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조제 오웰의 다른 에세이집인 줄 알았는데, 먼저 읽은 <나는 왜 쓰는가>와 2/3 정도가 겹친다.

영국에서 출판된 같은 저본을 가지고 한국 출판사에서 각기 번역을 한 모양이다.
워낙 양이 방대해 일부를 발췌해서 번역을 한 것 같다.
겹치는 부분은 비교를 하면서 볼까 했는데 너무 열심히 읽었는지 내용이 전부 기억이 나 시시해서 관두고 겹치지 않는 에세이만 읽었다.
마지막 편, <유럽 문학에 대한 단상들>은 겹치지 않는 에세이였고 내용도 짧아 흥미롭게 읽었다.
톨스토이의 세익스피어 비판이라, 너무 재밌지 않은가.
거장만이 할 수 있는 비판 같다.
구빈원과 유치장, 막노동 농장을 전전한 이야기는 묘한 느낌을 준다.
사실 그는 이튼 스쿨을 졸업하고 문필가로 이름을 날린 기득권층인데 부랑자 행세를 하면서 그들의 삶을 관찰한다는 게 어찌 보면 위선 같기도 하고 달리 생각하면 관념에 빠지지 않고 극빈층의 삶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작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든 상대적 개념이 아닌 절대적 의미의 가난, 주거지가 없는 노숙자의 삶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낭만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실로 끔찍한 일임이 분명하다.
노숙자들의 인격,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한 얘기다.
독서가 가장 값싼 오락이고 영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책이 고상한 지식인들의 취미여서가 아니라 다른 오락에 비해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지도 않으면서 독서에 대한 과대한 기대치를 갖고 있는데, 책은 그저 오락일 뿐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책을 만 권 읽었더니 인생이 달라졌다, 이런 종류의 말은 그 말을 해서 책을 팔아 먹는 사람에게만 해당할 뿐이다.
심지어 나는 그 책마저 거의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니 나로써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최고의 오락거리를 갖고 있을 뿐이다.
그저 그 뿐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고상해지는 것도 아니고 인생 사는 지혜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약간의 스노비즘이 생길 위험도 있다.

그냥 독서는 돈이 별로 안 드는, 그렇지만 매우 재밌는 오락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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