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 할인행사
정흥순 감독, 정준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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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가문의 영광"을 다 봤다

그런대로 재밌는 코믹 영화인데 역시 결말을 이끌어 내는 방식은 그저 그런 조폭 코메디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름대로 웃으면서 재밌게 봤는데 마지막 결혼식 장면의 억지스런 전투 장면은 어찌나 실망스럽던지...

그래도 "황산벌" 보다는 많이 웃었다

사투리 구사는 유동근이 젤 어색하고 (김정은은 말 할 것도 없고) 성지루가 그나마 낫더라

전라도 사투리 제대로 구사하면 정말 웃기고 재밌는데 배우들의 서울 말투는 늘 고정적이다

김정은은 예쁘지는 않은데 깜찍한 구석이 있다

눈이 커서 땡그란 게 호기심 많고 겁많은 순진한 애 같다

실제로는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말이다

정준호도 느끼하지 않은 괜찮은 연기를 보여 줬다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고 일부러 두 주인공을 갇히게 하는 장면에서는 대한민국 조폭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조폭만능주의(?)를 보는 기분

특히 갇히 엘리베이터 안에다 위에서 뱀을 집어 넣는 게 가능한 일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엄마 없이 자란 여동생에게 좋은 남자를 소개시켜 주기 위해 세 오빠가 꾸민 일임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뭉클한 형재애가 느껴져 가슴이 따듯해졌다

"제 이름은 '대서씨'입니다"라는 카드와 함께 강아지를 선물하는 장면도 신선했다

김정은이 유동근에게 압박 붕대 감아 주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어찌나 못 감던지 기가 막힘

특히 다 감고 나서 반창고로 붙이는 게 아니라 붕대 감아질 때 쓰는 클립으로 고정시키는 건 정말 어이없었음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 클립으로 고정시킬 생각을 했을까?

코미디 영화니까 그런다고 넘어가지만 진짜 연구 안 하고 영화 찍는 것 같다

나름대로 재밌는 영화다

보시면 많이 웃으실 거예요

단 영화 완성도는 많이 떨어짐

(제가 사랑에 마지 않는 유동근 아저씨, 전 아저씨가 최고의 배우라 생각하는데 이제 괜찮은 영화에 출연하시면 안 될까요? 좀 더 수준을 올려 주시길 팬으로써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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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01-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는 이런류의 코믹영화를 참 좋아한답니다. 성지루 압권이지요?? 이영화를 보고난뒤부터 성지루에게 관심을~
 
미술관 옆 동물원 - [할인행사]
이정향 감독, 심은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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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미술관 옆 동물원"을 봤다

매니아들이 꽤 있던데 역시 재밌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실망스러웠는데 이건 아주 재밌었다

심은하가 많이 부각되던데 난 오히려 이성재 연기가 더 좋았다

안성기는 역할이 너무 미미해 잘 모르겠고 송선미는 지나치리만큼 연기를 못한다

찍은 게 오래 되서 아마 데뷔 초였나 보다

드라마 속에서 방긋방긋 웃으면서 대사 안 할 때가 훨씬 낫다

대본을 읽고 있더구만

웃겨, 진짜

예쁘게 생긴 애가 털털하니까 나름대로 귀엽더라

심은하처럼 이쁜 애가 털털해야 귀여운 맛이라도 있지 못생긴 애가 털털하면 아마 얼굴값 한다고 할 꺼다

재밌었던 대사 하나

주인집 아주머니가 심은하더러 그 남자랑 결혼할 사이냐고 물었다

심은하 왈 " 그 남자 눈이 얼마나 높은데요"

그러자 아주머니, 그럴 줄 알았다면서 "그럼 그렇지, 이상하더라고"

그러자 심은하 한 마디로 아줌마에게 펀치 날린다

"그러니 전 또 얼마나 높겠어요?"

하하, 이런 게 바로 위트이고 유머 아니겠어?

심은하와 이성재가 둘이 쓴 시나리오는 공모전에 떨어질 게 분명하다

영화에서 아무리 예쁘게 그려내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남녀가 알콩달콩 싸워 가면서 며칠 간 동거하는 내용이 재밌었다

영화에서 제일 돋보이는 장면, 심은하가 짝사랑 하는 안성기를 만나러 갈 때 (사실은 일 때문) 정신없이 새 옷이랑 새 구두, 새 가방, 안 신던 양말까지 새 걸로 챙겨 신고 나가느라 허둥지둥 하는 심은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짝사랑 하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상대는 자기를 알아 주지도 않는데 별 것도 아닌 일에 괜히 혼자 오버하게 마련이다

영화 속의 춘희는 참 따뜻한 심성을 가진 여자다

비 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겨우 빗소리 하나 가지고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일 것 같다

그런데 둘이 사귄 후 잘 됐을까?

너무 순진하고 착한 춘희에게 철수는 약간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녀가 철수로 인해 섹스에 눈 뜨게 될까, 아니면 섹스만 밝히는 철수에게 상처받고 남자에게 마음을 꽁꽁 닫게 되지는 않을까?

둘이 결혼을 하면 몰라도 연애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커플이다

2탄이 나온다면 분명히 춘희는 철수에게 그렇게 말할거다

"넌 섹스 밖에 모르니? 섹스가 사랑의 전부니"

그럼 철수는 그러겠지

"사랑하니까 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넌 너무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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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 장동건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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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 장면이 멋있어서 꼭 보고 싶었다

6.25  때 피난민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구름처럼 역에 모여드는 장면이었는데 그 인파가 어찌나 장엄한지,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까 생각만큼 스케일이 큰 건 아니었다

뭐, 어차피 드라마가 가장 중요한 거니까

시작 부분부터 울기 시작해서 한참을 울었다

한 번 눈물샘이 터지니까 주체하기 힘들 정도

이렇게 펑펑 운 건 "가을의 전설" 이후 오랫만

그 때는 고등학교 때라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었고, 남편의 동생을 사랑하는 여자가 괴로워 하다 결국은 자살하고 마는 그 안타까운 심정이 그대로 감정이입 되서 소리내서 울 정도였다

사실 이번에는 좀 창피하기도 했다

남들 다 우는 그런 장면도 아닌데 주책스럽게 눈물이 솟으니까 화장 얼룩질까 봐 걱정됐다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

장동건이 동생 원빈을 공부시키기 위해 구두를 닦고 다니면서도 밝게 웃는 모습부터가 슬펐다

자기는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해 봤을 아이스크림을, 동생이 오자 척 하니 사 주면서 이 시렵다고 안 먹는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나왔다

옛날 어머니들이 아들을 위해 허리가 끊어져라 일하는 모습은 워낙 많이 봐 왔고, 으례껏 부모는 자식에게 희생하는 존재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있어서인지, 무심히 넘어가는데 형이 동생을 위해 자기 인생을 거는 모습은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동생은 형의 꿈이자 미래였다

그런 동생이 군대에 끌려가게 되자 형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원을 하고, 다시 그 동생을 제대시키기 위한 훈장을 받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모든 전투에 앞장선다

 "가을의 전설"에서도 브래드 피트 형제가 막내를 지키기 위해 함께 전장터로 뛰어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한국적인 정서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아들에게 거는 무한한 기대는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흔히 있어 왔다

아들은 어머니와 큰 누나, 혹은 여동생의 희망이고 전부라고 해도 좋을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같은 남자인 형이 동생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버리는 설정은 흔하지 않아서인지 더욱 가슴이 뭉클했다

6.25가 터지기 직전의 평화로운 서울 풍경이 전쟁의 끔찍함과 대비되어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얼마 안 있으면 난리가 날텐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채, 장미빛 미래를 위해 허리가 끊어져라 일하고 있다

전쟁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피난짐을 쌀 때 그 심정이 어땠을까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어깨와 등어리에 무거운 봇짐을 메고 끝도 없는 피난길로 나서는 장동건 일가의 모습이 너무 슬퍼 눈물이 났다

기차를 구하지도 못하고 말 못하는 어머니와, 내년이면 서울대에 갈 거라 기대되는 아직 학생인 동생과, 결혼할 여자의 어린 세 동생들을 이끌고 목적지도 없는 그 고된 길을 걸어가는 가장의 막막한 심정이 그대로 전해져 가슴이 아팠다

그럴 때 뭔가 빽이 있어 기차를 탈 수 있었더라면, 그래서 가족들을 그 막막한 피난민들 속에서 구해낼 수 있었더라면,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며 그는 몹시도 괴로웠을 것이다

가부장제에 대한 반감이 많지만, 어려울 때에 가장이라는 위치가 주는 책임감은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닥터 지바고"에서 피난민들로 가득찬 열차역이 나온다

그 때도 서로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을 이루는데 주인공 유리가 간신히 기차에 올라타 자기 가족들에게 무사히 객석을 만들어 주고 안도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가족을 피난민들 속에서 구해 냈다고 안도해 하는 유리의 얼굴과, 기차를 구하지 못해 막막해 하는 장동건의 모습이 교차되어 가슴이 아팠다

막상 전쟁터로 나가자 장동건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

아마 그는 피난길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켜냈을 것이다

동생을 제대시키기 위해 훈장을 받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어서인지 뛰어난 전투력을 자랑하며 전쟁터를 휘젓고 다닌다

그런데도 동생 원빈은 형을 전쟁에 미친 놈이라고 몰아세운다

원빈의 비난은 전쟁의 광기를 혐오하는 지식인의 인간 중심주의로 느껴지는 대신, 받기에 익숙한 어린애의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는 형의 애틋한 심정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앞장 설 수 밖에 없는 형의 안타까운 심정을 동생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적으로 보일 만한 원빈의 태도들은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그저 한가로운 시대에나 어울리는 투정처럼 느껴진다

제일 안타까웠던 장면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했다는 뉴스를 듣고 환호하는 장면이었다

멜 깁슨이 나오는 베트남 전쟁 영화를 봤는데, 베트남으로 출격하기 전 날 가족들과 이별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갑작스런 출격 명령을 받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 자는 아이들을 한 번씩 안아 주고 (무려 다섯 명이나 됐다) 아내와 격렬한 포옹을 한 뒤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를 뒤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오는 멜 깁슨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인천으로 상륙한 미군들은 모두들 각자의 집에서 그런 안타까운 이별을 하고 배에 올라 탔을 것이다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작은 나라의 전쟁터로 끌려 가는 평범한 미 병사들은 또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이었을까?

상륙 작전이 성공했다지만, 분명히 많은 수의 병사들이 상륙 도중 죽었을 것이고, 본국에서는 아들이, 혹은 남편이, 아빠가 살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빌고 있었을 것이다

전쟁은 전체적으로 보면 정치의 일부이고, 인간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미시적 관점으로 보면 일어나서는 안 될 너무나 끔찍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대량 학살이 불가피한 현대에 와서는 더더욱 전쟁의 비극이 가시화 되는 것 같다

압록강까지 진격했다가 밀려오는 중공군의 소식을 듣고 후퇴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중공군 역시 대부분은 왜 참가하는지도 모른 채 그 추운 겨울에 낯선 나라로 착출되어 갔을 것이다

전쟁 당사자들이야 자신의 나라에 관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권력자들에 의해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 가는 평범한 병사들의 비극은 영화를 보는 내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했다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사족 같았다

평론에서도 지적했지만 원빈 일병 구하기 장면은 아무래도 심한 오버다

스펙타클이 빛난다지만, 전체적인 드라마로 본다면 그 장면은 빼는 게 훨씬 완성도가 높을 뻔 했다

 형을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도망간다는 설정도 현실적이지 않다

 늙은 원빈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도 눈에 거슬린다

 장동건은 "친구" 이후 다시 한 번 영화에서도 먹히는 배우라는 걸 입증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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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 [dts] - [할인행사], (2disc)
유하 감독, 이정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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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가 새로 본 영화의 제목은 "말죽거리 잔혹사"

별 4개를 받았다는 소리에 기대를 아주 많이 하고 가서 봤는데 음, 글쎄...

78년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많이 공감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적이지 않은, 현실적인 결말에 점수를 많이 준 걸까?

역시 영화는 감독의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봤을 떄와 비슷한 느낌

권상우를 위한 영화라고 하는데 권상우만 특별히 두드러진 것도 아닌 것 같다

그저 감독은 권상우를 앞에 세워 70년대 후반의 고등학교 시절을 얘기하고 싶었을 뿐인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그는 이 이야기의 대표 화자일 뿐 전적인 주인공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관객의 입장으로는 이정진 보다 권상우가 훨씬 멋지게 느껴지는데 영화 속에서의 권상우는 이정진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로 나온다

말하자면 이정진을 더 남자답고, 멋진 인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권상우가 사랑하는 여자, 한가인의 선택을 받는다

한가인은 큰 눈이 매력적인 우아한 여고생으로 나온다

학교 다닐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인이 됐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청초하고 예쁘다

그녀는 왜 비교적 모범생인 권상우 대신 자신과 너무 맞지 않은 이정진을 택했을까?

비오는 날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다가 나를 받아 달라고 주먹으로 벽을 내리치는 그 카리스마에 반한 걸까?

내가 보기에 그녀는 동정심을 사랑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이 남자를 내가 받아 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의 페이스에 말려 드는 것처럼 말이다

하긴 어린 시절 여자들은 종종 과격한 것이 멋있는 거라고 착각을 하곤 한다

학원 폭력을 미화하는 수많은 만화책에서 익히 느끼고 있는 것들이다

여자 뿐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특히 별다른 즐거움이나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은 학생 시절, 대학이 목표일 뿐인 고등학교 시절에는 더더욱 폭력을 대단시 한다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싸움꾼들을 동경하고 멋있다고 착각한다

결국 학교를 나가서는 조직 폭력배로 빠지는데도 말이다

70년대 고등학교 시절을 보는 것은 나에게는 참 힘든 일이다

"친구"에서도 느낀 거지만, 학생들의 폭력은 차치하고서라도 교사들의 폭력을 편한 눈으로 지켜 본다는 건 정말 어렵다

왜 그 시대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그토록 폭력적이었을까?

지금도 그런 잔재가 남아 있지만, 매를 들어야만, 다시 말해 신체적 폭력을 가해야만 교육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교사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폭력의 대상이 될 기회도 적을 뿐더러 대부분의 일은 눈 감고 넘어가 준다

언제나 깨지는 것은 학교 생활을 성실히 안 하는, 공부 못하고 싸움에 소질 있는 뒷줄 녀석들이다

이런 식으로 차별할 바에는 차라리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 게 낫지 평준화는 왜 한단 말인가

교사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르치고 있다

"유신"이라는 교육 이념이 선명하게 새겨진 교문을 보면서 교사들의 폭력 역시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군사 문화가 온 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70년대의 답답한 현실이 피부로 전해져 오는 기분이었다

영화에서는 이정진이 멋진 남자로 묘사되는데 (여주인공의 사랑을 차지할 정도로) 전혀 멋지게 보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거칠고 미래에 대한 비젼도 없고 친구에 대한 우정도 없다

다만 깡이 세서 싸움을 잘할 뿐이다

대신 권상우는 잘 생긴 얼굴을 차치하고서라도, 멋진 성격을 가진 놈으로 나온다

반 동료가 무참하게 맞자 별로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또 싸움에 자신이 없음에도 하지 말라고 말린다

두렵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 이게 용기 아닐까?

학교짱인 녀석이 시비를 걸자, 한가인을 잃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무기력하게 보내던 권상우는 복수를 다짐하며 싸움 기술을 연마한다

진정한 복수란 오랜 시간 동안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상우는 비록 쌍절권이라는 무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비는 절대 불리한 상황에서 처절한 사투 끝에 승리한다

난 그 다음에 권상우가 학교짱에 등극할 줄 알았는데 왠 걸, 영화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권상우를 퇴학시킨다

하긴 쌍절곤을 휘둘러 대며 그 정도 부상을 입혔으니 자칫하면 감옥에도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검정 고시 학원으로 나온 권상우, 짧은 고교생 머리를 탈피하고 머리를 긴 모습에서, 통제와 폭력으로 가득한 학교를 탈출한 자유가 느껴졌다

버스에서 우연히 한가인을 만났을 때도 그는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지나간 옛 사랑에 대한 추억과 아쉬움 속에서 짧은 인사를 할 뿐이다

영화적 결말이라면 한가인을 데리고 가출한 이정진의 뒷 이야기라던가, 한가인이 권상우의 사랑을 받아 들인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권상우가 좋은 대학에 붙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식으로 결론을 낼 것 같은데 너무나 밋밋하게, 혹은 현실적으로 끝이 난다

집 나간 이정진의 소식은 들을 수 없고, 한가인은 집으로 돌아와 당연하게 재수를 하고, 권상우는 검정 고시를 준비하며, 둘은 시간 속에서 서로를 잊는다

2시간이라는 런닝 타임이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범하고 밋밋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장 없이 그저 7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모습들을 담백하게 그린 느낌이 든다

"잔혹사"라는 제목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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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01-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안소니보다는 테리우스같은 반항적이고 야성미를 좋아하는 여자들의 심리아닐까요? 왠지 감싸주고 싶은 모성본능도 더해진.....
 
질투는 나의 힘
박찬옥 감독, 문성근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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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보고 싶은 영화였다

재미없다고 보지 말랬는데 역시나 크게 재밌는 건 아니었지만 생각할 꺼리가 많은 영화

평론을 보기 전에 내 느낀 점을 쓰려고 한다

일단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연기를 보여 준 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하는 느낌이다

모범생 스타일로 별로 멋있지도 않지만, 또 나름대로 깔끔한 외모와 지적인 분위기 탓에 일부 여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남자

더 흥미로운 인물은 문성근이 맡은 캐릭터였다

박해일의 두 여자를 모두 뺏어 갈 정도라면 (그것도 유부남이 말이다) 정말 멋진 남자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너무나도 통속적인 속물로 나온다

그에게는 과연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문성근은 함부로 말하고 여자를 밝히며 아랫사람에게 잡일을 많이 시키는 뻔뻔한 남자로 나온다

교양도 없고 편집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에게 집안일까지 시킨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술을 좋아하며 여자를 밝히기까지 한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왜 그의 주변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는 걸까?

박해일를 짝사랑 하는 하숙집 여자가 있다

아버지와 남동생은 정신병을 앓고 있고, 박해일을 짝사랑 한다

짝사랑의 슬픔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낸 장면이 있다

어떤 얘기 끝에 수영장 가자고 툭 던지 말에 그녀는 수영복까지 새로 사고 언제 가느냐고 들떠 있다

당연히 박해일은 내가 언제? 라는 식으로 무심히 넘어가 버린다

짝사랑 하는 놈한테는 별 거 아닌 한 마디도 금과옥조 같은데 받는 놈한테는 흘러가는 말에 불과하다

불쌍한 그 여자는 박해일이 삶에 지쳐 있을 때, 혹은 질투에 미쳐 있을 때, 욕정을 푸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솔직히 섹스하는 장면 보면서 분노했다

이 나쁜 자식, 저보다 잘난 년한테 채이고 어디 와서 화풀이를 해?

그것도 제일 잔인한 형태로?

진짜 너무너무 화가 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박해일이 맡은 캐릭터에 동정심을 많이 느꼈는데 (능력이 안 되지만 착한, 그래서 질투의 감정마저도 부러움 내지는 동경으로 승화시켜 버리는) 너도 똑같이 속물적인 놈이구나 싶으니까 진짜 화가 났다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를 받아주지 못한다면 적어도 아름답게라도 봐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그 감정을 이용해 욕정을 푸는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그 격렬한 섹스가 그렇게 추잡하고 더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사실 모든 종류의 섹스는 속물적이고 우스꽝스럽다

그래서 불 꺼 놓고 남 안 보는데서 하는 거 아닌가?

영화에서는 분위기와 조명을 이용해 아름답게 묘사하는데 이 영화, 진짜 리얼하게 가감없이 보여준다

바지를 절반만 벗어제끼고 여자의 질을 향해 열심히 피스톤 운동을 하는 사내, 그리고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여자, 숨을 헐떡이는 두 사람이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라 인간도 결국 동물에 불과하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박해일이 임신한 그녀를 받아들일까 고민하는 모습이 잠깐 비춰지자 설마 의심스런 마음이 들었다

어, 저렇게 가면 영화인데? 현실에서 저럴 수 있을까? 설마 하룻밤 잤다고 남자가 책임진다고?

그런데 역시나 산부인과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도 남자는 오지 않고 결국 그녀를 버리고 만다

정신병자인 아버지와 동생 때문이냐는 그녀의 힐문에 박해일, 답답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당근 아니지, 니네 가족이 문제가 아니라 너 자체가 싫다니까, 왜 그렇게 눈치를 못 채냐, 이 바보야, 라고 말하고 싶었을 거다

여자 입장에서는 섹스까지 했는데 그렇게 사랑하며 존경해 마지 않던 남자가 설마 사랑도 없이 자기 욕구를 채웠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창녀 취급을 받았다는 걸 절대 인정하기 싫었겠지

그나마 핑계 댈 가족이라도 있어 덜 상처 받았을 거다

그 여자와 박해일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소시민의 위악성에 대해 다시금 깨달은 기분이다

자기도 더 잘난 놈한테 애인을 둘 씩이나 뺏긴 주제에 자신을 짝사랑 하는 여자를 그런 식으로 다루는 걸 보면 인간은 결국 이기적익 자기 중심적인 본성을 가진 존재다, 라는 말이다

왜 박해일은 자기를 부려 먹고, 애인을 둘 씩이나 뺏어간 뻔뻔하기 그지 없는 문성근 밑으로 들어갔을까?

아예 집으로까지 들어가서 충복 노릇을 하는 걸 보면, 문성근을 도저히 넘지 못할 산으로 인정하고 질투에서 동경심으로 감정을 바꾸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

"누나, 편집장님이랑 자지 말아요 나도 잘해요"

하하, 나도 잘해요라니, 정말 너무 리얼해 엄청 웃었다

배종옥 캐릭터는 도무지 호감이 안 간다

보통 영화에서 혼자 사는 여자란 자기 감정을 잘 통제하고 냉철하고 "쿨"한 분위기로 비교적 멋지게 그려지는 편인데 배종옥은 구질구질 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하긴 문성근도 그렇고 이 영화의 모든 캐릭터는 다 현실적이고, 그래서 아부 구질구질 하다

문성근 같은 경우도 유부남인데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니, 보통 영화에서라면 깔끔하고 부유하며 멋진 남자여야 할텐데, 문성근은 너무 현실적으로 나온다

욕도 잘 하고 무엇보다 속물적이고 잘 생기지도 않는, 여자들 후리는 걸 삶의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는 대단히 평범한 중년 사내!!

배종옥네 집이 어찌나 심란하던지, 꾸질꾸질한 소파에 박해일과 둘이 누워 격렬한 섹스도 아니고 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진짜 연애 기분 안 나더라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왜 여자들이 속물적인 문성근에게 빠지냐는 것이다

박해일의 첫번째 애인도 그렇고, 배종옥도 문성근과 자게 되는 부분의 묘사가 명확하지 않아 약간 이해가 안 갔다

첫번째 애인이야 순진하게 생겨서 유부남 좋아하는 순진한 처녀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배종옥은 닳고 닳아서 쉽사리 유부남의 꼬임에 넘어갈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문성근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질투도 해 볼 만한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상대라면 이미 질투가 아니라 동경심으로 바뀌어 버린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암시하는 것, 2편이 나온다면 아무래도 문성근의 하나 뿐인 딸은 그가 보잘 것 없이 생각하는, 이를테면 거의 따까리 수준인 박해일에게 마음을 뺏길 것 같다

박해일은 아마도 문성근에게 느끼는 질투에 대한 보상 심리로 딸의 마음을 받아 들이겠지

정말 독하고 똑똑한 놈 같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잔인하게 딸에게 복수를 할텐데 (하숙집 처녀를 임신시켜 놓고 찬 것처럼) 소심해서 그러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 마음을 받아 들임으로써 묘한 쾌감을 얻게 될 것 같다

문성근이 한 말이 있다

난 바람 피워도 아내와 애인 둘 다에게 잘 한다, 제일 쪼다 같은 놈이 바람도 못 피우면서 아내에게도 잘 못하는 놈들이다

나는 진즉 문학적인 내 능력의 한계를 깨달았다, 그래서 그 쪽으로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내가 잘하는 것에 인생을 걸었다, 바로 여자 꼬시는 거

즉 영화에서 문성근은 현실을 너무 빨리 파악해서 고민이랄 게 없는 인물이다

바람을 피우면서도 양심의 가책 없이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고, 작가적 능력의 한계를 괴로워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잘 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삶의 보람도 느끼고 산다

그야마로 위악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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