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소여 비행 클럽 -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
하라다 무네노리 지음, 임희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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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약 나에게 노부라 노부오 같은 손재주가 있다면 어떨까? 신기하고 초능력 같은 그 능력을 글로 읽으면서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화폐나 동전의 금액 맞추는 것이야 이미 맹인들이 보여주었기에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지갑에 얼마나 들었는지, 걸어가는 사람의 서류가방을 몇 초만에 여는 모습은 현실의 경계를 넘어간 것들이다. 소설 속에서 노부오가 몇 번이나 급하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소매치기를 하는데 이를 보면서 그 능력에 감탄하고 부러워했다. 이런 주인공의 능력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발휘되니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어릴 때 자신의 손가락이 지닌 능력을 깨달은 노부오가 다른 사람을 돈을 훔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그것은 오락실에 갈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가 오락에 몰두하자 엄마가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용돈을 끊은 것이다.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연히 겁에 질려 소매치기를 했는데 상대방이 이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때부터 오락을 위한 조그마한 돈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장면을 같은 학교 학생 수학에게 들키고 만다. 학교에서 수학과 물리에서만 재능을 발휘하던 그가 이제 노부오의 능력에 감탄하며 자신이 세운 계획에 동참할 것을 강요한다. 당연히 그 계획이 쉬울 리가 없다.  

 

 약간 무모하고 위험한 계획임에 틀림없지만 성공한다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유명 사립대학의 시험지를 중간에 가로채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바로 학교로부터 빼앗지는 않는다. 그 시험지를 학교로부터 반출하는 것은 야쿠자다. 학교와 관련된 인쇄소 직원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여 시험 전에 문제를 밖으로 빼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아들을 합격시키고, 그 문제지를 팔아서 거액을 벌 생각을 한다. 그런 계획 중간에 들어가 몰래 문제지를 훔칠 계획을 수학이 세운 것이다. 겁도 없이 야쿠자를 상대로 말이다.  

 

 하나의 큰 목적을 향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노부오의 능력은 점점 발전하고 대담해진다. 그 사이에 노부오 이상의 능력을 가진 치사토 할머니를 만나 새로운 능력에 눈을 뜬다.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생 한 방’이란 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녀가 한 번의 큰 건으로 러브호텔을 소유하고, 자그마한 소매치기는 거의 손을 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의 욕심에 어디 끝이 있던가?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훌륭한 아이를 보았으니 그를 가르치고 키우는 재미 또한 대단하다. 이 수업을 보다 보면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그들이 놀랍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소설에서 노부오를 제외하고 강탈 계획을 세운 수학과 그 정보를 제공한 기쿠치가 중요인물이다. 수학이야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실행을 준비한다면 기쿠치는 노부오의 사랑이자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존재다. 소심하고 나약했던 그가 그녀를 통해 한 명의 남자로 성장하고 허세를 부리게 된다. 그리고 이 둘의 존재와 계획은 단순히 오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그마한 소매치기에서 인생을 건 거대한 승부로 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한 편의 판타지처럼 다가온다. 그러니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제목에서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을 연상시킨다. 워낙 오래 전 만화나 어린이 소설로 읽었기에 세부적인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제목에서 자세히 알려주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치열한 입시전쟁을 마주한 수험생들과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수학이 세운 계획을 보면 위험하다. 비록 노부오의 손기술이 초능력에 가깝다고 하여도 한 번의 실수가 불러올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노부오의 청춘과 열정과 불안을 동시에 풀어낸다.  

 마지막 장에서 시험지 유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노부오 등이나 야쿠자를 제외한다면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 양심을 팔고, 입학을 위해 돈을 먹이는 학부모의 모습이 똑같이 재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처리 과정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가 더 뻔뻔하다. 학교와 교육부란 복마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주하는 사실들은 노부오 등이 펼치는 계획이 결코 올바르지 않지만 짓눌린 그들의 청춘의 조그마한 탈출구 역할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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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에 키스하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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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작 ‘웃음의 나라’에서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나온다.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번엔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를 좋아하는 여성이 나온다. 또 하나의 책을 둘러싼 이야기로 진행된다. 첫 두 작품이 비슷한 구성을 보여주지만 풀어내는 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전작이 판타지 같은 전개로 간다면 이번엔 좀더 스릴러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지속되거나 피가 튀는 스릴러는 아니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무얼까? 삶? 직업? 무엇이든지 간에 베스트셀러 작가 셈 베이어는 평소 쓰던 글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던 어느 날 떠오른 하나의 기억에서 자신이 쓰고자 하는 바를 찾아낸다. 15살의 어린 그가 발견한 시체에 대한 것이다. 시체는 첫사랑이자 우상이었던 폴린이다. 그녀를 실제로 죽인 자는 누구인지 의문을 가지고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하나의 기본축이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팬이자 연인이었던 베로니카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또 다른 축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처음부터 긴장감을 고조시키거나 범인 찾기에 집중하기보다 크레인스뷰의 과거를 현재에 풀어낸다. 샘이 어린 시절을 보낸 크레인스뷰는 현재도 큰 변화가 없다. 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중요한 것들이 남아있는 한 그 변화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우상이었던 폴린을 조사하자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드러난다. 복잡했던 남자관계와 죽음을 둘러싼 여러 용의자가 나타난 것이다. 범인으로 지적되어 감옥으로 간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용의자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초반에 작가는 그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시키고 다른 살인자를 등장시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살인자의 정체는 무얼까? 왜 그는 그녀를 죽인 것일까?   

 

 또 다른 흥미꺼리인 베로니카의 정체는 양파와 비슷하다. 하나의 사실이 드러나면 과거 속에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아프리카 봉사자의 모습에, 포르노 배우의 모습에, 자살집단에 가입하여 활동한 전력까지 다양한 과거가 나온다. 하지만 그 모습 넘어 뛰어난 조사 실력은 샘이 과거를 추적하여 진실을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거기에 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독자의 시선을 잡고 범인에 대한 윤곽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 그녀가 폴린으로 분장한 모습은 샘에게 환상과 현실을 교묘하게 비틀어놓게 만들면서 샘의 진실을 조금씩 노출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긴장감을 끊임없이 유발하고 살인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 범인을 쫓는 주인공을 염두에 둔 사람은 약간은 느슨한 전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시각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고자 하는 독자에겐 좋은 선물일 것이다. 진실은 찾는 자에게 드러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들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사실은 아픔을 줄지 모르나 그 사건을 정확히 아는데 필수적이다. 그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잔혹하고 아팠지만 그 이후 삶은 아마 평온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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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와 나 - 어느 천재 예술가의 세기의 스캔들
스탠 로리센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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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대 미술계가 어떤지 알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달리라는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스타를 통해 미술계의 문제점을 사실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물론 어느 부분에선 과장되고 냉소적이면서 비틀린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실제 달리의 그림을 판매했던 작가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이제 그림은 하나의 산업이자 투자 대상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감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떠나 중개상들이나 전문가들의 입김에 의해 그 가치가 휘둘리는 것 같다. 사실 그림 한 점에 수 억 달러라니 이해가 되는가?   

 

 작가는 벨기에 치즈 공장에서 일하며 시를 쓰고 밴드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한 잡지사에 할리우드 기자로 스카우트된다. 처음엔 할리우드에 갈 희망에 부풀러 있었다. 하지만 그가 기사를 쓴 곳은 회사의 골방이다. 기존에 나온 잡지들에서 발췌해 엉터리 기사를 쓴 것이다. 이런 그에게 기회가 온다. MMC라는 은행에서 달리 전문가로 그를 다시 스카우트 한 것이다. 바로 그가 엉터리로 쓴 기사를 보고 말이다.   

 

 사실 그가 스카우트될 당시 달리가 어느 정도 인기 있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만나는 현실은 너무나도 황당하다. 달리라는 이름으로 그림이나 프린트가 엄청난 액수에 팔린다. 그의 사인이 무려 679개나 되고, 이 사인이 있다면 하나의 보증수표처럼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잠시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투기를 이용한 화자의 활약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입 발린 소리 같은데 세금을 피하고 쌓여가는 돈을 처분하고 싶은 부자들에겐 복음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세계를 돌면서 달리의 작품을 사고파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나 팔 때마다 수수료로 거액을 챙기니 말이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맥달리, 아비다 달러, 세뇨르 달리다. 1부가 맥달리란 제목을 달고 있는데 이것은 맥도날드에 비유해서 달리가 대량생산되고 소비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2부인 아비다 달러는 달리의 이름과 성을 애너그램으로 표현한 것인데 ‘달러 미치광이’란 뜻이다. 여기선 달리에 대한 관계자들의 회상이 곁들여지면서 세계에 떠돌고 있는 달리 작품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에선 제목대로 달리의 최후가 나오고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추스르는지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스탠의 활약에 놀라고, 그 거래 금액에 흥분하고, 달리를 이용해 수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의 거짓된 모습에 분노했다. 특히 세계적인 경매업체들이 고액의 수수료를 챙기면서 가짜를 판매하는 모습에선 그들의 역할이 중개가 아닌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만든다. 만약 언론에 사실인 것처럼 소개되면 현찰을 싸들고 다니면서 구매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투기 그 자체다. 하기야 지금 우리들 주변도 투기의 광풍에 휩싸여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달리라는 전 세계적 스타의 작품이고, 돈 세탁까지 된다면 누가 주저하겠는가!  

 

 달리의 작품이나 예술세계나 그를 이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 소설은 잘못된 선택이다. 작가는 달리의 만년 모습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술 거래 세계의 거짓과 허상을 보여줄 뿐이다. 거대한 거품이 만들어지고, 그 거품을 실재하는 물건으로 인식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온다. 한 점의 그림을 감상의 대상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순간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공모가 단순히 한두 사람만이 아닌 예술계 전체가 합세한 것임을 알게 디는 순간 그 거품은 터지고 만다.   

 

 달리를 잘 몰라도 재미있다. 그의 그림을 볼 때 받았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과 사건들은 추악하다. 비록 이 소설에서 달리가 직접적으로 화자와 연결되어 사기행각을 펼치지는 않지만 그 중심에 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한 편의 소설로 모든 예술계를 폄하할 수는 없겠지만 점점 거대해지는 미술계를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모든 것이 그림 자체로 감상되기보다 그 거래금액으로 평가되는 현실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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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번째로 읽었다. 처음 이 소설에 대한 극찬을 듣고 아주 열심히 헌책방을 뒤졌다. 늘 그렇듯이 절판된 책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겉은 낡았지만 안은 비교적 깨끗한 책을 구하게 되었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힘들게 구한 책들에겐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 시간을 좀 보내다 하루는 커피숍에 들고 나가 단숨에 읽었다. 너무 큰 기대를 한 덕분인지 아니면 마지막 반전 때문인지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두 번째 읽은 지금도 역시 마지막 반전은 놀랍지만 머릿속에선 이해가 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가가 사와자키의 입을 통해 모든 설명을 하지만 갑자기 돌출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이해력 부족이나 그 상황에 대한 불만 때문일 수도 있다. 사와자키와 함께 범인을 쫓으면서 느꼈던 분노와 자괴감과 노력들이 한순간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시 한 번 더 작가에게 당했다는 느낌에 대한 불만 때문일까? 어떻게 보면 둘 다 일 수도 있다.  

 

 이야기는 사와자키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유괴당한 소녀의 집으로 오면서부터다. 그가 온 것은 사라진 가족 문제로 얘기하고 싶다는 의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집에서 부딪힌 사건은 유괴사건이다. 그는 공범으로 몰리고, 혐의가 풀릴 즈음에 유괴범이 그에게 돈 가방 전달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유괴범은 그를 감시하는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레스토랑을 전전하게 만든다. 결국 폭력배들과 싸우게 만들고, 그 싸움 끝에 쓰러지고 만다. 당연히 돈 가방은 사라지고 없다. 돈은 사라졌지만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보통의 유괴사건이라면 여기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탐정의 역할은 끝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소녀의 외삼촌을 등장시켜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의 아이들이 혹시 이 사건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부탁이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가족의 내밀한 비밀이 드러나고, 그것과 동시에 새로운 단서들이 튀어나온다. 이것만 본다면 경찰들이 참으로 무력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조그마한 시차일 뿐이다. 서로가 인정하지 않던 두 부류가 이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감정을 숨기면서 협력한다. 그것이 비록 완전하지 못하다고 하여도 말이다.  

 

 작가의 처녀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얼마 전에 읽은 때문인지 반갑고 처음에 읽을 때 느끼지 못한 재미를 많이 받았다. 나의 얄팍한 기억력 덕분에 책의 중요한 내용들이 기억나지 않아 어느 부분에선 새롭게 읽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옛 기억 중 일부가 새록새록 솟아났다. 처음 읽을 때보다 더 흥미롭게 읽었다면 거짓말로 치부하려나? 그때 몰랐던 사와자키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면서 그와 그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와 상황들이 전작의 기억들과 맞물려가면서 낯선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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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미쳤다!
리타 페르스휘르 지음, 유혜자 옮김 / 두레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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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피카소라는 이름과 얇은 책자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샀다. 책 표지에 작게 마음으로 보는 그림 같은 이야기라는 문구에 피카소에 대한 해설 정도로 착각을 했다. 피카소의 이름에 비해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작품 세계가 너무 빈약하기에 약간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피카소에 대한 해설서도, 그림에 대한 해설서도 아닌 그림을 둘러싼 작가의 자전소설이다.  

 

 기껏 120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이니 모두 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리타의 그림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읽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용은 학교에서 뽑는 미술대회를 둘러싼 리타의 생각과 일상들이지만 가끔 리타가 풀어내는 그림에 대한 생각들은 한때 내가 느꼈던 부분이나 사람들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꼬집어준다. 거장의 그림으로 알고 많은 이들이 감탄을 하지만 위작임을 아는 순간 그림을 치워버리고 무시하는 모습이나 인위적으로 그림에 순위를 주는 행동이나 자신의 감상과 다른 감상을 용납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은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나의 그림에 대한 이해는 터무니없이 낮다. 렘브란트의 깊이 있는 색과 음영을 좋아하고, 단원이나 혜원의 그림이 주는 풍경을 놀라워하고, 다빈치의 그림에 감탄을 하지만 고흐나 피카소나 폴락의 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비교적 최근에 피카소의 그림이 지닌 의미를 알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슴 속에 깊이 와 닿지는 않는다. 이해와 감성이 아직은 동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수많은 의문과 감탄을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림을 잘 그리는 비법을 찾는 조그마한 소녀 리타의 모습이나 생각이 많지 않은 분량 속에 잘 녹아 있다. 미술에 대한 해설서는 아니지만 의문에 대한 많은 생각이 담겨있어 그림에 대한 도움을 알게 모르게 주기도 한다. 책 중간 중간에 놓여있는 파스텔 톤의 삽화도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보는 재미를 준다. 많은 기대를 가지지 않고 본다면 짧은 분량에 담겨있는 소녀의 세계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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