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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 아내의 고백
머피 미드 페로 지음, 나선숙 옮김 / 가야넷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게으름뱅이 아내의 고백" 을 도서관에서 매우 어설픈 자세로 대충 읽었다
늦게 가는 바람에 문 닫을까 봐 마음이 급해 빨리 읽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한 것 같다
차라리 허접한 내용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이게 또 나름대로 생각할 꺼리를 준다
여자생활백서, 이 따위 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제일 부러운 점은 서른 일곱의 나이에 그것도 재혼인 주제에 연하의 총각을 꿰찼다는 점이다
한국도 재혼녀 총각 커플이 늘고 있다긴 하지만 그건 아직도 뉴스가 될 만큼 희귀하다
상대적으로 결혼 적령기에 덜 묶이는 미국이나 유럽의 독신자들이 부럽다
한국의 30대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인지, 결혼을 할 것인지를 말이다
남자는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지만, 여자는 그나마 임신이라는 치명적인 제약마저 있기 때문에 서른 다섯을 넘었다면 평생 독신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기 쉽다
그러니 그냥 기분으로 독신주의를 흉내내는지, 아니면 진짜 평생 독신이 될 것인지 적어도 서른 초반에는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불쌍한 한국의 여인네들이여!!
저자는 서른 일곱에 재혼을 했지만 아이를 둘이나 낳는다
노산이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대 의학의 발달을 믿고 용기를 내면 좋겠다
결혼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는 세태에 비추어 보자면, 여성의 초임시기도 같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 같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이다
난 아이에 대한 뜻이 없지만,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능력만 닿는다면 얻게 되길 바란다
아이가 얼마나 큰 축복일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의사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의학적인 써비스가 더욱 발달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너무 늦은 나이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도록 말이다
하긴 대한민국에서는 노산의 위험성 보다는 오히려 교육비가 더 문제일 것이다
애 하나 키우는 데 하도 돈이 많이 드니까 하나 이상은 엄두도 못 낸다
이 놈의 교육정책, 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교육열 제발 어떻게 좀 하면 좋겠다
그래야 사랑의 결실인 아이들을 맘 편하게 낳을 수 있지 않겠는가?
책은 나에게 큰 위안을 줬다
게으르다는 사실에 대해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위로한다
TV에 나오는 살림의 여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마샤 스튜어트는 살림의 여왕으로 군림할 뿐이지 실제로 그 일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TV는 자본재의 소비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낸다
이렇게 꾸며 놓고 살지 않으면 뒤쳐지고 게으르다는 자책감을 하도록 만든다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더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에 나가는 워킹맘이라면 제대로 집안일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불가능한 일인지 알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다
직장에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후 다시 그 때부터 집안일을 시작한다면 그 일이 제대로 되겠으며 또 다음날 근무에 어찌 지장을 주지 않으랴?
미혼 시절 남자들과 경쟁하면서 나에게도 일 외의 소소한 일상적인 업무를 전담해 줄 아내가 필요하다고 울부짖는 저자의 모습이 꼭 내 일처럼 와 닿는다
물론 여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자신을 써포트 해 줄 아내를 둔 남편은, 수입을 아내와 나누어 쓴다
결국 직장 여성은 돈을 들여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맞벌이 부부라면 당연히 남편에게도 일을 분담시켜야 한다
소득이 남들보다 높은 대신, 당연히 고생도 더 해야 공평하지 않겠는가?
확실히 미국은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걷는 사회임을 느낀다
책 곳곳에 광고가 개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매일 샤워를 하지 않는다고 엄청나게 더러워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날마다 특별한 향기를 가진 바디 클린져로 몸을 씻고 매일 바디 로션으로 마사지를 하고 부드러운 샤워타올로 몸을 감싸야 청결한 사람이라는 식의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목욕 용품들을 팔아 치운다
당연히 목욕 용품들은 엄청나게 세분화 되어 있다
린스와 샴푸, 바디 클린저 딸랑 세 개 뿐인 내 욕실을 보면 광고업자들은 기겁을 할지도 모른다
아니, 문명인이 자신을 씻는 행위에 이렇게도 인색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그러고 보면 남성이 매일 셔츠를 갈아 입는 것도 다 패션업계의 광고 전략 덕분이라고 한다
요즘은 남자들도 런닝셔츠를 잘 입지 않는데, 이 런닝셔츠는 겉옷을 오래 입기 위해 개발된 이너웨어라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청결 강박증이 있는 미국인들도 대량생산 시대 전에는 일주일에 내내 셔츠를 입기 위해 이너웨어를 입고 이것을 매일 갈아 입었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청결한 남자는 매일 셔츠를 갈아 입는다, 이제는 상식이 된 말이지만 이게 다 패션업계의 눈물나는 광고, 혹은 교화 덕분이라고 하겠다
하여간 이 책의 요점은 슈퍼우먼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 한 발 더 나아가 지나치게 쓸고 닦고 깔끔하게 하는 일에 골머리 썩지 말라는 것이다
TV에 나오는 살림의 여왕 따위는 잊어 버려라
전업주부라 할지라도 일단 경제력이 어마어마 하지 않다면 죽었다 깨나도 살림의 여왕처럼 해 놓고 살 수는 없다
그러니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수 없는 평범한 워킹맘이 잡지나 TV에 나오는 집처럼 꾸며 놓고 산다는 건 불가능한 소리다
멋진 인테리어, 훌륭한 가정요리, 깔끔한 청소 등등을 강조하는 진짜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재를 팔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저자의 통쾌한 결론이다
자, 그러니 주부들이여
살림의 여왕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시길!!
이제 천성이 게으른 나 같은 사람은 아무 죄책감 없이 발 쭉 뻗고 편하게 자도 되겠다
참고로 이 책 수준 괜찮다
생각할 꺼리를 꽤 많이 주는 수필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