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 조선남녀 상열지사 [dts] - [할인행사], 일반판
이재용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를 우여곡절 끝에 드이어 봤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깔끔하고 보기 좋은 영상을 보여줘 뒷맛이 개운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자연스러웠고 결말도 긴 여운이 남는다

이 영화의 압권은 사극의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 준 배용준이 아닌가 싶다

어쩜 그렇게도 핸섬하고 쿨하게 나오는지...

고리타분한 조선 시대 선비상을 싹 없애줬다

현대물에서는 배용준이 잘 생겼다거나 매력적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히려 갓 쓰고 도포 입은 사극에서 그의 매력이 훨씬 더 많이 발하는 것 같다

부용정의 조씨 부인과 조원은 어린 시절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남에게 발설조차 못할 금지된 사랑이었으니, 둘은 사촌 관계였다

결국 서로를 마음에 품은 채 각자 결혼을 했으나 조원은 일찍 부인이 죽은 뒤 이 여자 저 여자를 탐하며 세월을 보내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조씨 부인 역시 시댁의 부를 이용해 화려하게 치장하며 자유로운 성을 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연정은 여전했으니...

선수는 선수끼리 논다고 조씨 부인은 조원에게 우리가 사랑에 빠진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부끄러워 할 일 아니냐고 힐난한다

또 그녀는 조원에게 무너진 숙부인 정씨를 두고 절개가 다 무슨 소용이냐, 사내맛을 못 볼 때 얘기지 하며 비웃는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

어린 시절 사랑이란 상대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는 강렬하고 절대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성이라는 개념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저 키스나 포옹 정도가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 정도라고 여겼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보니 남녀 간의 사랑에 성이 빠진다면 그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성적 욕구는 사랑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걸 알게 됐다

숙부인 정씨도 조원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면서 몸을 허락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조씨 부인은 조원이 수많은 여자들과 놀아나는데도 여전히 그 마음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섹스는 별개인가, 혹은 일치할 수도 있고 별개일 수도 있는, 사실은 별 상관 관계가 없는 것인가?

어쩌면 성적 욕구와 사랑이란 감정은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큰 상관 관계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볍게 성적 욕구를 푸는 것을 비난할 수도 없지 않을까?

어렸을 때부터 거의 절대적인 가치라고 교육받아 온 순결이란 개념 때문에 성적인 행위는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며, 그나마도 결혼하기 전에는 절대로 허락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개념은 여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남자들은 성적 욕구를 푸는 것에 대해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쪽은 성행위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일상적인 일로 치부하니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 성적인 표현을 할 때 남자가 주도권을 갖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조씨 부인의 당당한 성격은 그녀가 숙부인과는 달리 성행위에 대해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성행위가 자연스런 욕구의 발산이라면 숙부인 정씨가 수절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생의 기쁨을 모른 채 하는 어리석은 짓인지도 모른다

그녀 역시 조원을 사랑한 후 삶의 행복을 모른 채 살아 온 지난 날을 후회했다

조씨 부인의 비웃음이 맞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주장하는 순결이라거나 정조 개념이 정말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관습을 깨뜨릴만큼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문제 의식 정도는 가질 수 있다

조씨 부인의 질투도 이해할 수 있다

조원이 숙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한 뒤 그녀가 남자와 사통했음을 소문낸다

힘있는 자가 연적을 죽이는 복수를 자행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그녀의 강한 집착에 조원은 오히려 누이의 마음에는 가지려는 마음과,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 뿐인 것 같다면서 오히려 염증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질투심이 모든 관계를 파괴시킨다

조원은 어이없게도 숙부인 시동생의 칼에 맞아 허망하게 죽고 만다

그의 종놈이 양반으로 태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냐고 탄식하는 말에서 그의 죽음이 얼마나 어이없고 덧없는 것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죽으면 다 그만이라더니 참 모든 게 어이없게 끝나고 만다

숙부인 역시 조원의 죽음을 들은 후 얼음이 언 호수로 걸어 들어가 빠져 죽고 만다

순식간에 빠져 죽는 장면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조금의 여운도 남기지 않은 채 한순간에 죽음을 보여준 후, 그녀의 빨간 목도리가 위로 떠오르는 것으로써 세련되게 긴 여운을 준다

조씨 부인 역시 조원이 그린 화첩이 유통된 후 시댁 식구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느껴 먼 곳으로 초라하게 도망간다

얼마나 어이없는 결말인가!!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갖고자 한 여인의 질투심이 부른 허망한 파멸이다

만약 권력을 가진 조씨 부인이 무사히 이 위기를 넘겼다면 영화는 훨씬 더 비정했을 것 같다

자신의 질투심으로 상대는 물론 사랑하는 남자와 본인까지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이 사실적이고, 또 불행하게 느껴진다

결국 원만한 종말을 위해서는 조씨 부인이 질투심을 억누르고 사랑하는 이를 연적에게 보내 줬어야 할까?

그녀는 힘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에서 위안을 찾아야 했을까?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힘이 충분했기 때문에 연적을 응징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현실 속의 나였다면...

연적을 응징할 힘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충분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불행히도 지금까지 그런 힘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뒤에서 눈물짓고 가슴 아파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조씨 부인 같은 권력이 있다면...

아마도 자제력을 갖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행복을 위해 보내 준다는 말은 어쩌면 현실에서는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에 대한 자기 위안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숙부인과 조원이 조씨 부인의 간섭없이 잘 됐더라면 과연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조원은 바람둥이일 뿐더러 섹스에 대해 자유분방하다

아마도 그는 숙부인을 사랑하면서도 여전히 다른 여자들을 건들었을 것이며 어쩌면 조씨 부인과도 관계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의 말대로 사람의 본성은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보면 조씨 부인은 차라리 그들의 사랑이 식기를 기다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도령과 사통하는 것을 두고 누이 역시 다른 사내를 마음에 품은 게 아니냐는 조원의 비난에, 내 앞에서 도령의 목을 벤다 해도 나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라는 조씨 부인의 대답은, 사랑과 성행위는 다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랑하는 마음이란 그런 게 아닐까?

상대가 다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것, 조씨 부인은 그 점을 간파했기 때문에 조원이 단순히 숙부인을 데리고 노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만약 조원이 숙부인을 정욕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면, 남자와 사통했다는 소문을 낸 자신에게 화를 낼 까닭이 없을테니까

조씨 부인은 오랫만에 보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섹스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그야말로 현대적인 인물상이 아닐 수 없다

조원 역시 사랑에 얽매이지 않는 쿨한 캐릭터이다

요즘처럼 사랑과 성이 자유로운 시대에 어울릴만한 인물들이다

스캔들이 기존의 사극과 다르다면, 화려한 의상이나 셋트보다는 바로 현대적인 캐릭터에서 그 차이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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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 할인행사
오종록 감독, 차태현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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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코미디를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멜로 보다 코미디가 더 어려운 장르임이 분명하다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웃길 수 있는, 격조 높은 코미디를 보고 싶다

차태현의 연기가 빛나 그나마 중간은 가는 것 같다

차태현은 오버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다

고등학교 때 파마 머리, 잘 어울린다

평이하기 짝이 없는 연기였지만, 손예진 정말 예쁘다

한 남자의 사랑을 온전히 다 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화의 "주일매" 캐릭터라면 얼마나 행복한 여자일까!!

난 니가 숨을 쉬지 말라면 못 쉰다는 고백을 받을 수 있는 여자!!

사랑하는 여자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자신을 갈고 닦는 차태현 배역도 정말 멋지다

정말로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녀에게 걸맞는 남자가 되기 위해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 목매달고 선물 갖다 바치고 집착하는 건 하수다

고수라면 그리고 진짜 멋진 남자라면 그녀를 위해 자신부터 업그레이드 시키고 볼 일이다

백혈병에 걸려 죽는 스토리는 그 동안 너무 많이 써 먹은 구조라 평범하긴 했지만 그래도 죽음이란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하도 백혈병 많이 써 먹어서 이번에는 유사한 병명으로 종목을 바꿨더라 MDS myelodisplastic syndrome이라고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적혈구와 백혈구 등을 만들어 내 결국은 면역력 약화되어 죽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역시 백혈병이라 할 만 하다)

인생을 걸 만큼 사랑하는 여자가 얼마 안 가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남자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자기 심장이라도 떼 주고 싶었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을

차태현의 반응이 너무 멋지다

나 고시 포기하고 의대 가서 니 병 고칠 거다!!

정말 그 놈, 인생 한 번 화끈하고 멋지게 산다

영화가 좀 더 길어져 차태현이 법관이 되었으면 일 처리 끝내주게 화끈하게 해냈을 거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일매와 그것을 옆에서 지켜 봐야 하는 태일의 결말은 보여주지 않고 끝이 났다

일매의 장례식 장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녀가 잠든 침대 곁에서 간호하다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 태일의 모습을 비추면서 끝이 났다

그게 더 현실적이고 여운이 남는다

경상도 사투리도 구수하고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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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카드 SE - 2 Disc
김유진 감독, 정진영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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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남자 친구가 먼저 봐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봤다

"와일드 카드"

무슨 의미로 지은 제목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괜찮은 영화다

시나리오도 과장 없이 자연스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역시 중견 배우들은 연기를 잘 한다

관록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한채영이 영화에서 아무 역할을 못 한다던데 오히려 과장된 로맨스가 없어서 좋았다

배우 이름값을 해 주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는 씬이 없어서 더 자연스러웠다

영화가 아니라 마치 리얼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범죄가 일어나는 시점부터 검거하게 될 때까지의 과정을 극적인 전개 없이 자연스럽게 솔직히 풀어 쓴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

"투캅스"나 "주유소 습격 사건" 같은 범죄 영화와 아주 대조적이다

극적인 긴장감을 위해 대부분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과장된 스토리를 삽입하게 마련인데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대본을 잘 쓴 것 같다

형사들의 애환과 범죄의 끔찍함을 잘 섞어 놨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형사라는 직업 역시 사명감이 없다면 괴롭고 끔찍할 것이다

그저 밥 먹고 살기 위해 형사가 됐다면 하루하루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평범한 사람들 상대하는 것도 직업적으로 하려면 힘든 노릇인데 범죄자들을 매일 대하는, 그것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 가면서 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려면 정말 보통 사명감 없이는 안 될 것 같다

아빠가 학생 운동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는데 절대 밤에 나다니지 말라면서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절대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교도소에서 범죄자들과 같이 지내 본 아빠는 사형 제도의 지지자이다

확실히 범죄를 저지른, 우발적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른 심리 구조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태연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영화에 등장하는 뻑치기는 뉴스에서도 접한 적이 있는데 끔찍해서 말이 안 나온다

밤길 조심해야지 무서워서 살겠나

영화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아리랑치기는 그래도 양반이다

돈만 뺏는 놈은 영화 속 대사처럼 진정한 도둑이라 할 만 하다

돈 때문에 사람을 한 번에 죽일 수가 있나

경동맥에 손을 대고서 생사의 유무를 판단하는 걸 보면 그 놈은 죽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게 분명하다

범인 중 한 놈을 검거한 후 그들이 죽였던 사람들의 가족 사진을 들이대고서 똑바로 쳐다 보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니가 사람이라면 제대로 못 볼 것이다, 라는 양동근의 말이 가슴을 파고 든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감히 자기가 죽인 (아무 원한 관계도 없이 단지 돈을 뺏기 위해) 생판 모르는 낯선 여자의 남겨진 불쌍한 어린애들을 제대로 쳐다 볼 수 있겠는가!!

 무서워서 오싹하는 장면이 많았다

과장되지 않고 현실을 사실대로 묘사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마지막에 형사를 찌른 뒤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던 범인의 차를 막은 후 형사 여러 명이서 방망이로 유리를 깨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다리에 칼을 맞은 후 죽다 살아 난 장칠순 형사는 그 후 칼이 두려워 눈 앞에 있는 범인도 칼만 휘두르면 쫒을 생각을 못해 후배 양동근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런 그가 양동근에게 칼을 들이대는 범인을 온 몸으로 막고 쓰러진다

그러면서 어서 가서 잡으라고 한다

그 범인이 타고 도망가던 자동차를 잡았으니, 방망이로 유리를 깨는 동료들의 가슴은 분노와 눈물로 얼룩졌을 것이다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도 범인 잡았냐고 묻는 장형사는 이제 자신을 가두고 있던 두려움의 장벽으로부터 걸어 나왔을 것이다

보통 영화 같았으면 장형사가 죽는 것으로써 비장미를 더했을텐데 오버하지 않고 장형사가 입원한 병실에 둘러앉아 다같이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서 마무리를 짓는다

장진영의 연기가 가장 돋보인다

양동근도 썩 잘한다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이끌어 간 감독의 역량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아직 안 본 분이 계신다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가 보기엔 "살인의 추억" 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참, 다운 받은 영화에 자막입히는 거 아시는 분 계시면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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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 힐 CE [dts] - [할인행사]
로저 미첼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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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다운 받느라 무지하게 고생한 "노팅힐"을 봤다

역시 휴 그랜트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의 편안하고 부드러운 매력이 한껏 발산된 멋진 영화

영국식 로맨스 영화가 어떤 것인가를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같다

브릿짓 존슨의 일기라든가, 어바웃 어 보이 등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늘 같은 역만 해서 식상한 면이 없진 않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을 선택해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준다고 볼 수도 있겠다

런던은 뉴욕이나 파리처럼 이름만으로 약간의 설레임과 흥분을 불러 일으킬 만한 곳이다

유럽의 유명한 도시라는 점, 아니 그 보다는 문화적으로 풍성한 곳이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의 배경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제목도 런던의 한 거리 이름인 노팅힐이다

보통 남자 스타와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가 일반적인데 반대로 여자 스타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을 다룬 기획이 신선하다

여자 스타에 비견할 만한 평범한 남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는 단연 휴 그랜트일 것이다

영화의 대사 중에도 나오지만 핑크빛 셔츠를 입은 그의 차림새가 편안한 매력을 준다

헐리우드 대 스타와 작은 책방 주인의 로맨스가 과연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결혼까지도 사업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헐리우드 커플과는 다르게, "결혼"이 주는 일반적인 의미처럼 삶의 일부로써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줄리아 로버츠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서도 그녀처럼 진지하게 사랑을 찾는 스타가 있다면 참 멋있을텐데

마지막 기자 회견 장면에서 휴 그랜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해맑게 웃는 줄리아 로버츠의 얼굴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그녀가 예쁘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그 큰 입을 활짝 벌려 가며 크게 미소짓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특히 마지막에 결혼한 두 커플이 공원 벤치에 누워 한가로이 책을 읽는 모습은, 그들이 서로를 평생의 동반자를 제대로 골랐다는 느낌을 줄만큼 너무나 잘 어울리고 또 편안해 보였다

영화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결혼까지 한번에 가는 모습도 좋아 보였다

현실에서라면 결혼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영화는 늘 좋은 모습만 보여 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달콤한 로맨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시간을 내서 볼만한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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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정
홍상수 감독, 이은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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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정!!

기대하고 본 영화였는데 어렵다

그리고 별루 재미없다ㅋㅋ

평판이 좋아서 기대를 했는데 "질투는 나의 힘"과 비슷한 느낌

작가주의 영화를 이해한다는 건 평범한 관객에게는 어려운 일인듯...

리얼한 섹스 장면, 환상을 모두 배제하고 현실에서 보여주는 추잡한 섹스 장면 그대로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시선이 내게는 너무 불편했다

차라리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처럼 남자, 여자 모두 자연스럽게 섹스하는 게 보기 편하다

섹스에 대해 전혀 즐거워 하지 않는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를 (그런 척만 하는 걸수도 있지만) 어르고 달래서 조금만 참으라고,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 구슬리는 남자의 모양새가 영 껄끄러웠다

능숙하게 해 치우는 게 훨씬 더 보기 편하다

사랑할 때 반드시 섹스가 필요한 걸까?

문성근은 정말 연기를 잘 한다

특히 위악적인 소시민 역에 딱이다

자연스런 연기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라 할 만 하다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도무지 모르겠다

처음 만나서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남자와 여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것까지는 알겠는데 두 사람의 진짜 마음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이은주는 남자와 동거하는 것처럼 보이고, 문성근과 섹스 이야기를 서스럼 없이 한다

그런데 정보석과 섹스할 때 처녀임을 상징하는 피를 흘린다

깜찍하게도 생리 기간에 맞춰 그와의 첫 섹스를 한 걸까, 아니면 더 영악스럽게 남자와 동거는 하지만 삽입을 하지 않고 패팅만을 즐기면서 처녀막을 끝까지 유지해 온 걸까?

그런 걸 보면 처녀인가 아닌가, 더 정확히 섹스 경험이 있냐 없냐는 도대체가 의미가 없는 일 같다

난 이럴 때마다 박진영이 한 말이 생각난다

어떤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처음인 여자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가 페미니스트라서, 말하자면 개방적이고 고리타분한 놈이 아니라서 처녀라든지 순결 같은 낡은 관습을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만, 그 이유가 걸작이었다

섹스 경험이 없는 여자를 어르고 달래서 거기까지 가게 되는 과정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시원스런 답변인지!!

처녀인가 아닌가를 중시하는 남자들은 아마도 정복했다는 쾌감(?)을 느끼기 위해 그 길고 지루한 시간을 참아 내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전후반 상황으로 보면 순진한 정보석은 영악스런 이은주에게 깜빡 넘어가 자신과의 섹스에서 그녀가 흘린 피를 보고 기쁨에 들떠 행복해 한다

하긴 이은주가 그렇게도 완강히 섹스를 거부했는데 만약 그녀가 경험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앞뒤가 안 맞는 건 정보석 역시 영화 한 장면에서 다른 여자와 스킨쉽을 한다

난 솔직히 그 장면 보면서 순진해 보이는 정보석 역시 돈 많은 바람둥이에 불과하고 이은주를 데리고 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는 거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그녀와 섹스할 때 정보석이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불러서 둘이 싸우고 헤어진 것 까지는 논리가 들어맞는데 결국 둘은 섹스에 성공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아름다운 사이가 되는 걸로 결론이 난다

뭐가 진실일까?

사랑과 섹스는 별개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지 않다면 도처에 널려 있는 술집과 모텔들은 존재의 의미가 없겠지

창녀라는 말도 생기지 않았을테고

섹스는 오락이 아닐까?

play 말이다

sexless 커플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플라토닉 러브 역시 가능하며, 돈을 주고 성적 파트너를 사는 것도 그래야만 설명할 수 있다

원조교제가 왜 성행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되겠지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박찬옥 감독이 "질투는 나의 힘"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깨달은 기분이다

아직도 영화의 주제가 뭔지 잘 모르겠다

문성근의 역할은 또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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