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푸른 눈 스님 현각. 서점에서 그의 글을 조금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몇 번 이 책을 빌리려고 도서관에 갔지만 항상 대출 중이었다. 그러다가 잊고 있던 중 어느 날 나의 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단숨에 읽게 되었다.  

 

 만행은 하버드에 다니던 한 학생이 자신의 삶에서 느낀 의문과 성장과 불가에 입문하기까지 그려낸 책이다. 많지 않은 분량에 쉽게 읽히는 문장과 그의 젊은 시절 고뇌는 재미와 함께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의 형제들의 성공과 그의 인생 여정에서 보여주는 철학적 사고가 나에게 즐거움과 새로운 영역을 열어준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그가 스승 숭산 스님의 만남으로 스님이 되고, 한국에서 스님 생활을 이어가는 여정은 때때로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놀랍고 예리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지만 스승과 관련된 일화에서 그런 점이 두드러진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정적 생각 탓일지 모르지만 안타깝게 여겨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책의 중간 중간에 현각 스님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그가 예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진리 탐구를 통해 예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 점은 광신적인 교인들이 타종교에 배타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요즘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나 또한 배운 바가 여럿이다. 가끔 나의 독선에 본인이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에서 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들이 지닌 삶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뭐 작가가 불가의 스님이 되었으니 더욱 강조하고 확대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 삶에서 물질 숭배가 점점 강해지는 이 시점에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보여주는 철학사에서 관심의 변화와 자신의 경험담은 책 읽기의 또 다른 즐거움이자 매력이다. 덕분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야할 책이 늘어나기는 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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