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말하다 - 폴오스터와의 대화
폴 오스터 지음, 제임스 M. 허치슨 엮음, 심혜경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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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라 처음 나왔을 때 희망도서로 신청했던 책인데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다가 드디어 읽게 됐다.

열심히 읽었던 소설, <달의 궁전> <공중곡예사> <환상의 책> 등에 관한 인터뷰는 재밌게 읽은 반면, 그 외 줄거리를 모르는 책들에 관한 인터뷰는, 아무래도 지루하고 맥이 좀 빠진다.

김영하나 폴 오스터,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책을 잘 읽지 않는 21세기 대중들에게,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작가들은 글 자체도 그렇지만 라이프 스타일이나 작가의 언어에도 뭔가 산뜻한 게 있는 것 같다.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한동안 열심히 읽었던 까닭은, 이 책에서 밝힌 바대로 폴 오스터가 대단한 이야기꾼, 즉 스토리텔러라는 점 때문이다.

우연의 반복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잘 짜여진 한 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 그가 창조해 낸 세계로 훅 빠져 들어간다.

마술적 리얼리즘, 이런 구성에 거부감이 많기 때문에 나는 폴 오스터의 소설처럼 그럴 듯한,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소설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그가 창조해 낸 인물이나 세계가 좋았다.

물질적으로 궁핍하지만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굶기의 예술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그런 극단적이면서도 건조하고 압축된 세계에서 오직 자신만의 내적 갈망을 책이나 글쓰기를 통해 풀어내는 그런 무미건조하지만 꽉찬 삶이 좋았다.

작가 역시 매일 아침 일찍 작업실로 가서 닫힌 공간에서 기계적으로 글을 쓰고 덕분에 다작을 하고 있다.

의외로 영화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업도 했던 모양이고, 딸 소피는 자기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프랑스어 번역도 한다.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번역을 하라는 말이 무척 신선했다.

같은 일을 하는 아내와의 안정된 결혼생활도 인상적이었다.

내적 지지가 중요한 건 확실하다.

소설 안 읽은지도 오래 됐는데 모처럼 여러 제목을 적어 놓고 다시 도전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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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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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오웰의 다른 에세이집인 줄 알았는데, 먼저 읽은 <나는 왜 쓰는가>와 2/3 정도가 겹친다.

영국에서 출판된 같은 저본을 가지고 한국 출판사에서 각기 번역을 한 모양이다.
워낙 양이 방대해 일부를 발췌해서 번역을 한 것 같다.
겹치는 부분은 비교를 하면서 볼까 했는데 너무 열심히 읽었는지 내용이 전부 기억이 나 시시해서 관두고 겹치지 않는 에세이만 읽었다.
마지막 편, <유럽 문학에 대한 단상들>은 겹치지 않는 에세이였고 내용도 짧아 흥미롭게 읽었다.
톨스토이의 세익스피어 비판이라, 너무 재밌지 않은가.
거장만이 할 수 있는 비판 같다.
구빈원과 유치장, 막노동 농장을 전전한 이야기는 묘한 느낌을 준다.
사실 그는 이튼 스쿨을 졸업하고 문필가로 이름을 날린 기득권층인데 부랑자 행세를 하면서 그들의 삶을 관찰한다는 게 어찌 보면 위선 같기도 하고 달리 생각하면 관념에 빠지지 않고 극빈층의 삶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작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든 상대적 개념이 아닌 절대적 의미의 가난, 주거지가 없는 노숙자의 삶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낭만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실로 끔찍한 일임이 분명하다.
노숙자들의 인격,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한 얘기다.
독서가 가장 값싼 오락이고 영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책이 고상한 지식인들의 취미여서가 아니라 다른 오락에 비해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지도 않으면서 독서에 대한 과대한 기대치를 갖고 있는데, 책은 그저 오락일 뿐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책을 만 권 읽었더니 인생이 달라졌다, 이런 종류의 말은 그 말을 해서 책을 팔아 먹는 사람에게만 해당할 뿐이다.
심지어 나는 그 책마저 거의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니 나로써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최고의 오락거리를 갖고 있을 뿐이다.
그저 그 뿐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고상해지는 것도 아니고 인생 사는 지혜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약간의 스노비즘이 생길 위험도 있다.

그냥 독서는 돈이 별로 안 드는, 그렇지만 매우 재밌는 오락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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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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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에세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읽고 팬이 됐다.

지하철에서 한 장 한 장 아껴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저자의 다른 에세이도 읽어 봐야겠다 생각하고 빌린 게 <카탈로니아 찬가>인데 스페인 내전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워낙 부족해서인지 실패했고 다른 책은 거의 대출중이라 못 읽다가 드디어 한꺼번에 조지 오웰 책들을 휴가 기념으로 죄다 빌렸다.
막상 휴가가서는 많이 못 읽었다.
돌아와서 책상에 앉아 본격적으로 읽을 때도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역자가 주를 꼼꼼하게 달긴 했는데 문장이 한번에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번역의 문제인가?
아니면 에세이 자체가 어려운가?
내 독서 수준의 문제?

또다른 책은 역자가 다르니 읽고 판단을 해야겠다.


한 번에 쓱 읽히지는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참 좋은 글들이다.

전체주의에 대한 저자의 강한 비판에 격하게 공감했다.

저자가 정의하는 민족주의는 파시즘과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지식 좌파들이 우습게 생각하는 애국주의가 평범한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게 만드는 실제적인 힘인 반면, 민족주의라는 것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위신을 얻기 위해 다른 모든 가치들을 폄하하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사고체계라고 설명한다.

요즘 인터넷의 이른바 좌파 논객이라는 사람들의 논리를 들어 보면, 조지 오웰이 지적하는 것과 너무나 일치해 읽으면서도 놀랬다.

본인들은 민주주의이고 진보이고 "도덕적"으로 옳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나머지를 수구꼴통이라고 비난하겠지만 이들의 주장 행태를 보면 매우 파시즘적이다.

조지 오웰 당시에는 소련이 이런 진보를 담당했던 모양이다.

자신이 속한 영국이라는 국가의 집권층, 기득권층을 비난하기 위해 소련, 심지어 히틀러마저도 처음에는 옹호했던 이른바 좌파 지식인들의 허위와 위선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한다.

<동물농장>를 쓰게 된 저자의 배경이 충분히 이해된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집단의 논리로 개인을 희생시키는, 그러면서도 정작 대중에게는 이익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파시즘, 혹은 전체주의에 대한 오웰의 강력한 반발이 느껴지고 나 역시 그의 생각에 매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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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의 즐거움 -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수집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두리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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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교보문고 신간 코너에서 보고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

이번 여름 휴가 가면서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생각보다 재밌고 책 디자인과 편집도 괜찮은 편.

먼저 읽었던 비슷한 포맷의 <책이 좀 많습니다> 보다는 훨씬 가독성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수집품목들이 등장한다.

피규어, 틴토이, 화폐, 농구화 등은 익히 알려진 수집품목이지만, 청첩장, 코카콜라 병, 연필 등은 정말 새로웠다.

내 경우는 책 수집에 관심이 있지만, 소장 보다는 다독 쪽이라 책을 모으지는 않는다.

그래도 항상 모으고 싶다는 욕구는 있다.

본격적인 수집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 나온 사람들처럼 공간의 문제 때문이다.

책은 오디오 장비처럼 비싼 것도 아니고 내가 읽고 싶은 책 정도는 사서 볼 수 있지만, 쟁여 놓을 곳이 없다.

수집의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비용 보다도 진열할 공간의 부족일지도 모른다.

<책이 좀 많습니다>를 보면 어떤 장서가는 아예 창고를 하나 빌려서 마치 도서관처럼 책을 쌓아 놓기도 했다.

이 책에 나온 책 수집가는 아예 헌책방을 열기까지 했는데 내 경우는 초판본이니 이런 데 관심이 전혀 없고 다만 궁금한 게 많은, 다치바나 다카시 같은, 인식욕이 강한 사람이라 일반적인 수집가에 해당되지는 않는 것 같다.

남들이 보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어 저런 걸 모으나 싶어도 본인에게는 무한한 만족감을 주는 행위이니 수집가들이 역설하는대로 술, 담배 같은 여흥 대신 다른 놀이나 취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수집이 본래 혼자 하는 놀이라 사교 활동이 없기 때문에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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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5-07-2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족한 제 책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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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좋은데 재미는 별로다.

밋밋하다.

에세이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문체, 즉 글솜씨인데 솔직히 너무 평범해 하품나왔다.

나는 다독가이지 수집가는 아니지만, 서재에 대한 로망은 항상 있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편하고, 편집 자체는 괜찮은 편인데 기왕이면 서재 사진을 많이 첨부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면 책이 무거워지려나?

유명한 사람들 말고,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서재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예 공간을 빌리거나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에 보관하는 사람도 있어 깜짝 놀랬다.

책을 사게 되면 비용은 둘째 치고 보관 공간이 참 문제다.

1년에 200권 정도 읽는다고 하면, 10년이면 2천권, 30~40년 해 봤자 만 권도 안 되니 가끔은 본격적으로 모아 볼까 싶다가도, 애들 책도 제대로 정리를 못해 허덕이고 있는 걸 생각하면 금방 의욕이 꺾인다.

장서가 2만 권이 넘는 사람들도 나오던데 버리지 못하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

대부분 문학서 위주라 역사와 미술사 위주로 보는 나와 취향이 달라 참조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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