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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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큰 아이랑 한판했다.

방학내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학원 두군데 숙제에 허덕거리고 틈만나면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더는 못견뎠다.

오늘도 늦게 일어나 밥을 안먹겠다고 해도 놔뒀는데 일어나서 세수하하고 1시간이 지나도록 잠옷도 갈아입지 않고 불도 안켠 방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어 폭발해버렸다,

더는 못참겠다.

방학이니 학원 숙제하고 남은 시간에 책 좀 읽어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한달간 단 한권도 읽지 않은 거.

내내 숙제한다고 방안에 문닫고 틀어박히면서도 늘 보면 학원가기 직전까지 숙제에 허덕대고 짜증내는 거

동생이랑 싸우고 사소한것도 다 시켜먹는 게으름

어디 좀 나갈래도 그 나이 답게 어둠의 아우라를 팍팍 풍기면서 왠지 근접하지 못하게 하면서 막상 둘째랑만 이야기하면 혼자 내버려둔다고 또 화만 내는거..

나도 역기서 멈춰야 한다는 거 아는데,. 막 나가버렸다.

중학 3년 금방이다 좀 알아서 맡기면 알아서 해야하는 거 아니냐.. 도데체가 꼴을 볼 수가 없다.

나름 이성적으로 시작한 말은 감정이 앞서기 시작했고 여기서 멈춰라~ 하고 속으로 브레이크를 걸어보지만 입은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 칼날을 쏟아냈다.

결국 아이는 눈물을 보이고 소리치고 엄마는 맨날 엄마가 보는 것만 보고 엄마가 생각한 대로 결정하면서 나만 나쁘다고 한다고....

이런저럭 울음섞인 말끝에 아이가 말했다

" 나도 남보다 못하는 거 싫어. 나도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단말이야. "

쿵,,,,

 

"어떤 일로 인간이 상처를 입는지 타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음을 다잡으며 펼친 책에서 뜨아...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마 나도 무수한 말의 칼날로 아이에게 상처를 줬을 거다.

아이의 사소한 변명이나  대드는 소리에 나도 상처를 입었다.

내 상처에 놀라 나도 마구 칼을 휘둘런다는 자책감이 든다.

이미 쏟아진 물인데...

다행히 아이는 점심은 잘먹고 학원 다녀와서 다시 웃는 얼굴이다.

이때가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엄마는 아이를 다그치고 감정을 쏟아버리고 달래줄 방법을 몰라 전전긍긍하는데 아이는 속은 알 수 없지만 먼저 다가온다. 웃어주고 말해준다,

니가 낫구나..

 

이 책이 분명 육아서는 아닐진데,...

닛타형사와 야마기사 나오미같은 부모면 정말 아이를 잘 키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완벽한 호텔리어로 철저하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맞춰주고 배려하는 나오미와 사람의 선악을 뚫어보고 의심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닛타라면... 좋은 부모도 되지 않을까

나는 펼쳐진 책과 다른 엉뚱한 책을 읽는 중이다.

 

사건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그 다양하고 별난 사람들에게 맞춰주고 시선을 거두지 않는 두 사람에게 눈길이 갈 뿐이다. 이 두사람이면 아이가 열두명이래도 잘 키우겠구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과 함께

상대를 의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봐주고 맞추어주는 나오미가 사람이 아닌거 같다.

더불이 이런 호텔리어가 있는 호텔이라면 아무리 비싸도 한번쯤은 묵고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나도 내 아이를 고객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단기간 각각의 사정으로 호텔에 묶어가는 사람들처럼

단지 스무살 성인이 될때 까지 내게 묶어가는 고객같은  심정으로 대하면 나아지려나

초라하고 천박한 변두리 여인숙 주인같은 마인드가 아니라 칠성급 호텔의 호텔리어같은  마음으로 고객 모시듯  숙박비가 밀려도 닥달 하지 않고 샤워가운이 없어지더라도 매너있고 상대 기분 나쁘지 않게 해결해내는 그런 능력이 아이를 키우는데도 필요한게 아닌가 ...

어떤 육아서보다도 지침서보다도 내게 아프게 하고 미안하게 만든다.

이거 추리소설 맞어?

그리구 이거 리뷰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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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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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의 소년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어딘가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무심해보이기도했다.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인 열네살 소년 그에게 무슨 일이있었을까

아이를 키우다보니 고작 열네살이던데.. 그 나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소년의 표정이 이다지도 복잡할까 싶어 책을 집어 들었다.

 

몰랐는데 로이스 로리는 청소년 문학에서 대단한 위치에 있는 작가였다

뉴베리상을 두번이나 수상했고 그 이상의 청소년 소설을 쓰는 사람이 없다고들 하고 기억의 전달자나 그 여름의 끝.. 등등 대단한 작품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작가인가 싶었더니 그것도 아니다

37년생인 그녀는 지금 읽어도 공감이 가고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는 구체적인 병명이 나오지 않지만 자폐아라고 추정되는 소년 제이콥은 말이 없고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특별한 교감을 가지는 소년이다.

모두가 제이콥이 조금 모자라고 정신지체라고 하지만 캐티는 개의치 않고 제이콥에게 다가가고 둘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쌓아간다. 제이콥은 캐티에게 아기고양이를 선물하고 캐티는 제이콥이 밤마다 집에 와서 말들을 돌보는 것을 모른 척해준다.

캐티네 집에서 일하는 제이콥의 작은 누나 페기 그리고 이웃집 비숍씨네에서 일하는 큰 누나 넬

출신이 다르고 생활환경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어떤 갈등없이 함께 나누고 행복하다.

그러던 중 넬이 비숍씨네 집에서 나오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단정하고 따뜻하다. 1900년대 미국의 일상이 소소하게 묘사되면서 그 당시의 햇살이나  빗소리 그때의 공기까지도 손에 잡을 듯 묘사되어있다. 어떤 과장이나 감정의 과잉없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그 시대를 세세하게 묘사해나가면서 동시에 그 묘사들이 이야기를 이끌고 사건을 끌어가는 능력이 작가를 다시한번 대단하게 보게 해준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떨어지는 벼락같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벼락이 내려치기 전에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리거나 어두워진 하늘이 암시하듯이 그 순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시간의 무게로 쌓이면서 다가온다.

케티의 인생을 변화시킨 그 날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그때 케티도 나이가 10살이 채 되지 않았고 그 소년 제이콥은 겨우 열네살이다 겨우...

그 소년에게도 그 소년의 누나들에게도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누구도 누군가를 해치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도와주고 싶었고 위로해주고 싶었고 상처받았을 뿐인데 사건은 커져버렸다.

그리고 소년은 떠났고 시간이 흘러 소녀가 나이를 먹고 그때 부모만큼 세상을 경험한 이후 그 사건의 조각들이 맞추어 졌다. 그리고 그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아닌 비밀이 되어버렸다.

그때 내가 그 소년과 우정을 나눈일. 내가 좋아했던 페기와 매혹적인 넬의 인생까지 다시 보게 된건  나이가 든 한 참후의 일이 아니었을까

예전 흑백티비에서 보던 초원의 집을 보는 느낌도 들었고 (페기가 하는 가정일이나 집안 묘사같은 건) 어딘가 모르게 아버지와 케티의 관계는 "앵무새 죽이기"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자상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공평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존경하는 용기있는 어린 딸이 많이 닮았다.

이야기는 어쩌면 예상대로 흘렀던 거같다. 어쩌면 어쩌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하면서도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그런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케티가 넬과 폴의 관계가 이제 더이상 아름답지 않고 뭔가 불편하고 불안하다고 느끼는 그 장면에서 나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불안했다.

행복은 왜 자꾸 불행이랑 겹쳐지는 건지..

왜 누군가의 행복이 미래에 대한 꿈과 욕심이 자꾸 불안해지는 건지.. 일상속에 숨어있는 작은 불안들 그리고 그 불안들이 서서히 균열내는 일상을 보면서 많이 아팠다.

그리고 책속에서 아버지와 농장일을 하고 동물을 돌보고 갓 태어난 고양이가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강물에 놓아버리는 일을 하던 소년 제이콥이 참 큰 소년같지만 그 소년은 고작 열네살이었다.

그게 가장 마음이 아팠다.

그 열네살의 제이콥이 그렇게 그들의 일상에서 사라지고도 삶은 계속 지속되었고 모두 성인이 되고 삶을 꾸려나가고 나이를 먹었다. 한때 번개같은 충격을 받고도 모두들 담담하게 생을 지속하는데 그 소년만 여기 없다. 그래서 이제 할머니가 된 케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여기에 없는 열네살의 소년을 생각한다. 그의 일상은.. 왜 그렇게 되어버렸나...

표지 사진 속 소년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그냥 무심하게 그렇게 서 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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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달리기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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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이유가 광주가 있기때문이다.

누구나 행복해야하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도 될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마음속에 하나씩 죄책감을 품고 살아가게 된다. 지금 살아서 행복한게 왠지 죄스러운 느낌...

이 책은 그 아름다운 날 죄스러움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명수는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달리는게 너무 좋은 평범한 아이였다. 달리기를 잘해서 도 대표로 뽑히고 난생처음 아버지가 사주신 새 운동화를 신고 합숙이라는 것도 한다.

여인숙에서의 합숙은 온종일 연습 연습으로 쉴 새가 없지만 그러다고 고통스러운 것만도 아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방 친구들과 만화를 빌리러 담을 넘기도 하고 투닥거리면서 정이 든다.

명수에게 고민이란 다만 정태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것 나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것이고

마음 한구석에 도사린 죄책감이라고는 양동시장에서 연습할때 아버지를 보고 못 본척 한 것이다.

그때 명수는 몰랐을 것이다.

그때 내가 잘못했지만 언젠가 아버지에게 사과할 날이 올것이고 기쁘게 해주겠다고

어쩌면 체전에서 매달을 따고 국가대표가 되고.. 뭐 그런 희망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기회는 많다고

그런데 그 기회는 오지 않았다.

방친구 진규의 잔꾀로 처음으로 광주시내를 구경간 날 아이들은 이상한 광경을 본다.

밥퇴기꽃처럼 하얗게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시민들을 향해 곤봉을 날리고 폭력을 쓰는 군인들 피흘리는 사람들 그리고 총소리

난생 처음 본 광경에 아이들을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지만 아마도 김일성의 인민군일거라고 우리 군인이 절대 저럴 리 없다고 자꾸 자꾸 믿으려 한다 도데체 우리 용감한 군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

명수아버지가 광주로 들어오다 돌아가셨다.

이제 명수는 아버지께 사과할 기회를 영영 잃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주의 가족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길이 막혀 광주에서 나갈 수도 광주로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마지막 작전을 짠다.

명수를 나주로 보내기.

 

명수는 아버지에게 끝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 죄스러웠다

그때 모른 척 한 것도 미안하고 내가 살아남은 것도 미안하다.

다른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정태형은 혼자 집에 돌아온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울 것이고

여관방에서 발만 동동 굴려야 하는 코치도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 미안하고 죄스러울 것이다.

나주에서 가장의 죽음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죄책감음 말할 수 없을 거다.

도데체 무슨 정신으로 아이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발포했을까 싶었던 그때 그자리의 군인도 죄스러웠다.

그런데..

이렇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그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

살아서 미안하고 무탈해서 미안하다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

 

이야기는 광주의 그날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날은 명수에게 아주 충격적인 며칠이었지만 그 며칠이 그 아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이젠 달리는 것이 그저 즐거울 수만은 없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꿈은 이미 버린지 오래다. 아버지의 유품마저 잃어버렸다.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고 꿈을 깨 버렸지만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그저 당한사람들이 저희들끼리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고 몰랐던 사람들조차 어찌 할 바를 몰라 누구와도 눈을 맞출 수 없다.

나와 무관하다 여겼던 일들이 내 인생을 송두리채 바꾸는 일

그런일이 그때 그 아름다운 5월에 저기 멀지 않은 광주에서 일어났었다고

그래서 많이 아프고 상처받았다고...책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데체 왜 그런 일이 생긴거야?"

아이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고 그리고 모든 것이 아무일도 없다는 듯 마무리 되어버릴 동안 나도 아무것도 몰랐다고.. 나중에 10년이 훨씬 지나 알았다고 말하기 미안하다

 

이런 책이 있어 참 고맙다.

큰 사건이 .. 어떤 역사가 그저 한줄 한페이지의 문장으로 이해가 힘들 수가 있다.

머리는 끄덕여지지만 가슴으로 전혀 닿는 것이 없을때

그때 5월 광주에 명수라는 아이가 있었단다. 그 아이는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렇게 들려줄 이야기가. 그때의 아픔을 겪었을 누군가 생생한 사람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래서 이야기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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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말이 많은 영화 변호인을 드디어 봤다.

영화를 보러간건 온전히 배우 송강호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그가 하는 아버지의 역이 눈에 들어왔다.

뭐 잘 생긴 멜로형 배우가 아니니까 나이를 먹으면서 늘 총각역을 할 수도 없고 자연스럽게 나이에 맞는 역을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버지 역을 하는거지만.. 이상하게 그가 하는 아버지는 자꾸 자꾸 생각이 났다.

이번 영화에서도 사실 변호인으로서의 송우석보다는 한집안의 가장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송우석이 자꾸 눈에 밟혔다.

내 기억으로 그는 " 우아한 세계"에서도 아버지였고  "설국열차"에서도 아버지였고 "관상"에서도 아버지였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희미해진 "효자동 이발사"에서도 아버지였다.

이 영화에서 송우석은  몇년전 "효자동 이발사"에서의 그 아버지를 자꾸 떠올리게 한다.

뭘랄까 중반이후 사회에 눈뜨고 정의에 대해 온몸으로 말하던 그 말고 초반부분 한집안의 가장으로 조금은 비굴하고 뻔뻔하게 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자꾸자꾸 떠오른다.

잘난것도 없고 대단하게 내세울것도 없는 사람. 오직 내가 가진 몸뚱이와 기술 (변호사란 직업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로 세상과 맞짱뜨고 내 가족을 지키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 그래서 간혹 불의에 눈을 감고 손가락질에도 묵묵히 침묵해야하는 사람

효자동 이발사의 그도 그랬고 이 영화의 전반부의 그도 그랬다.

정의로운 변호사 송우석도 정말 좋았지만 그 이전의  초라하고 속물적인 가장 송우석도 송강호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조금은 체념하고  부끄러운 마음따위는 애써 누르면서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 그래도 전작들과 다르게 세상에 휩쓸리고 상처받고 혼자 다독이는 가장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한발 내딛는 아버지여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변호인이라는 영화는 비겁할 수는 없지만 비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가장이 조금씩 비겁함을 거부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기를 읽었다.

어딘가 아큐를 닮았고 대지의 왕룽을 닮은 허삼관

작가의 말처럼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게 사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던 사람이다. 다른 사람처럼 소리치고 욕심을 내는 것에는 함꼐 욕심을 내고 화를 내는 것에는 함께 화를 내고 다들 맞고 빼앗기고 살면 그러려니 하고 맞고 빼앗기는 것 그게 틀리지 않다고 믿고 사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못배우고 어리석은 자라 대가리라 욕해도 별 수 없다고 여기고 받아들이고 가족에게 욱하고 화를 내지만 결국 가족을 위해 피를 팔기도 하는 가장

세상에 바짝 엎드려서 순종하고 살 수 밖에 없고 저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잘난척 하고 고함치는게 전부지만 욕할 수 없는 사람 그가 허삼관이다.

그도 어쩔 수 없이 비굴하게  살아야 하는 아버지였다.

 

" 일락아 오늘 내가 한 말 꼭 기억해뒤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 나중에 네가 나한테 뭘 해줄 거란 기대 안한다. 그냥 내가 늙어서 죽을 때 그저 널 키운 집 생각해서 가슴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이렇게 소박하고 단순한 사람이다.

 

아버지들도 소년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고 정의를 꽃피울 씨앗을 품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내 등에 가족을 짊어지게 되면 내가 우리 가족의 가장 앞에 서서 바람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내 속에 품은 꿈은 잠시 잊어도 좋을 것이고  세상과 맞장뜰 용기도 일단은 눌러두고 세상에 나를 맞추어 끼워넣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 그것인가보다.

그래서 누구보다 외로운 어깨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기대 울 수 없고 늘 꼿꼿하게 등을 세우고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나가야 하는 사람

희화화된 그들의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거나 피식 웃음이 터지지만 한켠 마음이 아리고 짠해지는 때도 있지만 왠지 그들에게 그런 감정을 내보이면 오히려 그들을 모욕하는게 될 거 같은 기분도 든다.

 

영화속의 송우석은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다. 그래서 가족들은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비겁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허삼관은 여전히 제 껍질속에서 가족을 단단히 보듬고 떄로는 납작 엎드리고 때로는 허세도 떨면서  삶을 이어나간다. 그가 피를 팔아서 가족은 평안해졌고 그가 두 다리를 딛고 단단하게 서 있어 주어서 가족은 안전했다.

누가 더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기왕이면 좀 더 정의롭고 용감한 선택을 한 사람이 더 옳고 좋다는 건 당연하지만 그들을 아비로 놓고 봤을 때는 우열을 매기고 싶지 않다. 둘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 건 맞을 테니까

하지만 내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가는 건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허삼관을 욕할 수는 없지만 송우석을 더 존경할 수는 있는 것이다

다만 아비로서 누가 더 낫고 못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인 나는 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냥 그렇다.

 

 

 

어쩌면 나도

여담인데

중국에 허삼관이 있다면 우리에겐 송강호가 있다,

막 책장을 덮고 보러간 영화여서일까 자꾸 두 작품이 중첩되면서 속에 쌓인다.

사람들은 영화에서 그 누군가를 떠올리고 생각하고 그리워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송우석이라는 사람에게 오롯이 송강호를 대입해본다.

그도 짧은 학력에 (정확하지 않지만 어딘가에 그도 고졸로 프로필이 되어있었다) 지방색이 강한 사투리에  알아주지 않던 연극배우에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영화배우가 되어 흥행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 되어버린 사람.  외모는 여전히 두리뭉실하고 어딘가 시골 돌멩이같지만 그래서 더 질리지 않고 어디서든 맞춤하든 잘 들어맞아 기가막히게 그 인물이 되는 사람

살아남기 어렵다는 영화판에서 어쨌든 제 이름 석자를 걸고 꼭대기로 오른 사람

그 송우석이 송강호여도 상관없을거같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했다는 것도 그렇고

한때 그가 하는 멜로가 보고 싶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나이가 보이는 그 얼굴에서 그만큼 고단하고 비굴하지만 세상에 당당할 수 있는 아버지 . 가장을 할 수 있는 배우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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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 세라 창비아동문고 270
김민령 지음, 홍기한 그림 / 창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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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무섭다고들 한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고 영악하고 머리 회전도 좋아서 마냥 순진할거라고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

아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변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지금 세상이 예전과는 다른 세상이고 가치관이 달라지고 상식이라는 것도 달라지고 있는데 말이다

예전이면 10년씩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눈뜨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고

내가 살아오면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고 한때 유행의 첨단이라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퇴행되고  누구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사라지는 지금

아이들도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변했다고 달라졌고 영악해졌다고 누가  당당하게 욕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 그 순간이 잘 드러난다

 

견우하고 나하고...

 

배가 고파서 하늘이 노란데 돈은 없는데 아직 어려서 돈을 벌 수도 없는데 누군가 돈을 가진 아이를 때려서 돈을 빼앗는게 뭐가 나빠? 그 돈으로 담배를 피우고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배가 고파서 뭔가 먹으려는건데... 너무 배가 고팠을 뿐인데.. 어느 순간 나쁜 아이 불량배가 되어버린 오빠..

나와 처지가 비슷해서 호감이 가고 위안이 되던 견우가 엄마에게 가던날 느꼈던 불안 외로움...

그리고 견우의 한마디..

니가 나빠질까봐 그게 걱정이야. 나쁜 아이들은 얼굴도 변한다는데 나중에 내가 너를 못알아볼까봐....

가슴이 툭 하고 떨어진다.

친구가 나쁜 아이가 될까봐 걱정해주는 소녀는 절대 나쁜 아이가 되지 못할 거다. 하지만 여전히 배는 고플거다. 나빠지지도 못하고 배고픔도 해결하지 못하는 소녀는 어떡해야하나...

절대 나빠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살면서 문득 생각날거다.

내가 나빠질까봐 걱정해주던 누군가가 있었다고.. 그것만으로 위안이 될까?

 

단아가 울어버린 까닭은..

 

베스트프렌드를 갖고 싶은 소망을 우리 둘째도 가지고 있다.

많은 친구를 원하는게 아니라 단 하나의 친구를 윈하는 것

베스트는 단 하나뿐인거니까...

함께 공부하고 떡볶이를 사먹고 서로의 집에 놀러가고 둘만의 비밀을 가지는 것..

하지만 소심한 아이는 선뜻 상대에게 손을 내밀 수 없다. 누군가 내밀어주기를 강하게 희망하지만 사실 모두에게는 이미 베스트 프렌드가 있는 거 같다. 나만빼고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연필심처럼 마음을 뾰족하게 깍아보지만 그 연필심은 작은 힘에도 자주 부러져버린다. 어쩌나...

내가 어디가 못났을까? 나는 왜 인기가 없을까?

그때의 이 고민은 세계평화 환경오염 식량문제만큼이나 심각하다.

단아가 울음을 터뜨린건 정말 정말 당연하다.

내가 마음을 졸였는데 정말 고대했는데 그토록 갈망했는데 너무 어이없이 한순간에 툭하고  뭔가 와버리면 순간 내 갈망의 가치가 뚝 떨어지는 느낌도 들고 아 이제야.. 하는 안도감도 들고 왠지 위로받고싶은 쓸쓸함이 마구 겹치면서 울음만 나온다.

어쩌면 이걸 경험해본 세상의 소심이들 찌질이들만 알 수 있는 일이다.

내 둘째에게도 멋진 베프가 생기길... 그리고 누군가의 멋진 베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단아에게도...

 

나의 사촌 세라..

어른이라서 잘못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만약 아이들이 모여서 어른들이 엄마들이 그러듯이 부모 뒷담화를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들을까...

아이에게 충고하고 설교하고 야단치는 어른이라고 완벽하지 않다,

세은이 부모도 그렇다.

부모가 없는 세은이 사촌을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게 얼마나 큰 일인지 어른인 나도 잘 안다.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고... 남의 아이 키우는게 보통일이냐고.. 게다가 이미 마음의 상처가 있는 아이를 내아이와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쉬운게 아니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정신도 고달프면서 나중에 욕만 왕창 먹을 수도 있는 일

누구나 망설이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어른들에게..

그러나 세은이는 다른 걸 본다.

나랑 같은 나이의 사촌 그 아이가 오면 어떻게 지낼까.. 그 생각이 우선이다.

어떻게 생겼을까.. 함께 무엇을 해야하나  방을 나누어 쓰면 어떻게 자야할까

단지 그 아이에게 촛점을 맞춘다.

아이니까 그렇지

아이야 친구가 생기는 거고 형제없는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는 건데.. 어른은 복잡하다. 살아보니 알겠더라.. 복잡하다.

엄마 아빠는 계속 다투고 있지만 세은이는 그 아이를 기다린다. 그 아이와 할 수 있는 것 나눌 수 있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어른의 갈등은 애써 모른 척한다.

결국 그 아이는 자기 외삼촌에게로 가기로 했단다. 오지 않는단다.

아... 그렇구나...

세은이는 끝내 부모앞에서 속내는 드러내지 않지만 이제 조금 부모에 대한 불신이 생겼을 것이다. 엄마 아빠는 모르겠지만 내 부모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 이기적이라는 것 그리고 조금 실망스럽다는 것도..

내 얼굴이 붉어진다, 미안하다 세은아.. 하지만.. 나도 살아야겠다..

그말 밖에는...

 

브라질 떡볶이.

 

도데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왜 이렇게 장황하지? 싶었다.

주인공이 말이 없다는 거. 떠벌이 친구 두준이.. 그리고 누나 브라질 떡볶이 아저씨..

아하..

아이는 누군가의 부재를 경험하는 구나

내게 브라질 떡볶이 맛을 알게 해준 누나

밥대신 매일 먹었던 떡볶이집의 그 아저씨 내가 말이 없다는 걸 매일 와서 먹는다는 걸 기억해주는 아저씨..

아이는 이 두사람을 동시에 잃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게 누구도 친절한 설명이 없었는데 두 사람을 잃었다

그래도 아이는 살아가고 성장할 것이다.

한때 행복했던 브라질 떡볶이를 기억할 것이다.

밍밍했는데 자꾸 생각나고 걸리는 이야기다.

 

그외  진주목걸이같은 이야기도 있고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가 가지게 된 검둥이 이야기도 있다.

유은실 작가가 아이들 마음을 귀신같이 잘 캐치하고 젤 잘쓰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작가도 그렇게 될거같다.

아직은 서툰게 느껴지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아이가 가지는 불안과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을 잘 그려낸다.

아이가 순진하기만 해서는 세상을 살기 힘들지 않겠는가를  말한다.

세상이 변하고 어른이 변하는데 아이도 변해야하지 않을까

모두가 변하는데 변하지 말라고 하는 건 어른의 이기심이고 결국 상처는 너희들이 다 받아라.. 하는 못된 심보가 아닐까

정말 미안하다.

잘 모르고 욕하고 화만 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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