전파된 시기로 보나, 허황후가 인도에서 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저자는 허황후가 왜에서 건너 온 해양 세력이라는 입장을 편다
일견 듣고 보면 일리있는 소리 같기도 한데 역시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설로 남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백제가 요서 지방을 경영했다는 것도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저자는 자치통감 등의 기록을 들고 있지만, 당시 백제의 국내 정세 등을 미뤄 볼 때 과연 식민지를 두고 어느 정도 수준의 통치를 했는지는 의심스럽다
고대사는 워낙 자료가 적기 때문에 다양한 가설들을 세울 수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싶다

 

고려 시대로 넘어 와 무인 정권이 왜 왕조를 개창하지 않았나에 대한 주제는 무척 흥미로웠다
왕을 마음대로 갈아 치울 정도로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최충헌이 새 왕조를 개창하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무신 정권 자체가 여러 세력이 있었고 정국을 완전히 장악할 만큼 확고한 권력 기반도 없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차라리 왕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그 권위에 기대어 권력을 휘두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것과는 다르게 당시 무신정권의 수준으로는 왕조를 뒤엎고 새나라를 세울 역량이 부족했다고 본다
다른 책에서도 최충헌이 왕실과의 혼인에 목을 맬 정도로 고려 왕조에 대한 동경심이 컸다는 말이 나온다

 

남이가 진짜로 반란을 꾀했냐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다
저자는 남이를 고변한 유자광이 사림들의 원수이기 때문에 남이의 역적모의마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한다
남이가 실제로 반란을 기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자광의 고변은 정당한 것이 된다
그 증거로, 유자광이 중종 반정 이후 귀양가서 죽었을 때, 다른 공적은 다 뺏더라도 남이의 역모를 고변해서 얻은 익대공신 칭호는 돌려 줘야 한다는 상소문을 든다
글쎄...
예종이 남이를 경계하고 싫어했던 것은 분명한데 과연 진짜 구체적으로 역모를 꾀했는지는 의심스럽다
내가 읽은 다른 책에서는, 남이가 구체적으로 역모를 기도했다기 보다는, 예종 즉위 이후 느닷없이 병조판서에서 ?겨난 수치심에 못 이겨 노골적으로 불평을 하다가 유자광에게 걸려 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도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 쪽이 맞지 않나 싶다
이래서 민감한 주제들은 다양한 관점의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사료를 놓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걸 보면, 단 하나의 진실이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동학이 미륵과 연관됐다는 주장도 새로웠다
동학이 어떻게 해서 전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됐는지 그 과정이 무척 궁금했는데 저자는 당시 민간에 널리 퍼진 정감록과 미륵 사상을 동학과 연계시켰다고 본다
동학이 꿈꾸는 대동 세상이 바로 미륵이 왕림하는 새로운 세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때 새 세상이란 학계의 평가처럼 반봉건적인 근대적 사회는 물론 아니고, 민씨 일족을 처단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수준의 어찌 보면 다소 순진하고 소박한 사상이라고 평가한다
전적인 예로 전봉준은 고종이 일본군에 의해 위협을 당할까 봐 함부로 공격을 못하게 했다고 한다
전근대적인 사회였던 조선 말기의 농민들이 인권이나 민주주의 등의 근대적 사상을 주장하기는 역부족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에 대한 비판에서도 드러란다
박지원의 양반전이 양반 제도를 비판하는 반봉건적 혹은 근대적 가치관을 보여 준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 저자는 반대한다
실학 역시 근대적인 사상이라기 보다는 주자학의 폐단을 수정 보완하자는 쪽이었고 오히려 고대의 이상향으로 돌아가자는 복고적인 학문이었다고 평가한다
서구의 역사 발전에 맞춰 우리 역사를 해석하다 보니 무리하게 근대 사상의 도입을 끼워 맞춘 꼴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주장에는 동의하는 바다
양반전에서 박지원은 양반 제도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가난하다고 양반이라는 신분을 판 어리석은 양반을 비난한 것이다

 

이 외에도 홍경래의 난이 서북 차별에 반대한 농민 전쟁이 아니라, 광산 노동자들을 용병으로 고용한 일부 서북 잔반들의 권력 투쟁이었다든가, 상평통보가 유통된 배경이 상업의 발전이라기 보다는 양난 이후 피폐해진 재정을 메꾸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등의 흥미로운 주제가 많이 들어 있다
또 대각국사 의천이 송나라로 유학한 이후 발달된 화폐 경제를 본따서 주전의 유통을 주장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의천의 경제적 안목을 평가해 주기도 하고, 고려 시대 소군의 존재를 통해 아무리 왕의 자손이라 할지라도 모계가 천인이면 왕위계승에서 소외되어 출가해야 했던 고려 왕실의 순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국사책에서 의문이 들지만 중요하지 않게 다루던 것들을 짚어 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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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히트 뒤러 - 가짜 코뿔소를 그린 화가 내 손안의 미술관 4
디터 잘츠게버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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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150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 부담이 없고, 큼직큼직한 도판들이 많아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림책들은 일단 도판 때문에라도 가격이 매우 비싼데 이 책은 150페이지라는 작은 분량 때문에 책값도 1만 2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이다
일단 부담이 없어서 좋다
그림책을 사면 처음 살 때의 호기심과는 다르게 읽다가 지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작가가 뒤러의 일생을 이야기 하듯 꾸몄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뒤러는,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화가다
자화상을 보고 반해 버렸다
어떤 미술책에서 뒤러의 자화상을 소개하면서 당시 화가치고는 드물게 많은 자화상을 남긴, 자의식이 매우 강한 화가라고 평했다
자신을 마치 예수님처럼 그렸다는 것이다
그 책의 저자가 좀 오버를 했는지, 이 책에 나오는 자화상들은 과히 그렇게까지 오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15세기 말 독일의 유명 화가였던 이 미남 화가의 자화상은 나에게 깊이 각인됐다
렘브란트도 자화상으로 유명하지만, 뒤러처럼 멋지지가 않아서 관심이 덜 간다
준수한 독일 청년의 모습이 정말 보기좋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가꾸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스스로 예술가의 품위를 높히기 위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림에서도 충분히 드러나지만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이지적인 남자였을 것 같다
불행히도 말라리아에 걸려 57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당시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요절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위대한 예술가들은 피카소나 마티즈처럼 오래오래 살아 인류에게 기쁨을 더 많이 선사하면 좋겠다

 

이 책은 15세기 인도에서 처음으로 유럽에 들여온 코뿔소 이야기를 주제로 삼는다
코뿔소 앞에 왜 "철갑" 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코에 뿔이 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진기한 동물이긴 하지만, "철갑코뿔소" 라는 이름 때문에 중세 유럽 사람들이 더욱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철갑코뿔소라고 하면 꼭 진짜로 온 몸에 철갑을 두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철갑 따위는 없다
나도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코뿔소 사진을 찾아 봤는데 그냥 평범한 동물 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15세기 유럽 화가들은, 코뿔소 앞에 붙은 "철갑" 이라는 단어에 주목해 이 진기한 동물을 그릴 때 항상 철갑을 두른 모양으로 표현했다
기사들이 갑옷을 입는 것처럼 말이다
수많은 그림들이 나왔는데 한 번도 코뿔소를 본 적이 없는 뒤러의 그림이 가장 뛰어나다
동물, 심지어 벌레들까지도 세밀하게 관찰했던 이 훌륭한 관찰력의 소유자인 화가는, 한 번도 코뿔소를 본 적이 없지만 화가의 상상력을 동원해 가장 그럴듯한 코뿔소를 그려냈다
심지어 진짜 코뿔소의 그림이 나왔는데도 여전히 뒤러의 코뿔소 그림이 진짜로 인정받을 정도였고 20세기 초까지도 생물학 교과서에 실렸다고 하니 당시 뒤러의 이름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만 하다

 

만약 이 화가가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세밀화를 그리는 화가가 됐을 것 같다
그 정도로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고 정말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정밀하게 그린다
바닷가재나 게 등을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랬다
판화 작업을 많이 했던 뒤러는, 목판화를 만들 때도 전 과정에 참여해 꼼꼼하게 감독을 했다고 한다
당시 화가는 대장장이나 목수 등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종의 하층 직업군에 불과했으나, 예술가적인 자존심과 자각 의식이 강했던 이 화가는, 보지 않고 대충 기존의 자료에 의존해 베껴 내는 당시의 관행을 거부하고 직접 눈으로 관찰해 꼼꼼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이탈리아 등으로 여행도 많이 다녔다
직접 눈으로 봐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뒤러는 예술가적 자존심만 높은 천재는 아니었다
장사 잇속에도 밝아 판화가 처음 발명됐을 때 적극적으로 판화 사업에 뛰어들어 하층민들에게 싼 값으로 수백장의 판화 그림을 팔므로써 많은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판화는 한 번 새겨 놓으면 100장 정도는 문제없이 찍을 수 있어 단 하나의 작품 밖에 못 만드는 유화화는 비교할 수 없는 수익을 주는 사업이었다
경제의 흐름을 잘 분석한 화가라고 할 수 있겠다
나중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지에까지 이름을 떨쳐 여러 도시에서 연금을 주며 데려가려고까지 했다
난 뒤러의 이런 사업적 수완이 참 마음에 든다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고흐처럼 사회의 냉대를 견디며 불행하게 팔리지도 않는 그림을 그리며 평생 가난과 멸시에 시달렸던 예술가의 삶은, 너무나 안타깝고 고통스럽다
피카소처럼 자신의 능력에 걸맞게 사회가 인정을 해 주고 돈도 많이 버는 그런 예술가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실력은 쥐뿔도 없는데, 혹은 창의성이라고는 없는 진부한 예술가가 단지 화단이나 문단의 역학관계를 잘 이용해 많은 치부를 하고 명성을 얻는다면 동시대인들의 관람객들에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이런 예술가들은 시대가 지나면 다 사라질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을 시대가 알아 보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면 좋겠다
그래서 뒤러가 연금도 많이 받고 사업가로도 성공했다는 책의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든다

 

아내 아그네스와는 9살 차이가 나는데 당시의 관습에 따라 얼굴도 보지 않은 채 혼인했다
라틴어 공부까지 했던 자의식 강한 예술가였던 뒤러에게, 14세에 시집온 시골 처녀 아그네스는 잘 맞지 않았다고 한다
뒤러는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수개월씩 집을 비웠고 평생에 걸친 방랑 생활 동안 아내를 데리고 간 적은 딱 한 번에 불과했다
자식을 몇이나 낳았는지 연표에 나오지 않아 무척 궁금하다
루벤스처럼 아내를 너무나 사랑해 그녀를 모델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뒤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초상화도 남겼는데 특히 어머니는 죽기 며칠 전에 그린 그림이라 병마와 싸우는 초췌한 인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의 어머니는 무려 열 여덟 명의 아이들을 낳았으나 뒤러를 포함해 겨우 셋만 살아 남았다고 한다
열 여덟 번의 출산과 세 명에 불과한 아이들...
당시 의학 수준이 얼마나 낮았는지 실감이 난다
그러나 그 엄청난 횟수의 출산에도 불구하고 수명을 다한 걸 보면, 뒤러의 어머니는 비교적 건강한 분이셨을 것 같다

 

뮌헨에 가서 알테 피나코텍을 들르지 않았던 게 정말 아쉽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뒤러의 그림들, 특히 그의 자화상들을 관람하러 가고 싶다
그림 뿐 아니라 화가의 잘 생긴 얼굴이나 성격, 생애 등도 매력적이라 관심이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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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21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긴 걸로 본다면 저는 에곤 쉴레에게 반해버렸더랬어요. 더더군다나 그가 그린 여인들은 어떤 면모가 성스러워 보였거든요. 뒤러는 `완전무결한 나'라는, 초상화 아래 쓰인 대목에서 넘어갈 뻔 했더랬습니다. 후훗

marine 2006-09-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좋은데 얼굴까지 잘 생기면 금상첨화죠^^

토르토르 2006-10-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러는 자식이 없었대요 ^^ 지금 뒤러에 대한 보고서 쓴다고 이것저것 읽고 있어요

marine 2006-10-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저도 그럴 것 같았어요 아내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화형
수아드 지음, 김명식 옮김 / 울림사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예상했던 것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나는 아주 끔찍한 학대를 상상했었다
그래서 읽기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너무 분노하고 너무 가엾어서 책을 읽다 던져 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이 됐다
명예살인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과연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꼈기 때문에 이 책 역시 그런 증언으로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미리부터 겁을 먹었다

 
그러나 내용은 다소 달랐다
책의 주인공 수아드의 어린 시절은 물론 견디기 힘든 학대였고 또 읽는 이로 하여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상식 이하의, 어쩌면 인권 유린이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고통스러운 고백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웃기는 우월감처럼 비출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내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학대받고 노예처럼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그런 문화권에서 태어나지 않음이 정말 다행스럽다


1957년 생인 수아드는 이스라엘과 대치 중인 요르단의 서안 지구에서 태어난 후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집에서 농사를 짓고 양치는 일을 했다
그녀는 55년생인 우리 엄마보다 두 살 어리다
엄마 역시 6.25를 막 치른 후 전쟁으로 폐허가 되버린 가난한 극동 아시아의 농촌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찌됐든 엄마는 대학 교육까지 받았고 지금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어려운 농촌에서 태어난 두 여자의 삶은 왜 그렇게 다를까?
아랍 여성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농촌에서는 여성의 교육을 불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오히려 교육을 받으면 불행해진다고 믿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분명히 부작용도 있지만, 지식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아드의 마을 남자들은 폭력이 일상화 됐다는 느낌이 든다
마을에서는 서열에 따라 움직이지만, 가정에서 남자는 왕이 된다
아내와 아이들, 특히 딸들을 소유하고 처분할 권리를 갖는 것이다
수아드는 자신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물론이고 마을 대부분의 남자들이 폭력적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당연한 결과다
그들은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대해 전혀 죄의식을 갖지도 않고 오히려 가정을 다스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인간의 본능 속에 내제된 폭력성을 아무런 제재없이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통치 방식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
아들은 아버지의 지위를 위협하지 않는 한에서 모든 집안 사람들의 섬김을 받는 다음 주인이다
수아드네 집에서 하나 뿐인 남동생 아사드는, 누나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어머니에게까지 머리채를 잡아끄는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어머니의 존재는 한국의 가부장 문화처럼 아들을 낳았다고 해서 권위를 갖는 것도 아니고, 딸들보다 약간 나은, 그러나 여전히 노예 비슷한 위치에 있는 듯 하다


수아드는 어머니 역시 아버지로부터 무수히 맞았다고 증언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렇게 엄청난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그녀의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고 딸에게 망을 보게끔 만든다
얼핏 생각하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남편과 살면서 대범하게도 바람을 피울 수 있다니, 사랑이라는 본능은 두렵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닌 모양이다
수아드는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만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왜냐면 아버지에게 있어 어머니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노예에 불과하고 채찍으로 때리기나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머니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 하다고 믿은 것이다
너무 기막히고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여동생은 수아드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오빠 아사드에 의해 전화줄에 목이 감긴 채 죽임을 당한다
심지어 그녀의 마을에는, 바람났다고 소문난 여자를 그녀의 오빠들이 죽인 후, 그 머리를 잘라 동네에 조리 돌린 일도 일어난다
정말 이게 사실일까?
너무 무서워 믿고 싶지가 않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에 의해, 그것도 복수심에 불타는 남편이 아닌, 친오빠들에 의해 끔찍한 살인이 일어난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명예살인에 관한 기사를 읽어 보면, 죄를 저지른 여자를 (주로 간통) 친정 집에서 죽여야 그 집안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부정을 저지른 여자들은 (강간을 당했어도 마찬가지다 강간범을 죽이는 게 아니라 강간을 당한 딸이나 여동생을 죽인다) 집안의 위신을 깍이지 않기 위해 가족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만약 부정한 여자를 가족이 죽이지 않으면, 그 가문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공동체 내에서 축출된다고 한다
그러니 딸이나 여동생을 살해하는 수 밖에
그녀들을 죽이지 않으면 가문 전체가 공동체로부터 배척당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한 것이다

 

수아드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의 꼬임에 빠져 혼전에 임신을 하고 만다
그 남자를 잡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몸을 허락하고 임신이 됐으나 남자는 그녀를 버린다
아랍 세계에서는 결혼 전에 자신과 관계를 했을지라도 그녀와 결혼을 하면 명예가 상실되는 것이라고 한다
파샤드라는 이 남자는, 혼전임신까지 된 수아드와 차마 결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파샤드에게는 불명예스러운 결혼이 될 테니까
결국 파샤드는 도시로 도망치고 수아드는 임신 6개월째 형부에 의해서 불에 태워진다
가족들이 일부러 집을 비운 사이, 형부가 악역을 떠맡아 빨래를 하고 있던 수아드에게 석유를 뿌린 후 라이터를 켠 것이다
죽이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어쩌면 이렇게도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을 택했는지 정말 그녀의 부모에게 물어 보고 싶다
혹시 혼전임신한 여자는 불에 태워 죽이라는 율법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차라리 전화줄에 목졸려 죽은 그녀의 여동생이 행복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동네 사람들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나 병원으로 옮겨진 수아드는, 그러나 혼전임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병원에서도 치료가 거부되고 방치된다
온 몸이 화상을 입었으나 아무런 처치없이 소독도 해 주지 않아 그녀의 주변에는 화농 냄새로 코를 찌르고, 턱은 가슴에 붙어 떨어지지 않고, 양 팔도 화상입었을 때 상태 그대로 가슴께에 달라 붙어 있다
이 일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수아드의 어머니가 찾아와 그녀에게 독약을 건넨다
니가 죽어야 남동생이나 형부가 경찰에 가서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는다고 빨리 죽으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그러나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누가 이런 상황을 단지 문화의 차이, 혹은 이슬람 문화의 고유성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명백한 인권 유린이고 살인에 불과하다
이런 명예살인이 아직도 관습이라는 미명하에 사회의 가장 약자인 농촌 여성들에게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프고 끔찍하다
진보란 바로 이런 끔찍한 문화를 사라지게끔 하는 게 아닐까?

 

수아드는 프랑스 인권 단체에게 구출되어 우여곡절 끝에 스위스로 가서 치료를 받고 결혼도 한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은 아무리 물질적으로 부유하고 진보적이고 복지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100% 행복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수아드는 스위스로 온 후 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고통을 겪는다
나는 이런 솔직한 심정까지 고백한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인권 단체에 의해 구출된 후 지금은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로 끝내도 될텐데, 그녀는 그 후의 괴로운 심정까지 가감없이 다 고백한다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른 문화와 관습 속에서 20년이나 자란 사람이, 느닷없이 말도 알아 들을 수 없는 낯선 인종들이 사는 도시에 떨어져 살아가야 했을 때 적응하는 게 힘든 것은 너무 당연하다
더구나 그녀가 서구 사회의 가치를 접하게 될수록,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가족들의 폭력과 살인 행위가 견딜 수 없는 상처로 다가왔다
걸핏하면 채찍으로 때리던 아버지의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단지 결혼 전에 임신을 했다는 이유 만으로 자신에게 석유를 끼얹어 불을 붙인 가족들을 용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웨스트 뱅크 지역에 살 때만 해도 여자란 맞는 게 당연하고 혼전임신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으나, 스위스로 건너 온 후 그러한 행위가 얼마나 부당하고 또 끔찍한 일이었는지 자각하게 됐다
더구나 화상의 상처가 온 몸에 남아 여름에도 팔과 다리를 드러낼 수 없어 칭칭 감고 다니기 때문에 그녀의 정신적 외상은 지울 수 없는 게 되버렸다
가엾은 수아드...
그녀는 날마나 몸에 불이 붙는 악몽에 시달렸고 가스불만 봐도 노이로제 증상을 일으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또 당시 임신 상태였던 아들을 스위스로 데려 온 후 입양시켰다는 사실 때문에 엄마로써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몹시 괴로워 한다
이제는 책을 낼 정도로 많이 호전됐지만 여전히 그녀의 상처는 다 아물지 못했고 어쩌면 평생 동안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Burned alive" 다
살아 있는 채 불태워진다는 뜻이 너무나 실제적으로 와 닿는다
잔혹한 여성 학대 혹은 살인이 단지 문화적 차이로 방관될 게 아니라,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수아드 역시 자신과 같은 불행한 여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며 용기를 내 고백하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신분 노출을 꺼린다
가족이 외국으로까지 쫓아 와 죽인 예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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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20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인줄 알았어요. 어찌나 내용이 가혹하던지...ㅠ.ㅠ 정말 끝나지 않는 비극이군요. 늘 진행형으로 비극을 맛봐야 하다니.... ㅡ.ㅜ

turbulence94 2006-09-2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을 수 없는 일이긴하지요.. 내 보기에 저 문화를 인권유린이라고 해석하는 서구사회의 시선이 아랍과 서방세계가 대립하는 한 원인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들에게 그런 시선은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수도 있는 거죠. 아랍세계의 여성들이 서방세계의 여성에 비해 짐승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그것이 안타까운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잘못이라고 그들 스스로 깨우치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네가 하는 짓은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이라고 말하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싸울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어요? 언젠가는 그들은 바뀔 겁니다. 우리는 좀 더 세련된 행동으로 그들을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길로 인도해줘야합니다. 인권유린이네 뭐네 이런 극단적인 단어는 사용하지 말고 말이죠.............

marine 2006-09-2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어떤 게 인권유린일까요? 문화의 상대성과 절대적인 인간의 존엄성은 마땅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구 사회 역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은 비판해야죠 이중잣대를 놓고 약자이기 때문에 너그러운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저는 반대합니다

marine 2006-09-2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그게 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더 슬픈 것 같아요 인간의 존엄성을 높힌다는 차원에서 우리 모두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안타까운 것은, 도시보다는 농촌 사회의 여성들이 명예살인의 희생자가 된다는 거죠 이슬람 사회의 가장 약자들에게 가장 가혹하게 관습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나그네 2006-10-2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진보세력들은 이슬람의여성인권유린에 엄청나게 관대한고같습니다.
그들이 서구에비해 약자니 이런식의 인권유린도 문화의상대성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되는거죠
블루마린님의말씀대로 문화의상대성과 절대적인 인간의존엄성은 구분되야합니다.
서구가 하는건 무조건 나쁜거구 제3세계에서 일어나면 문화의상대성으로 비난해서는 안되는건가요?
이런 이중적인태도가 더욱 여성과 어린이등 사회적약자의 인권을 악화시키고있다는생각들은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marine 2006-10-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중잣대가 문제인 것 같아요
 
내년을 더 젊게 사는 연령혁명 - Younger Next Year
Chris Crowley 외 지음, 홍혜걸.권상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이 너무 좋아서 서점에서 내 눈길을 한번에 끌었던 책이다 표지 디자인도 관심을 끌 수 있게 보기 좋았고 홍혜걸이라는 의학전문기자가 번역했다고 해서 여러가지로 마음에 들었던 책 결과적으로는 썩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특별한 불만은 없다 무난한 책 무엇보다 건강의 비결을 말한답시고 아무 근거도 없는, 당위적인 명제를 이야기하지 않아서 좋다 지극히 상식적인 책인 셈

70대 미국 변호사와 그의 40대 주치의가 번갈아 가면서 썼다 변호사가 전반적으로 글을 이끌고 있고, 의사는 변호사의 이야기에 신뢰성을 더해 주는 정도에서 그친다 사실 학교에서 늘 배웠던 것을 새삼 책으로 읽으려니까 지겨워서 많이 뛰어넘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 당신 말 옳다는 거 다 아니까 결론만 말해, 이런 심리로 많이 건너 뛰었다 변호사 크리스가 쓴 부분은 위트가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난 이제 겨우 30대에 진입한 아직은 젊은 쪽인데, 자꾸 은퇴 이후, 혹은 늙음 이후를 심적으로 대비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글들이 더욱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핵심은 첫째도 운동, 둘째도 운동이다 다른 모든 것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할 정도로 운동의 중요성을 그것도 하루도 거르지 말고 매일 하라고 강조한다 어떤 운동을 할 것인가로 고민하는 것은, 일주일에 6일은 운동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비해 매우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떤 운동을 하든 매일 45분 이상 하라고 강조한다 좀 더 세분화 하자면 4일은 유산소 운동, 2일은 근력 운동을 하라고 조언한다 심박계를 사용하면 훨씬 더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 최고 심박수의 50~65%는 저강도 운동 (지방 분해에 좋음), 65~85%는 중증도 운동, 그 이상은 무산소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히딩크 훈련 방식으로 유명해진 인터벌 운동을 통해 무산소 운동을 중간에 끼워 넣으면 폭발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정크 푸드 먹지 말고 육류 보다는 가금류가 좋고 그보다는 생선이 더 좋다는 거야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우유도 아예 스킴 밀크로 마시라고 한다 흰 빵이 안 좋은 건 알겠는데 특이하게도 감자 역시 나쁜 음식에 넣는다 단당류는 전부 나쁘고 탄수화물은 정제하지 않은 전곡류로 먹고, 과일을 통한 섭취가 좋다고 한다 치즈도 무지방으로 먹으라고 충고한다 뭐 이 정도야 충분히 알고 있는 상식선이라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다

인간관계를 강조한 점은 다소 의외다 보통 의사들은 신체적인 면만 언급하는데, 저자는 특별히 교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60대 이후 은퇴하고 나면 파트너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운동을 해도 캠프 같은 데 참가하여 함께 즐기라고 충고한다 은퇴하면 직장을 통해 맺은 인간관계로부터 고립되므로 더욱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반드시 배우자일 필요는 없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 사람도 좋고 친구도 좋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난 책 많이 읽고 음악 많이 듣는 사람이면 좋다)

운동을 멈추면 인체는 곧 우리 몸이 성장을 멈추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바로 퇴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좀 섬뜩하다 운동 안 하는 날이 하는 날 보다 많은 나 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정말 무시무시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운동을 안 하는 날은 바로 몸이 퇴화되다니... 스피닝에 대해 소개하는데 해 보고 싶다 고정식 자전거를 빠른 음악과 함께 단체로 탄다고 한다 아마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운동 같다 사실 이 자전거 타기도 정말 힘들다 함께 음악에 취해 탄다면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다

 TV에 나온 노화 학자가, 우리의 몸은 서서히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쭉 건강 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이론이 있겠지만 난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할머니의 경우를 봐도(현재 84세) 치아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하시다 서서히 늙어 간다는 것, 조금씩 기능이 쇠퇴된다는 것, 난 아니라고 본다 생활습관만 잘 조절하면 충분히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역시 정통의학은 상식적인 말만 하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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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29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주의 마이리뷰 당첨되셨어요. 축하해요^^

marine 2006-09-29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역시 마노아님이 알아 봐 주시네요^^ 그런데 글이 너무 허접해서 당선되고도 좀 그래요 알라딘 측에서 메일 받고 어떤 리뷰가 당선됐을까 기대가 컸는데, 하필 그런 시원찮은 리뷰였다니...아마도 알라딘 측에서 많이 팔렸으면 하는 신간들 리뷰 중에서 고르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5만원 적립금 때문에 책 고르느라 정신이 없네요^^

마네킹 2006-10-0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게 살고자 하는게 모든 이의 욕망인데(?)
블루마린 님은 내년에 더 젊게 사실 비책을 얻은 듯 합니다. 축하합니다.

marine 2006-10-0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그러게 말입인다^^

프레이야 2006-10-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서서히 늙어가는 게 아니라 잘 관리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말인데 운동을 게을리하면 안 되겠구나, 다시 밑줄 긋고 갑니다^^ 명료하게 잘 쓰셨네요^^

marine 2006-10-08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배혜경님 ^^ 운동 열심히 하고 지방이나 정크 푸드 적게 먹으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가장 상식적인 이야기였어요

씩씩하니 2006-10-1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 관련은 거의 제가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건대..정말 교제와, 운동 부분에서 마음에 와닿는거 같애요..
특히 운동은...........아! 그럼 내 몸이 벌써 퇴화를 진행한지 꽤 됐다는 뜻....어이구 큰 일났당~~
님...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marine 2006-10-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감사합니다^^ 하여튼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게으름뱅이 아내의 고백
머피 미드 페로 지음, 나선숙 옮김 / 가야넷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게으름뱅이 아내의 고백" 을 도서관에서 매우 어설픈 자세로 대충 읽었다

늦게 가는 바람에 문 닫을까 봐 마음이 급해 빨리 읽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한 것 같다

차라리 허접한 내용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이게 또 나름대로 생각할 꺼리를 준다

여자생활백서, 이 따위 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제일 부러운 점은 서른 일곱의 나이에 그것도 재혼인 주제에 연하의 총각을 꿰찼다는 점이다

한국도 재혼녀 총각 커플이 늘고 있다긴 하지만 그건 아직도 뉴스가 될 만큼 희귀하다

상대적으로 결혼 적령기에 덜 묶이는 미국이나 유럽의 독신자들이 부럽다

한국의 30대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인지, 결혼을 할 것인지를 말이다

남자는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지만, 여자는 그나마 임신이라는 치명적인 제약마저 있기 때문에 서른 다섯을 넘었다면 평생 독신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기 쉽다

그러니 그냥 기분으로 독신주의를 흉내내는지, 아니면 진짜 평생 독신이 될 것인지 적어도 서른 초반에는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불쌍한 한국의 여인네들이여!!

 

저자는 서른 일곱에 재혼을 했지만 아이를 둘이나 낳는다

노산이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대 의학의 발달을 믿고 용기를 내면 좋겠다

결혼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는 세태에 비추어 보자면, 여성의 초임시기도 같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 같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이다

난 아이에 대한 뜻이 없지만,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능력만 닿는다면 얻게 되길 바란다

아이가 얼마나 큰 축복일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의사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의학적인 써비스가 더욱 발달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너무 늦은 나이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도록 말이다

 

하긴 대한민국에서는 노산의 위험성 보다는 오히려 교육비가 더 문제일 것이다

애 하나 키우는 데 하도 돈이 많이 드니까 하나 이상은 엄두도 못 낸다

이 놈의 교육정책, 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교육열 제발 어떻게 좀 하면 좋겠다

그래야 사랑의 결실인 아이들을 맘 편하게 낳을 수 있지 않겠는가?

 

책은 나에게 큰 위안을 줬다

게으르다는 사실에 대해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위로한다

TV에 나오는 살림의 여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마샤 스튜어트는 살림의 여왕으로 군림할 뿐이지 실제로 그 일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TV는 자본재의 소비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낸다

이렇게 꾸며 놓고 살지 않으면 뒤쳐지고 게으르다는 자책감을 하도록 만든다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더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에 나가는 워킹맘이라면 제대로 집안일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불가능한 일인지 알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다

직장에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후 다시 그 때부터 집안일을 시작한다면 그 일이 제대로 되겠으며 또 다음날 근무에 어찌 지장을 주지 않으랴?

미혼 시절 남자들과 경쟁하면서 나에게도 일 외의 소소한 일상적인 업무를 전담해 줄 아내가 필요하다고 울부짖는 저자의 모습이 꼭 내 일처럼 와 닿는다

물론 여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자신을 써포트 해 줄 아내를 둔 남편은, 수입을 아내와 나누어 쓴다

결국 직장 여성은 돈을 들여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맞벌이 부부라면 당연히 남편에게도 일을 분담시켜야 한다

소득이 남들보다 높은 대신, 당연히 고생도 더 해야 공평하지 않겠는가?

 

확실히 미국은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걷는 사회임을 느낀다

책 곳곳에 광고가 개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매일 샤워를 하지 않는다고 엄청나게 더러워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날마다 특별한 향기를 가진 바디 클린져로 몸을 씻고 매일 바디 로션으로 마사지를 하고 부드러운 샤워타올로 몸을 감싸야 청결한 사람이라는 식의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목욕 용품들을 팔아 치운다

당연히 목욕 용품들은 엄청나게 세분화 되어 있다

린스와 샴푸, 바디 클린저 딸랑 세 개 뿐인 내 욕실을 보면 광고업자들은 기겁을 할지도 모른다

아니, 문명인이 자신을 씻는 행위에 이렇게도 인색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그러고 보면 남성이 매일 셔츠를 갈아 입는 것도 다 패션업계의 광고 전략 덕분이라고 한다

요즘은 남자들도 런닝셔츠를 잘 입지 않는데, 이 런닝셔츠는 겉옷을 오래 입기 위해 개발된 이너웨어라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청결 강박증이 있는 미국인들도 대량생산 시대 전에는 일주일에 내내 셔츠를 입기 위해 이너웨어를 입고 이것을 매일 갈아 입었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청결한 남자는 매일 셔츠를 갈아 입는다, 이제는 상식이 된 말이지만 이게 다 패션업계의 눈물나는 광고, 혹은 교화 덕분이라고 하겠다

 

하여간 이 책의 요점은 슈퍼우먼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 한 발 더 나아가 지나치게 쓸고 닦고 깔끔하게 하는 일에 골머리 썩지 말라는 것이다

TV에 나오는 살림의 여왕 따위는 잊어 버려라

전업주부라 할지라도 일단 경제력이 어마어마 하지 않다면 죽었다 깨나도 살림의 여왕처럼 해 놓고 살 수는 없다

그러니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수 없는 평범한 워킹맘이 잡지나 TV에 나오는 집처럼 꾸며 놓고 산다는 건 불가능한 소리다

멋진 인테리어, 훌륭한 가정요리, 깔끔한 청소 등등을 강조하는 진짜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재를 팔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저자의 통쾌한 결론이다

자, 그러니 주부들이여

살림의 여왕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시길!!

이제 천성이 게으른 나 같은 사람은 아무 죄책감 없이 발 쭉 뻗고 편하게 자도 되겠다

 

참고로 이 책 수준 괜찮다

생각할 꺼리를 꽤 많이 주는 수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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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9-1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읽고 싶군요. 전 뭐 살림의 여왕이 전혀 아니랍니다. 포기한지 오래여요~
요즘 '게으른 주부' 코드가 신조어로 떠오르는 듯 합니다.
반가워요 나나님~~ 페이퍼는 안쓰시네요.

marine 2006-09-1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할 꺼리가 꽤 많아요 그런데 세실님,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세실님의 도서관에서는 신간이 왔을 때 관외대출이 안 되나요?

비로그인 2006-09-1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제목을 읽었을 때에는 `굼벵이 주부'의 서평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런 책도 있었군요. 살림은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개미지옥처럼 느껴집니다. 반복이 지겹다기 보다는 반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탓이지요. 게다가 어찌나 정직해 주시는지, 하루 안하면 금방 티나고 매일 해도 티 안나는 일이니까요. 굼벵이 주부가 제목처럼 뭉텅뭉텅, 씨익, 웃고 있다면 이 책은 신랄하게 여기저기를 꼬집을 듯한 표정을 짓고 앉았을 듯한 예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