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마크 갈레오티 지음, 이상원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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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었을 때의 기쁨이라니!

겨우 230 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으로 방대한 러시아의 역사를 전부 담아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역시 전문가는 다른 모양이다.

한 권으로 읽는 러시아 역사, 이런 류의 책과는 차원이 다른 훌륭한 개론서다.

러시아라는 이 거대하고 복잡한 나라가 어떻게 시작되고 커졌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지엽적인 내용이 적고 큰 줄기 위주라 지루하지 않고 금방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반만년 역사라는 수식어에 갇혀 있어서 그런지 그리스 로마를 제외한 서구 여러 나라들의 시작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사실에 가끔 놀랠 때가 있다.

러시아가 민족국가를 이룬 것은 9세기 무렵으로 본다.

그것도 이방인들, 그 유명한 바이킹들이 교역을 위해 건너와 정착한 것으로 본다.

노브고로드에서 시작한 이 공국은 키예프로 내려와 류리크 왕가를 이루고 몽골의 지배 이후 모스크바로 중심지가 이동한 후 17세기에 로마노프 왕조가 지배한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는 시베리아로 뻗어나가 방대한 국가를 이룬다.

미국이 인디언들을 쫓아내고 서부 개척을 했던 것처럼, 러시아도 시베리아 칸국들을 정복하고 이들 역시 천연두 등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오늘날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표방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것은 확실한 국민국가를 이루지 못한 초원의 유목민들을 장악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키예프 공국이나 몽골 지배 시절의 모스크바 공국도 재밌었지만 로마노프 왕가의 몰락 이후 스탈린의 압제, 2차 대전, 그리고 푸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현대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부분도 아주 흥미로웠다.

다민족들이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과거 다시 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러시아의 미래가 나갈 방향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과거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말에 러시아 내셔널리즘의 본질이 있는 것 같다.

학자들이 대중을 위한 이런 쉬운 교양서들을 많이 좀 발간해 주면 좋겠다.


<오류>

72p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모스크바의 리더십을 확고히 했다. 그 아들 이반 3세가 대제라 불리게 된 데는

-> 드미트리 돈스코이의 아들은 바실리 1세이고, 이반 3세는 드미트리의 증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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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나들이 - 하 - 너른 품 속 중국 고궁의 숨겨진 이야기 고궁 나들이
중국고궁박물원 엮음, 탕쿤.신진호 옮김 / 민속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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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은 여성들의 처소인 동6궁과 서6궁에 관한 이야기다.

500 페이지로 분량이 많긴 하지만 이 정도 도판 수준으로 책값이 49000원이 책정되어 있다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자세한 궁궐 소개와 사진들은 좋지만, 어설픈 삽화들이 많고 사진 퀄리티도 떨어져 제대로 자금성을 감상하기 어렵다.

건축물 자체가 궁금하기 보다는, 그 곳에 살았던 인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하권에서는 아무래도 여성들이 살던 공간이다 보니 거기에 살았던 후궁들의 사연이 많이 나오고, 결국 궁이라는 곳도 문화재라기 보다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삶이 녹아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견 탓인지, 만주족이라고 하면 어쩐지 말타는 유목민 느낌이 드는데, 청나라 황제들의 우아한 필체와 시를 보면 품격있는 선비, 훌륭한 교양인이었다는 게 실감난다.

최고 수준의 유학 교육을 받고 수준높은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하늘 아래 하나뿐인 전제 권력자도 열심히 공부를 했었던 모양이다.

한자는 이집트 글자처럼 상형문자라 그런지 뭔 뜻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감상하는 미적 즐거움이 있다.

공예품이 많이 소개되어, 과연 도자기의 나라답다는 감탄도 나온다.

그러고 보면 문화적 번영과 화려함은 사치를 가능하게 해주는 국가의 부유함에 나오는 게 분명하다.

자금성 후원의 아름다운 정원들도 소개되어 흥미롭게 읽었다.

도판을 좀더 보강했으면 좋을 듯하다.


<인상깊은 구절>

352p

건륭 황제는 비록 만족이기는 했지만 어려서부터 유가사상의 영향을 깊게 받아, 비록 황제이지만 마음속에는 문인의 풍골과 정회를 간직하고 있었다. 황제가 건륭 화원을 조성한 것은 태상황 준비를 한 것이기도 했고, 자신의 문인 정회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문인의 고결한 품격에 대한 그의 좋아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난정'에 대한 정회 어린 집착과 은일 생활에 대한 바람도 마찬가지로 담겨 있다.

394p

옷을 입고 모자를 쓰는 것은 규정이 있고, 일거수일투족은 마음내키는 대로 할 수 없다. 궁중의 고귀함과 속박은 함께 존재한다. 청나라 궁정에서는 천자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황태후부터 관리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복식에 엄격한 요구가 있었다. 등급은 엄격했고, 함부로 뛰어 넘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조회나 제사를 거행할 때 제후 대신들은 반드시 조복을 입어야 했고, 동시에 조과와 조주 등의 장신구를 갖춰야 했다. 이 장신구들은 주인의 이미지를 꾸몄을 뿐만 아니라 등급과 지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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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나들이 - 상 - 너른 품 속 중국 고궁의 숨겨진 이야기 고궁 나들이
중국고궁박물원 엮음, 탕쿤.신진호 옮김 / 민속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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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출판된 책들이 정말 많이 번역되는 것 같다.

그만큼 중국과 가까워지고 교류가 활발해진 탓인가?

삽화가 어린이 책에 나올 만화 수준이라 아쉽다.

500 페이지 남짓의 책이라 약간 긴장했는데 사진과 삽화가 많고 글 수준이 너무 평이해 두어 시간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책값을 보니 한 권에 49000원이라 쓰여 있는데 혹시 14900에서 1이 빠진 건 아닐까?

믿어지지 않는 책값이다.

상권은 전3궁과 후3궁, 즉 정전에 관한 이야기고 아마도 하권에서 동6궁과 서6궁, 즉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려나 보다.

북경 여행을 처음 갔을 때 자금성에 대해 엄청나게 기대했었는데 정말로 감흥이 1도 없어 실망스러웠다.

진심으로 감동했던 곳은 만리장성이었다.

온 산을 장성으로 둘러싼 풍경을 보면서 새삼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이방인이니 애국심이나 민족주의의 발로는 아닐 것이고, 영토를 지키고자 하는 이 민족의 장구한 역사와 투지에 감탄했다고 해야 할까?

책에서 보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자금성에 가보고 싶다.

명과 청의 황제들은 태화전이나 건청궁 앞에서 조회를 했다고 한다.

황제야 지붕 아래 있었겠지만 대신들은 땡볕에 혹은 비바람을 맞으며 노상에 서 있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 것이고 또 그 넓은 광장에 수백 명이 기립해 있었으니 황제의 권한이 얼마나 대단하게 느껴졌을까 싶다.

청 황제들은 새벽잠이 없었는지 조회를 5시부터 시작하는 통에 신하들은 4시에는 궁 앞에 도착해야 돼서 새벽 2시에 집을 나섰다고 한다.

궁에 들어오면 조회가 열리는 건청궁까지 함부로 등을 밝힐 수도 없어 달빛이 없고 비라도 오는 날에는 낙상으로 죽는 사고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런 불합리한 관습에서 전제 군주의 위엄을 느끼게끔 했던 것일까?

중국 황실의 여러 제도에 대해 알게 된 점은 소득이지만 전체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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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21-12-0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속원에서 출판 되는 경우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높아 좀 부담스럽더라구요.

marine 2021-12-06 18:50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상하권 다 구입해 줘서 편하게 볼 수 있었어요.
49000원이 잘못 찍혀진 줄 알았어요.

2021-12-11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국가로 듣는 세계사 - 영국인 저널리스트의 배꼽 잡는 국가(國歌) 여행기
알렉스 마셜 지음, 박미준 옮김 / 틈새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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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신선하고 책 표지도 앙증맞아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는 그저 그렇다.

국가를 소재로 쓴 에세이라고 할까?

본격적인 교양서는 아닌 듯하다.

미국 프랑스 같은 유명한 나라의 국가 뿐 아니라 리히텐슈타인이나 네팔 같은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국가에 대해서도 직접 그 나라를 방문해 성실하게 취재한 점은 높이 산다.

그러고 보면 서양 기자들의 취재력은 놀라운 것 같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는 해도 어떻게 네팔 총리를 직접 면담할 수 있을까?

네팔의 왕세자가 일가를 살해한 사건을 해외 토픽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 후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발칸 반도의 내전 뿐 아니라 지구촌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애국가를 두고 안익태의 친일 운운해 논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 연주시 기립을 하지 않는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는 건 처음 알았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지만, 사람들은 참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논쟁하기를 즐기는 것 같다.

우리가 목숨처럼 지켜야 할 것 같은 가치나 이념이 그렇게도 많은 것일까?

국가에 대한 논쟁도 내 기준으로는 정말 쓸데없이 느껴지는데.

프랑스 국가나 미국 국가처럼 청자의 귀에 듣기 좋은면 되는 거 아닌가?

유튜브에서 프랑스나 미국, 러시아, 중국 국가 등을 가끔 듣는다.

미국 국가는 가요라고 할 정도로 널리 불리워지는데 특히 휘트니 휘스턴이 부른 국가는 미국인이 아닌데도 그냥 너무 감동적이라 자주 본다.

가사도 얼마나 마음을 뒤흔드는지.

없던 애국심도 절로 생겨날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프랑스 국가.

내 마음 속에 투쟁에 대한 열의가 있는지 프랑스 대혁명 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방인인데도 가슴이 끓어 오른다.

국민을 하나로 모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국가 논쟁만 봐도 알 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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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들의 전쟁 - 삼국·고려·조선 왕비들의 권력 투쟁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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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들은 이제 졸업할 때가 됐는데도 여전히 혹시나 하는 미련을 못 버리고 읽게 된다.

뭔가 흥미를 자극하는 게 있단 말이지.

대중역사서들이 늘어나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건 좋은 일이긴 한데 기왕이면 역사학자들이 쉬운 교양서를 많이 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토크멘토리 진행하시는 임용한씨 같은 분들 말이다.

대중작가들이 쓴 역사책의 아쉬운 점은, 본격적인 사회 분석이 아니라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라는 점이다.

대신 다양한 사료들을 모아 소개하는 장점은 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신라나 고려 시대 왕비들에 대한 부분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부인 편에서 화랑세기를 실제 역사인 것처럼 서술한 부분은 흥미로운면서도 결국은 위서에 불과한 것이니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김유신의 어머니인 만명부인은 숙흘종과 만호부인의 딸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호부인은 진흥왕과 숙흘종의 여동생이고 조카인 동륜태자와 결혼해 진평왕을 낳았다고 한다.

그러면 만호부인은 조카와 혼인한 후 다시 이복남매끼리 재혼한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자료를 못 찾아 궁금하다.

조선 숙종 초에 있었던 궁녀와 종친의 간통 사건인 홍수의 변에 대한 저자의 시각도 의문이 든다.

보통 이 사건은 숙종의 당숙인 복창군 형제가 궁녀 상업과 귀례와 정분이 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자는 상업이 현종의 아이를 가졌는데 부인인 명성왕후가 현종이 갑자기 죽자 복창군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한다.

근거가 있는가?

책에는 근거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명성왕후가 질투심이 많고 친정을 위해 남편의 아이를 벤 궁녀와 종친을 한꺼번에 제거하려 옥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오류>

166p

윤지임은 세조의 장인 윤번의 5대손이었기 때문에

-> 윤지임은 윤번의 현손, 즉 4대손이다.

238p

조사석은 장렬왕후 조씨의 육촌 동생이고

-> 조사석은 장렬왕후의 사촌 동생이다.

242p

김수항의 이모할머니가 인목대비이니 

->김수항의 고모할머니가 인목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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