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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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들으면서 첨 알았다. 김중혁이라는 작가...

사실 이전엔 소설가라는 것과 김연수 친구라는 것만 알았다. (작가에게 미안하네)

그런데 팟방을 뜰으면서 이동진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 이 작가의 말이 생각이 참 좋았다. 그냥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네 싶은 맘도 들었고 너무나 매끈하게 이야기하는 이동진에 ㅣ해 버벅거리고 얼버무리는 경향이 많지만 그래도 뭔가 자기 주장을 해야할테는 투박하고  솔직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게 좋았다.

그래서 책이 궁금했는데 소설은 제목을 보니 사실 끌리지 않았고  이 책은 나올때부터 제목이 끌렸다.

그래 뭐라도 되겠지... 안달할거 뭐있나 싶은 마음에 제목이 정말 와닿았다.

그리고 미루고 미루다 도서관  장장 에약까지 하면서 본 책

우선 이렇게 두꺼울 지 몰랐다.

사실 어느 정도에서 잘랐으면 좋았겠는데 내용물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글이 고르지 않았다. 특히 후반부

두번째 요즘 젊은 작가들의 경향이기도 하지만 하루끼 풍의 문체가 자꾸 걸린다.

물론 이 작가으이 방송을 듣다보면 이 작가의 목소리가 저절로 재생되어 나와 문체랑 말투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자꾸 하루끼가 연상된다.

조금은 가볍고  아니면 말고 식이거나.. 중간에 개입해서 (괄호속에 들어갈 말들이 튀어나오는) 뭐 그런 것들이  걸렸다.

하지만 내용이 공감이 가는게 많다.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단점도 감추지 않고 소심하고 꾸준하지도 못하고 게으르고 방만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뭔가 이루지 않았는가.. 이렇게도 살 수 있지 않은가 하고 이야기한다.

그렇지 그래...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뭔가 되긴 되겠지? 하는 무한 긍정을 마구 샘솟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뭐... 결국 이 작가는 그래도 뭔가가 되었지만 다들 이렇게 뭔가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의심과 불안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따라하기엔 왠지 미심쩍고 불안하고 위험해 보이는...

어쩔 수 없는 학부모의 마음이 자꾸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대단한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작가가 .. 나도 이랬어 그런데 괜찮아.. 하는 말을 읽으면서 나자신은 공감이 가지만.. 이걸 우리애들는 금서로 해야하지 않나 나는  이중성을 마구 드러내게하는 책이었다.

그래서... 애들이 보면 좋겠지만.. 나중에 어느정도 걸러낼 이성이 생길때 보면 좋겠다는 욕심이...

 

하지만 뭐 이런걸 다.. 혼자 생각하고 말지.. 했을 것들을 모두 세세하게 기록하고 글로 풀어내는 그 부지런함과 정성에는 감동했다. 별 건 아니지만  누군가 술자리에서 수다떨고 말 이야기들에서 그래도 뭔가를 꺼집어 내는 걸 보니 작가구나 싶고 참 사람 좋을거같다는 생각도 들고... 암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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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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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과 그레텔은 뿌려놓은 조약돌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하나하나 작가가 뿌려놓은 밑밥을  잡아가면서 막바지로 향해갔다,

처음엔 그저 그랬다. 문장도 나쁘진 않은데 자꾸 걸렸다. 쉽게 줄줄 읽혀지지 않았고 목에 턱턱 걸리면서 거칠고 서툴렀다. 뭔가 나쁘진 않는데 매끄럽게 넘어기는게 없었다.

괜히 골랐나 싶었다.

중간에 패스트푸드점에서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에서 그만 책을 덮었다.

어쩌면 나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것에서 어떤 재미나 커다란 스케일 혹은 요즘 아이들의 발랄한 무언가를 찾았었던 거 같다.

단언컨데.. 이 책에는 그런게 하나도 없다.

그냥 한 소년이 가출이 아닌 여행을 떠날 뿐이다.

왜 그런지 알 수 없고 도데체 어떤 배경인지 읽어도 잡히지 않는다. 다만 함께 동행하는 형에게 뭔가 비밀이 있구나 하는 감은 있다. (이런건 진부하진 않지만 이제 너무 쉽게 보인다.)

하지만 꾹 참고 다시 책을 읽으면서 나는 헨델과 그레텔이 뿌린 조약돌처럼 그렇게 이정표를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보물을 주워가며 이야기의 끝을 향하고 있었다.

가출이 아닌 여행을 떠난 아이는 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터프한 세상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노래에 재능이 없는 전직 의사도 만나고

거리의 부랑자도 만나고 산타클로스 할머니도 만나고 사연이 깊은 목사도 만난다,

그리고 여행의 중간목적정도 되는 예전의 여자친구 (여자인 친구)19번도 만나고 대장도 만나고 펜더도 만나고....

길을 떠난 아이는 여러 사람을 만나서 위악도 떨고 건방지게 굴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거울앞에서 인중에 돋아난 털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면도기를 사용한다.

 

어쩌면 엄마가 마지막에 남긴 "괜찮다"는 말이 크게 목구멍에 걸리고 명치에 걸려서 그렇게 방황을 했었던가보다. 괜찮다는 말은 참 묘하다.

누군가가 괜찮다고 하면 그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안이되기도 하지만 떄로는 비수가 되기도 한다. 너가 말한 그 세음절 "괜 찮 다"가 공중에서 나에게로 는 닿지 않을 때가 그렇다.

너는 괜찮지만 나는 도저히 괜찮을 수 없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차라기 그말을 지하주차장에서 벽에 등응ㄹ 대고 웅크렸던 형이 들었더라면 죄의식이 덜했을까  또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소년은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해결이 없어서 주먹을 쓰고 야구 배트를 쓰고 전학을 간다.

엄마의 그 세음절을 나중에 긴 여행끝에  소년에게 도달했다.

이젠 정말 괜찮다고...

정작 소년에게 괜찮다고 말해 주었으면 하는 이들은 아버지나 형은.. 모두 입을 닫고 있었고 소년이 그 세음절의 무게로 휘청거릴때 형수는 소년을 위로한다.

형보다 강하다고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책을 읽고 불현듯 드는 생각이 "우아한 거짓말"의 남학생판이네 였다.

뭐 비슷한 점이 없긴 하지만 가족중 누군가가 죽고 이후에 홀로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그렇다.

하긴 소년에게는  만지와는 다르게 두번의 죽음이 있얶고 다정하고 친구같은 엄마 대신 스스로를 못이겨내서 자식에게 무심했던 아버지가 있을 뿐이지만  큰 사건이후 그 이유를 홀로 찾아내고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는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길을 떠나서 사람을 만나고 조금씩 드러나는 소년의 아픔이나 상실을 보면서 세상에서 잚어진 무게를 혼자 견뎌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다.

비에 아예 흠뻑 젖어버리면 더 이상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첨에 비를 보면 무조건 피하고 한방울이라도 튀는 걸 못견뎌하지만 이미 젖어버린 몸에서는 아무런 두려울 것이 없다.

언젠가 비는 그칠테고 사람들은 그런 것을 비라고 부르니까.

 

 

.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으니 그제사 내가 무지하게 거칠다고 투덜거렸던 문장들이 다가왔다,

소년이 아프다고 할 수 없었던 말들 외롭다고 할 수 없었던 말들 두렵다고 할 수 없던 말들이 거칠고 단순하고 덤덤한 문장속에 숨어있었다.

그랬구나...

 

나는 쿨하다... 란 표현이 참 싫어졌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요.. 난 아프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다가오지 마세요 날 건드리지 마세요 그냥 그만큼 거리에서 바라보기만 하세요.

나도 다가가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도피하는 말 같아서 싫었다.

상처가 싫어서 더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또 더 나아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고 여기고 말거라는  소심한 이기심까지 들어있는 말같아서..

차라리 뜨겁지 않더라도 뜨뜨미지건한 정도라도 온기를 가지는게 낫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냥 다가가고 거절당하고 상처받고 소독하고 주저않고 울고.. 그렇게 감정에 충실하고 촌스럽게 사는게 정말 사는게 아닐까.

소년의 삶이 쿨함에서 조금씩 온기를 가질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고  망설이지만 대꾸해주는 것부터가 그 시작일 것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기엔 벅찬 느낌이다.

하지만 한문장 한문장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망설이게 만드는 무언가는 있다. 누구하나 허투로 나온 사람이 없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지식하고 거칠지만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 참 좋다.

꽤 괜찮은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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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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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의 서평이나 책읽기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에 줄을 긋고 한 귀퉁이에 자신의 생각을 끄적이는 습관을 가진 이들이 많다.

늘 읽는 책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한 구절이라든가  작가의 중심생각이라든가 의미있는 어떤 문장.. 하다 못해 어딘가 인용하기 근사한 문장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난 서평이나 리뷰를 읽으면서 저자가 책에서 느낀 그 무엇보다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그 인용들이 더 놀라웠다.

나도 나름 책을 읽는다는 사람이고 생각했는데 난 영 밑줄과 친하지 않다.

아무리 좋았던 책이어도 몇번을 되풀이 해서 읽은 책에서도 난 밑줄을 긋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겨우겨우 억지로 이것이 저자의 생각이 아닐까 싶은 것 혹은 이게 그 순간 내 무언가를 건드렸따는 문장을 찾기는 하지만.. 그게 영 서툴렀고 뭔가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이번 소설은 정말 남은  페이지를 세기가 아까웠다.

다른 단편에 비해 많은 작품이 수록되었다 싶었지만 야금야금 아껴 읽었는데 어느새 작가후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열한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겪었던 일들 내가 들었던 일들 그동안 깊이 묻어두기만 했던 일들을 누군가에게 담담하게 전해준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가 행동하고 경험한 무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즈막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이야기들은 지극히 사소하고 사적인 것이지만 그 작은 이야기들은 묵직하게 마음에 자리를 만들어간다. 팸 이모의 젊은 날의 사랑이 그러하고 낡은 시계사의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그러하다. 큰 누나가 술을 마시며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이혼한 소설가 엄마가 들려주던 이야기와 내 기억속에서 아버지가 들려줬던 이야기. 모든 이야기들이 아주 사소하면서도 사소하지 않다.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좋아서 어딘가 나도 밑줄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연필을 들고도 어디에 줄을 그어야 하는지 몰랐다.

내가 깊이 느끼고 공감하고 울컥했던 건 어떤 문장 하나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난 그 문장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낸 이야기에 감동하고 행복하고 아팠던 거였다.

이야기 하나하나를 통째로  줄을 긋든가 아예 복기를 하지 않는 이상 어디에도 밑줄을 그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누구는 문장이 화려하고 누구는 구성이 좋고 누구는 이야기의 힘이 좋다고 한다. 난 아직 초보 독자라 그런 깊고 세밀한 독서법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문장과 어떤 구성이 모이더라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이야기가 더 좋다.

천일야화를 들려주던 세라자데도 그녀의 목소리가 좋았다거나 말을 잘했다거나 문장구성력이 좋아서 그렇게 오랫동안 죽지 않았던 것은 아닐것이다. 어눌하고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고 표현이 서툴더라도 그 이야기가 가지는 진정성과 힘이 그녀의 목숨이 오랫동안 이어지도록 한게 아니었을까

내게 소설 읽기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웃고 울고 한숨쉬고 가슴을 쾅쾅 두들기면서 분하고 안타까운 그 우엇이었다.

 

열한편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들려줬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말라고 그 순간의 서툴고 찌질했던 순간도 지금의 나를 성장시켰던 좋은 기억있었다고 아픈 가족사도  그게 최선의 진심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나의 진심이 타인에게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  오히려 그것이 누군가에게 부담이고 실패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아는 무언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내가 눈을 감고 모른 척 넘어간 그 순간 그 갈피가 깊은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작가를 통해서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그렇게 가만히 내게 왔고 스며들었고 아프고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너무 좋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다시 펼쳐 읽으면서 어디에도 밑줄을 칠 수가 없었다 도데체 어떻게 이 이야기들을 어느 한부분만 툭 잘라내서 밑줄을 그을 수 있단 말인지...

그게 나의 무능이라면 무능이고 단순함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작가는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 많은 이야기가 11개의 단편으로 나왔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어디선가 본.. 그리고 내가 경험하기도 했던 이야기들이 서로 섞이고 녹여지고 발효하고 부풀어서 또다른 의미를 가지고 그에게서 흘러나왔고 독자들은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다.

누군가가 나즈막하게 들려주는 별로 대단하지도 않고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을 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큰 의미가 없고 대단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내게  그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에게 지금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 이야기는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소중하다.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모두에게 의미있는 이야기도 많지 않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하거나..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는 소설이라거나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소일거리일뿐이고 누군가의 지어낸 별 쓰잘데 없는 소설이라는 것이.. 그 이야기라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공감이 되어주고 괜찮다 다 괜찮다고 내 어깨를 쓸어주는 눈물나는 손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멋진 캐시미어 코트도 훌륭하고  캐나다에서 넘어온  구스도 겨울나기에 멋지지만 그저 솜을 두둑히 넣은 깔깔이나 오래되어서 귀퉁이가 낡고 밤중에 파다닥 튀는 불꽃쇼마저 보여주는 낡은 나이론 담요만으로도 충분히 겨울을 날 수도 있다. 오히려 그 낡고 반들반들한 촉감이주는 눈물나는 위로가 있다.

이야기는  소설은 대단한 것이어서가 아니라  노벨상을 받을  위대한 걸작이어서도 아니라

그냥  누군가 무심히 던지는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소박한 공감이 있고 그리고 남에게는 말하기 부끄러운 하지만 나는  혼자 충분히 알 수 있는 위로가 있다.

다들 김연수 김연수 하지만 난 아직 그가 왜 좋은 소설가이니.. 과연 대단하긴 한지 모른다.

하지만 추운날 그의 책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한숨쉬고 웃고  눈가가 붉어지면서 때로는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냥 낡은 담요를 덮은 것처럼 포근하고 좋았다.

그건 그라서 좋았다기 보다 그가 들려준 그 이야기들의 소박함이 하지만 은밀하게 누군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무언가를 엿보는 기분이 주는  정전기의 불쫓처럼 짜릿하고 눈물나게 따뜻한 그것들이 좋았다.

그래서 한때 행복했고 책장을 넘기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책을 다 읽고  누군가의 서평을 보면서 나는 밑줄 그을 문장을 발견했다. 내가 책을 일으며 생각은 했지만 표현하지 못한 문장이 그제야 나왔다.

 

집 나갔던 아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에상처럼 그가 가진 것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방랑의 체험을 통해 또다시 성장하고 성숙하여 가장 심원하고 놀라운 섹는 바로집이고 고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소설이 결국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장 새로운 것은 바로 인물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이전에는 문학을 알거나 기어하지 못했던 고유명사를 하나의 인물을 이곳으로 데려와 소개하는 것이 작가의 새로운 일일 것이다. ....................................

편견어린 시선을 보았을 때 그저 그러 소년들 중 한 명에 불과할 존재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이 거느릴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새로운 지평을 마련한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 치통같은 개별적인 고통에만 절대적으로 함몰되면 결국 글쓰기는 유아론적인환상에 그치게 되다. 우리가 세계와 시대로부터 무언가를 빌리고 있으며 그 ㅍ채무의 대상에는 고통도 포함된다는 것을 푸른 색 볼펜과 초상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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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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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등이 하나둘 꺼진다. 하얗게 빛나던 홈 플레이트가 일요일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든다. 순간, 사내의 두개골 아래에 고인 어둠이 번쩍 밝아온다. 빛나던 홈 플레이트가 머릿속에 들어앉는다. 희미해진 파울라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머릿속에 펼쳐진 새하얀 길이 사내의 눈초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겨 놀란 표정을 만들어낸다. 사내는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아이가 들춘 야구의 진실에 부르르 몸을 떤다.

야구는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다.

하지만 집을 떠났던 모든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

내가 잘못해서도 안되지만 나혼자 잘한다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없다.

누군가가 함께 뛰어야 하고 함께 호흡을 맞춰지주 않으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길거나 아예 차단되어버린다.

야구는 그래서 어쩌면 아주 몹시..... 무서운 경기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가장 고생스러운 길은 어쩌면 집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김경욱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그가 어떤 소설을 써왔고 어떤 작품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지독했다.

한장한장 넘어가는게 두려워서 몇번을 중간에서 멈추었다.

다음장에 무엇이 나올지 두려웠다.

노란 토끼가 파란토끼가 될까봐 나도 두려웠고 그 앞에서 무능력하게 아무런 대처를 못하는 사내가 두려웠고  염소를 만날까 혹은 만나지 못할까도 두려웠다.

늘 야구에서 9회를 보지 못하는 사내에게 지독하게 공감하면서 한장한장 넘겨 마침내 마지막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 씬을 발견한다.

이것이 가능한가 아닌가가 문제는 아니다. 어짜피 소설속의 이야기이므로..

하지만 홈메트앞에  텐트를 놓아주고 잠자리를 마련한 아비는 세상 어떤 젊은 아비보다.. 칼슘을 풍부하게 주는 아비보다 따뜻하다. 아니 뜨겁다.

 

중간 아우의 이야기를 보면서 영화 "스카우트"가 생각났다,

거기서 주인공도 광주까지 선동렬을 스카우트 하러 내려갔다가 큰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홈으로 돌아오지만 떠날때의 그가 아니다.

선동렬도 얻지 못했고 첫사랑도 지키지 못했고.. 암튼 그랬다.

짧은 경험이지만 내가 본 어떤 그 시대 광주 영화보다도 더 강하게 왔었다.

그저 임창정이 나와서 싱겁게 웃기고 허풍떠는 걸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뒤통수 맞은 느낌

그냥 5월의 봄날 웃고 건들거리다 신문 귀퉁이의 기사를 보다가 나중에 모든 걸 알고 충격을 느꼈던 딱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도데체 아비와 아들은 왜 길을 떠나는지 .. 그 사내의 아비는 왜 죽어서도 눕질 못했는지 궁금해하면서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다 뒤통수를 맞았고... 하지만 마무리가 따뜻했다.

결국 이들은 집으로 돌아갈테니까..

 

내가 알던 아버지도 야구를 무지 좋아하다가 이제 그가 왔던 집으로 돌아갔나보다.

사내의 아버지와 라이벌이었던 거인을 좋아했던 우리 아버지가 새삼 또 떠오른다.

나랑 하등 상관없어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연고라는 낡은 인연으로 끈질기게 집착하던 모습이 그 승패에 하루의 심기가 결정되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땐 그게 따뜻한 장면이라는 걸 몰랐다.

사내도 어쩌면 호랑이의 경기에 희비가 엇갈리던 제 아비의 모습을 이젠 따뜻하게 기억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엉뚱하게 든다.

그리고 이제 9회를 맘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남에게는 무수히 해대면서 가족에게는 하지 못했던 미안하다는 말을 아들 입을 통해 처음으로 들은 사내라면 이제 야구를 끝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야구는 참 매력있는 경기다.

집으로 돌아가는 경기...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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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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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키득거리고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하나같이 이런 주인공들일까 싶어서 안쓰럽다가도 이제는 지친다 싶다.

일상에서 마주치면 왠지 피해가고 싶은 하지만 자꾸 뒷꼭지가 땡겨서 다시 돌아보게 될지도 모를 사람들... 나라고 저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조금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이 내내 등장한다.

이렇게 웃다가 슬퍼졌다.

다들 웃기기만 한게 아니다. 웃기려고 작정한것도 아닌데 왜 자꾸 웃음이 나게 되는 건지를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슬퍼졌다.

시봉이는 자해공갈단도 제대로 못하고 몸만 망가지거나 누군가에게 쪽파를 맞고 이젠 우유팩으로 맞을 순간이지만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게다가 국기계양대에서 흘리는 눈물이라니..

국기를 뜯어내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국기계양기를 애인처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릴 그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 없다.

게다가 수영씨는 또 어떤가. 시멘트로 발라버린 교보문고를 뚫기위해 곡괭이와 한몸이 되고 곡괭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설가라니....   폴 오스터가 그랬던가 작가는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작가로 태어나는 거라고.. 작가로 선택되는 거라는 말이  엉뚱하게 떠올랐다.

작가가 된다는 것 그 중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온 몸을 쓰고 힘을 쓰고 노동에 가까운 것일게다. 어떤 희안한 작가처럼 내 땀이 피눈물이 스며든 원고를 힘겹게 채워가는 사람이 소설가인걸까? 세상의 어떤 이야기도 만만하게 볼 수많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떤 글이건 이야기건 숭고하고  아름답고 의미있다.

쉽게 읽고 버려지고 잊혀지더라도 이야기는  위대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웃음기가 적은 "할머니 힘내세요" 가 좋았다.

이야기가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원을 드러내고 풀어내 주는 것 그 과정이 위로가 되고 카타르시스가 되는 것

하나의 원혼을 달래주는 굿처럼  조금은 극단적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달래주는 것 그것이 이야기의 또다른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오래동안 질기게 매달린 이야기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힘이 쎄다. 그 이야기에 매달린 염뭔이 너무 크고 한이 크다는 건 어떤 화려한 문장으로도 당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걸 진정성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

한바탕 살풀이처럼 혹은 진혼굿처럼 풀어낸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의 작가의 유머아닌 유머까지도... 그럼 그렇지 ..

 

어쩌면 읽고 난 후 이 작가 골때리네... 웃기는 양반이야.. 하고 그저 그런 껄렁껄렁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을 만큼 톡톡 튀고 어이없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한심하다는 듯 건성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묘하게 빠지게 되고 중독되고 그가 몹시 궁금해진다. 도데체 어떤 사람이지?

박경리를 외할머니라 뻥 친 인물같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맷집만 좋아서 우연으로 줄줄이 당하는 찌질한 소년같을 거라고 여기다가도 글에대한 진지한 성찰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숨에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책장을 뒤적이게 하는 것도 작가의 힘이 아닐까..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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