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SE - 2 Disc
김유진 감독, 정진영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옛날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남자 친구가 먼저 봐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봤다

"와일드 카드"

무슨 의미로 지은 제목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괜찮은 영화다

시나리오도 과장 없이 자연스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역시 중견 배우들은 연기를 잘 한다

관록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한채영이 영화에서 아무 역할을 못 한다던데 오히려 과장된 로맨스가 없어서 좋았다

배우 이름값을 해 주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는 씬이 없어서 더 자연스러웠다

영화가 아니라 마치 리얼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범죄가 일어나는 시점부터 검거하게 될 때까지의 과정을 극적인 전개 없이 자연스럽게 솔직히 풀어 쓴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

"투캅스"나 "주유소 습격 사건" 같은 범죄 영화와 아주 대조적이다

극적인 긴장감을 위해 대부분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과장된 스토리를 삽입하게 마련인데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대본을 잘 쓴 것 같다

형사들의 애환과 범죄의 끔찍함을 잘 섞어 놨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형사라는 직업 역시 사명감이 없다면 괴롭고 끔찍할 것이다

그저 밥 먹고 살기 위해 형사가 됐다면 하루하루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평범한 사람들 상대하는 것도 직업적으로 하려면 힘든 노릇인데 범죄자들을 매일 대하는, 그것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 가면서 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려면 정말 보통 사명감 없이는 안 될 것 같다

아빠가 학생 운동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는데 절대 밤에 나다니지 말라면서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절대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교도소에서 범죄자들과 같이 지내 본 아빠는 사형 제도의 지지자이다

확실히 범죄를 저지른, 우발적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른 심리 구조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태연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영화에 등장하는 뻑치기는 뉴스에서도 접한 적이 있는데 끔찍해서 말이 안 나온다

밤길 조심해야지 무서워서 살겠나

영화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아리랑치기는 그래도 양반이다

돈만 뺏는 놈은 영화 속 대사처럼 진정한 도둑이라 할 만 하다

돈 때문에 사람을 한 번에 죽일 수가 있나

경동맥에 손을 대고서 생사의 유무를 판단하는 걸 보면 그 놈은 죽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게 분명하다

범인 중 한 놈을 검거한 후 그들이 죽였던 사람들의 가족 사진을 들이대고서 똑바로 쳐다 보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니가 사람이라면 제대로 못 볼 것이다, 라는 양동근의 말이 가슴을 파고 든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감히 자기가 죽인 (아무 원한 관계도 없이 단지 돈을 뺏기 위해) 생판 모르는 낯선 여자의 남겨진 불쌍한 어린애들을 제대로 쳐다 볼 수 있겠는가!!

 무서워서 오싹하는 장면이 많았다

과장되지 않고 현실을 사실대로 묘사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마지막에 형사를 찌른 뒤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던 범인의 차를 막은 후 형사 여러 명이서 방망이로 유리를 깨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다리에 칼을 맞은 후 죽다 살아 난 장칠순 형사는 그 후 칼이 두려워 눈 앞에 있는 범인도 칼만 휘두르면 쫒을 생각을 못해 후배 양동근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런 그가 양동근에게 칼을 들이대는 범인을 온 몸으로 막고 쓰러진다

그러면서 어서 가서 잡으라고 한다

그 범인이 타고 도망가던 자동차를 잡았으니, 방망이로 유리를 깨는 동료들의 가슴은 분노와 눈물로 얼룩졌을 것이다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도 범인 잡았냐고 묻는 장형사는 이제 자신을 가두고 있던 두려움의 장벽으로부터 걸어 나왔을 것이다

보통 영화 같았으면 장형사가 죽는 것으로써 비장미를 더했을텐데 오버하지 않고 장형사가 입원한 병실에 둘러앉아 다같이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서 마무리를 짓는다

장진영의 연기가 가장 돋보인다

양동근도 썩 잘한다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이끌어 간 감독의 역량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아직 안 본 분이 계신다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가 보기엔 "살인의 추억" 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참, 다운 받은 영화에 자막입히는 거 아시는 분 계시면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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