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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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의 작품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낯설다. 작가의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받는다고 하는데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쉽게 몰입을 하지 못했다. 어려운 문장이나 난해한 내용이 아닌데도 그렇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고, 작가가 보여주려고 한 세계를 조금씩 곱씹으며 음미하면서 읽지 않은 탓도 있다.  

 

 지적 장애가 있는 마티스는 숲 속 작은 집에서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 그의 행동과 생각들은 성숙한 어른과 다르다. 37살의 그는 세 살 위인 누나와 살지만 그를 먹여 살리는 것은 누나의 뜨개질이다. 몸에 장애가 있지는 않지만 밖에 나가 일을 구해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 예로 나오는 순무 밭 이야기는 그가 왜 일을 구하지 못하는지 잘 보여준다. 몸은 어른인데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린 아이 같기 때문이다. 좋아했다가 쉽게 싫증을 느끼고 차분하고 끈기 있게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감정에 휘둘려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누가 그를 고용해 일을 맡기겠는가!  

 

 힘들게 누나와 살고 있는 그에게 큰 변화가 두 번 온다. 첫 번째는 밤에 멧도요새가 날아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벌목꾼 예르겐이 나타난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보통 오지 않는 멧도요새가 밤에 온 것을 보고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이를 보고 새로운 기분을 느낀다. 이 감정을 누나와 공유하려고 하지만 삶에 지친 그녀가 제대로 그것을 누릴 여유가 없다. 살짝 두 삶이 어긋나는 순간이다. 이런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면서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는 도중에 나타난 벌목꾼 예르겐의 등장은 그 어긋남을 더욱 크게 만든다. 누나의 삶이 동생을 보살피면서 자신을 억누르던 것에서 연인을 위해 꾸미며 가꾸는 쪽으로 바뀐다. 누나를 생각한다면 바람직하지만 마티스로 이어지면 그 변화는 알 수 없는 상황을 불러온다.  

 

 이 소설은 마티스의 행동과 생각을 다루고 있다. 그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생각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누나에게 강요하거나 토라지는 행동들이 그렇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그 무모함도 역시 누나의 관심과 애정을 끌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흔히 보여주는 행동 같다. 가끔 아이들이 잘못된 계획과 상상력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보통의 경우라면 주변에 다른 어른들이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재빨리 해결하지만 숲 속의 조그마한 집은 고요하기만 하다.  

 

 문장은 간결하고 섬세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마티스의 감정과 행동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쉽게 빠져들지 못하고 그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은 역시 마티스에게 감정 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적 장애가 있다고 하지만 37살이란 나이가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이 괴리감이 문장과 감정을 음미하고 곱씹는데 방해가 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은 지가 며칠 지난 지금 이 글을 쓴다. 그 사이에 마티스의 감정과 행동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아직 그 거리가 멀기만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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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친절 -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
미리암 토우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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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소녀 나오미 니켈의 이야기다. 그녀의 집안은 언니가 3년 전에 가출하고, 그 뒤에 엄마마저 떠나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 언니와 엄마가 떠난 집은 황량하고, 그녀는 쉽게 아빠를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빠는 엄마가 떠난 날 하루 종일 멍하게 보내고, 그 뒤에 가구를 하나씩 처분한다. 이것은 뒤로 가면서 밝혀지는 사실과 더불어 노미의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 단계다.  

 

 어쩌면 한 가족의 해체를 이야기 하고, 어떻게 보면 한 소녀의 홀로서기를 다룬다.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면서 좋았던 순간들을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노미가 어린 시절 겪었던 행복한 순간들은 현재 느끼는 상실을 더 크게 만드는 동시에 아픔을 치유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조각처럼 깨어진 과거의 사실들을 하나씩 모으면서 그들이 떠나간 이유를 조용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이 비록 밝지도 명랑하지도 쾌활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메노파라는 기독교의 한 종파에 관심이 간다. 세속의 쾌락을 멀리하고, 엄격하게 만들어진 틀 속에 그들을 밀어 넣으면서 유대감을 강화하지만 삶을 정체 속으로 몰아간다. 자유롭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크나큰 고통이다. 이 틀을 조금만 벗어나면 파문을 당하는데 이것을 독실한 신자 가족에겐 엄청난 고통이다. 특히 노미의 아버지처럼 그 세계를 벗어나길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노미의 사연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는 보통의 십대들과 별 차이가 없다. 반항과 일탈과 도전의식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그들만이 있을 때나 십대에 한정되어 있다. 만약 어른이 된 후에도 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파문을 당하고, 그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그들이 메노파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자신들끼리 더 강하게 결합하고 자신의 테두리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에게 더욱 배타적이다.  

 

 성장기 소녀에게 우상이었던 언니와 엄마의 가출은 큰 충격이자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종교적 억압은 젊은 혈기를 누르기에 충분하지 않고, 사소한 일탈들은 정체된 삶에 유일한 탈출구다.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도 다양하고 자유로운 삶이 가득한 현실에서 이런 억압은 더욱 힘을 잃는다. 정확한 단어의 사용이 금지된 단어들이 수없이 많고, 에둘러 그 단어를 표현하고, 그런 단어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가족을 부러워하는 노미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알 수 있다.   

 

 간결한 문장과 우울하지만 살포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일탈이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과거 속에서 그녀의 행복을 기억하게 되고, 현재의 상실감은 사랑하는 남자 친구의 존재로 조금은 덜어진다. 그렇다고 그녀의 현재가 행복하지는 않다. 결국 그녀마저 파문을 당하는데 어쩌면 이 일이 그녀에게 탈출일지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나는 엄마 가출의 진실은 긴 이야기 속에 숨겨진 비밀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이 일로 그녀는 언니와 엄마의 가출로 그녀가 상상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언니와 엄마를 잊거나 행복한 삶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녀 앞에 희망이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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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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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닐 게이먼은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뒤를 살짝 엿보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시선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일상의 공간에서 환상의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가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어떻게 보면 ‘에이! 거짓말’하고 말할 수 있지만 한 번 빠져들면 손에서 놓기가 힘들다. 현실과 완전히 떨어져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바로 그 곁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묘지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하지만 시작은 묘지가 아니다. 살인자 잭이 한 일가족을 살해하면서부터다. 부모와 딸을 죽인 후 마지막 남은 아기를 죽이려고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다. 겨우 걸어 다닐 아기가 방에서 사라졌다. 혼자 힘으로 침대를 벗어나고 계단을 내려가 아장아장 걸어서 묘지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이 묘지 상당히 특이하다. 유령들이 살고 있다. 묘지에 묻힌 사람들이 유령으로 돌아다닌다. 그 유령 중 오언스 부부가 아이를 발견하고 오랜 토론 끝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키우기로 한다. 이름은 노바디, 흔히 보드로 불리는 아이의 성장이 시작된다.  

 

 어린 아기가 크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사실 묘지에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묘지의 보호를 받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일러스의 도움을 받아 자란다. 이야기는 그 아기가 자라서 열다섯이 될 때까지를 다루고, 그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보드는 수많은 유령으로부터 지식을 배우고, 친구로 사귄다. 또 더 넓은 묘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험을 하고 모험을 즐긴다. 어떻게 보면 한정된 공간이지만 작가는 이 공간에 다양한 사연과 인물들을 등장시켜 지루하거나 좁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재미난 등장인물들이 가득하다. 직접 보드를 키우는 사일러스나 마녀 리자가 대표적이다. 그 정체가 산 자와 죽은 자의 중간에 위치한 사일러스는 존재 자체도 신비롭지만 그 능력도 흥미롭다. 그가 보드에게 쏟는 정성과 노력은 일반적 부모를 능가할 정도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보호자기도 하다. 마녀 리자는 꼬마 보드가 위험에 빠졌을 때 도움을 주고, 자라면서 그에게 애정을 가진다. 그녀가 죽을 당시 나이인 17살에 평생 머물면서 소녀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 미묘한 감정은 뒤로 가면서 앳된 연애의 향기를 풍기고 살짝 웃음을 유발한다. 물론 이 이외에도 그를 키우고 도움을 주는 수많은 유령들이나 존재들이 있다. 바로 이들이 좁은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넓히는 역할을 한다.  

 

 유령에 의해 자란 소년이 어떻게 될까? 그가 가진 능력은 어떤 것일까? 그의 모험은 어디까지 펼쳐질까?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다. 자라면서 호기심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조그마한 상처도 입고, 위험에 처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 유령 등의 도움으로 무사하고, 이 위험들은 읽는 즐거움을 가득 채워준다. 또 그가 배우는 유령들의 신비한 능력들은 어떤 순간은 닌자들의 잠입술이 생각나고, 악몽으로 이어지면 어린 시절 나를 괴롭힌 것이 바로 이들이 아닌가하고 순간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 한 권의 책에 담긴 많은 모험과 위험을 속에 역시 가장 궁금한 것은 복수다. 소년 보드가 성장하고 자신의 사연을 알고 복수를 다짐하는 순간 이제 이야기는 끝에 도달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작가는 이 복수를 일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지 않는다. 보드가 유령에게 배운 기술과 수많은 모험을 겪으면서 얻은 지식과 정확한 판단으로 이룬다. 사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이 장면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순간들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그가 겪게 될 세상 속의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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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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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스님 현각. 서점에서 그의 글을 조금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몇 번 이 책을 빌리려고 도서관에 갔지만 항상 대출 중이었다. 그러다가 잊고 있던 중 어느 날 나의 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단숨에 읽게 되었다.  

 

 만행은 하버드에 다니던 한 학생이 자신의 삶에서 느낀 의문과 성장과 불가에 입문하기까지 그려낸 책이다. 많지 않은 분량에 쉽게 읽히는 문장과 그의 젊은 시절 고뇌는 재미와 함께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의 형제들의 성공과 그의 인생 여정에서 보여주는 철학적 사고가 나에게 즐거움과 새로운 영역을 열어준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그가 스승 숭산 스님의 만남으로 스님이 되고, 한국에서 스님 생활을 이어가는 여정은 때때로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놀랍고 예리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지만 스승과 관련된 일화에서 그런 점이 두드러진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정적 생각 탓일지 모르지만 안타깝게 여겨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책의 중간 중간에 현각 스님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그가 예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진리 탐구를 통해 예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 점은 광신적인 교인들이 타종교에 배타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요즘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나 또한 배운 바가 여럿이다. 가끔 나의 독선에 본인이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에서 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들이 지닌 삶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뭐 작가가 불가의 스님이 되었으니 더욱 강조하고 확대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 삶에서 물질 숭배가 점점 강해지는 이 시점에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보여주는 철학사에서 관심의 변화와 자신의 경험담은 책 읽기의 또 다른 즐거움이자 매력이다. 덕분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야할 책이 늘어나기는 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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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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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존 딕슨 카의 데뷔작이다. 한 작가의 데뷔작을 읽다 보면 앞으로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가끔 보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것은 그 작가가 유명해진 뒤 역으로 데뷔작을 읽을 때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뒤늦게 출간된 그의 처녀작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작품들을 생각해본다. 기억이 희미한 속에 밀실트릭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들이 생각나고, 오류투성이 번역 탓에 그 가치를 몰랐던 작품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밀실과 과학이란 단어 속에서 그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소설 속에 빠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설정을 그냥 가볍게 받아들여야 한다. 1920년대 말이란 시간과 그 시대에 벌어진 성형수술이 다른 사람을 쉽게 속일 수 있는 수준이란 것 등이다. 처녀작이 나온 것이 1930년인 것을 생각하면 어떤 면에서 상당히 현대적인 설정들도 보이곤 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선입견이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실력이 시대를 넘어서도 통용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 탓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한 쌍의 남녀에게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의 시간이 한 정신병자이자 살인마의 협박으로 공포의 순간으로 변한다. 뛰어난 스포츠맨인 라울 드 살리니가 아름다운 루이즈 부인과 결혼을 한 것은 분명히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 이전에 그녀의 전 남편인 로랑은 정신병원에서 탈출하고, 뛰어난 성형수술을 받은 후 사라진다. 이후 로랑의 협박은 이 부부를 공포에 빠지게 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경찰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살리니 공작은 목이 잘린 채로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그가 있던 방 입구 중 하나를 경찰이 감시하고 있었고, 방 어디에도 숨겨진 공간은 없다. 누가 그를 죽이고, 어떻게 그 곳을 빠져나간 것일까? 이 알 수 없는 상황을 관찰자인 나의 회상을 통해 방코랭 총감의 뛰어난 활약으로 사건을 하나씩 풀어낸다.    

 

 처음 앞부분을 읽으면서 그냥 지나친 부분이 나중에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사실 이 부분을 머릿속에 담아 두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단련된 사고방식으로 하나의 사건을 추리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단지 하나 뿐이다. 사건 전체를 본다면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이지만 본 사건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이 부분에서 작가가 잘 짠 설정이 나를 완전히 속인 것이다. 전형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살인사건을 설명하는데 읽으면서 내가 세운 가정과 범인상이 완전히 무너진다. 괜히 트집을 잡는다면 충분한 단서를 소설 속에서 나타내주지 않았다는 것과 선입견이 방해를 한 정도다.  

 

 이 책은 로크미디어에서 존 딕슨 카 시리즈 첫 권으로 나왔다. 처녀작이 첫 권이란 점에서 상당히 반갑다. 읽으면서 궁금한 점은 방코랭 총감이 다른 작품에도 등장하는지와 다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다. 흔히 고전 명탐정들이 상황을 단숨에 파악하고 범인을 금방 아는데 그도 이런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과학과 증거의 확보를 통해 마지막 장면을 연출한다. 수많은 카의 작품 속에서 그의 활약이 많다면 낯익은 이름일 텐데 낯설다. 다른 이름으로 번역된 것일까? 아니면 그의 활약이 많지 않거나 일회성일까? 개인적으로 출판사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후기나 작가에 대한 정보를 통해 이런 궁금점을 풀어주고, 이 시리즈의 미래를 살짝 보여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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