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나들이 - 하 - 너른 품 속 중국 고궁의 숨겨진 이야기 고궁 나들이
중국고궁박물원 엮음, 탕쿤.신진호 옮김 / 민속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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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은 여성들의 처소인 동6궁과 서6궁에 관한 이야기다.

500 페이지로 분량이 많긴 하지만 이 정도 도판 수준으로 책값이 49000원이 책정되어 있다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자세한 궁궐 소개와 사진들은 좋지만, 어설픈 삽화들이 많고 사진 퀄리티도 떨어져 제대로 자금성을 감상하기 어렵다.

건축물 자체가 궁금하기 보다는, 그 곳에 살았던 인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하권에서는 아무래도 여성들이 살던 공간이다 보니 거기에 살았던 후궁들의 사연이 많이 나오고, 결국 궁이라는 곳도 문화재라기 보다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삶이 녹아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견 탓인지, 만주족이라고 하면 어쩐지 말타는 유목민 느낌이 드는데, 청나라 황제들의 우아한 필체와 시를 보면 품격있는 선비, 훌륭한 교양인이었다는 게 실감난다.

최고 수준의 유학 교육을 받고 수준높은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하늘 아래 하나뿐인 전제 권력자도 열심히 공부를 했었던 모양이다.

한자는 이집트 글자처럼 상형문자라 그런지 뭔 뜻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감상하는 미적 즐거움이 있다.

공예품이 많이 소개되어, 과연 도자기의 나라답다는 감탄도 나온다.

그러고 보면 문화적 번영과 화려함은 사치를 가능하게 해주는 국가의 부유함에 나오는 게 분명하다.

자금성 후원의 아름다운 정원들도 소개되어 흥미롭게 읽었다.

도판을 좀더 보강했으면 좋을 듯하다.


<인상깊은 구절>

352p

건륭 황제는 비록 만족이기는 했지만 어려서부터 유가사상의 영향을 깊게 받아, 비록 황제이지만 마음속에는 문인의 풍골과 정회를 간직하고 있었다. 황제가 건륭 화원을 조성한 것은 태상황 준비를 한 것이기도 했고, 자신의 문인 정회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문인의 고결한 품격에 대한 그의 좋아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난정'에 대한 정회 어린 집착과 은일 생활에 대한 바람도 마찬가지로 담겨 있다.

394p

옷을 입고 모자를 쓰는 것은 규정이 있고, 일거수일투족은 마음내키는 대로 할 수 없다. 궁중의 고귀함과 속박은 함께 존재한다. 청나라 궁정에서는 천자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황태후부터 관리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복식에 엄격한 요구가 있었다. 등급은 엄격했고, 함부로 뛰어 넘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조회나 제사를 거행할 때 제후 대신들은 반드시 조복을 입어야 했고, 동시에 조과와 조주 등의 장신구를 갖춰야 했다. 이 장신구들은 주인의 이미지를 꾸몄을 뿐만 아니라 등급과 지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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