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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의 질병 이야기 - 의사가 들려주는 문학 속의 의학
김애양 지음 / 황금알 / 2014년 11월
평점 :
제목에 혹해서 신청한 책.
서점에서 직접 봤으면 안 읽었을 책이다.
"명작" 이 아닌 "질병"에 포커스를 맞춘 책인 줄 알았다.
책을 고를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즉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면 넓은 의미로 대부분의 저자는 아마추어일 뿐인데 그렇다면 내용이 아닌 필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 필력이 되는 저자가 사실 흔치는 않는 것 같다.
내용은 뭐, 워낙 자주 실망을 해왔던 터라 크게 놀랍지는 않다.
저자가 의사라는 사실만 가지고 소설에 등장하는 질병을 분석해 줄 것이라 기대한 독자의 잘못이니.
그래도 편하게 읽을 수는 있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각종 소설들을 맛보기로나마 접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문학에 대한 저자의 깊은 취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에세이로서는 너무 약하고, 질병을 소개하는 부분도 자기만의 언어로 해설을 했으면 좋았으련만 네이버 지식에서 그대로 따 와 검색하다가 실망했다.
요즘은 정말 검색이 워낙 잘 되니 (심지어 번역이 안 된 외국 문헌까지도) 출처를 꼼꼼하게 달아야 할 듯 하다.
페닐케톤뇨증에 걸려 정신지체아가 된 딸을 둔 펄 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 배를 버리고 도망간 선원의 고통을 그린 <로드 짐> 등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소설에 빠져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개연성이 부족해서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설정 탓이다.
사실 여기 소개된 소설들도 환상소설 비슷한 것까지 끼여 있어 쉽게 흥미가 생기지는 않는다.
벌써 백여 년 전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당시 시대상을 잘 알지 못하고 외국 문학이라 그 정서에 익숙치 못한 탓도 큰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결국 소설이란 것도 특정 플롯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내면과, 인간 사이의 온갖 감정을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이 아닌가 싶어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