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ㅐㅇ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 주었다. 이모의 가르침대로 하나면 나는 김장우의 손을 잡아야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모의 죽음이 나로 하여금 김장우의 손을 놓아버리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췄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다.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다.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이모가 그토록이나 못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의 어떤 교휸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스물여섯의 안진진은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고 온 힘을 다해 생애를 걸며  살아야 한다고 부르짖던 그날로 부터  일년을 살았다.

그 동안 안진진이라는 인물과 주변인의 이야기가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엄마와 쌍둥이로 태어나 좀처럼 구분이 되지 않던 이모 그 둘은 결혼을 시작으로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엄마의 딸로 엄마의 삶을 바라보고 이모의 삶을 바라보면서 안진진은 안정되지만 재미없고 계획대로 되어가는 삶과 절대 지리멸렬함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늘 무언가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계획한다.

내 마음이 떨리는 것. 내 마음이 편안하고 솔직해지는 것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하면서 모순되고 복잡한 삶을 받아들인다.

 

이미 나는 가슴 떨리는 연애의 유효기간도 알고 속물적이지만 안정적인 삶이 주는 기쁨도 알 고 있다. 파란만장하고 지리멸렬해지지 않은 풍파가 어떤지도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믿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나의 그때와 다르지 않은 안진진의 고민들을 조금은 멀찍이서 구경하면서 결국 그녀의 선택이 완전한 해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점수는 받을 만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삶을 제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늘 계획하고 수정하고 돌아보면서 반듯하게 살면서 행복하고 풍요하게 사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삶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늘 나의 예상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면 모둔 답을 다 아는 줄 알았다. 어른들은 정답지를 가지고 있어서 절대 틀리지 않고 바른 쪽으로만 간다고 믿었다. 무엇이 바른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물론 어른은 아이보다 어느정도 답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제각각 가진 답들이 다 다르다는 거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삶만큼 많은 정답이 있다는 것

그의 정답이 나의 것이 될 수 없고 나의 정답이 그의 것이 될 수도 없다는게 문제다.

 

지지리 궁상맞고 피하고 싶은 내 삶도 내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면서 당당하게 허리위에 손을 얹고 세상을 향해 소리칠 수 있는 뻔뻔함도 필요하다.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바꿀 수 없다면 안고 가야할 내 몫이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 남들이 보는 내모습 바꾸고 싶은 내모습 모두가 나다,

그래서 삶은 모순이고 정답이 없지만 나는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당당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안진진.. 그녀의 선택이 후회로 변할 수도 있다.

이모의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투정이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응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남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이상 입바른 소리는 사절이다.

그에게는 그의 삶이 있고 내게는 나의 삶이 있다.

나는 내 삶을 살아갈 뿐이다.

타인의 삶은 참고는 될지 몰라도 그걸 흉내낼 수도 없고 따라 갈 수 도 없다. 설령 따라간다더라도 똑같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사람이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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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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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이라는 말을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본 총칭으로 사용했다. "한국미술"이라는 호칭을 일부러 쓰지 않은 이유는 한국이라는 용어가 제시하는 범위가 민족 전체를 나타내기에는 협소하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중략)

'조선'이라는 용어를 고른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말이 학대를 받아온 호칭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던 나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민족의 호칭은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는 차별의 멍에를 지게 되었고 민족 분안과정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짐을 떠안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때 긴장과 불안 때로는 공포마저 느껴왔는데 이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정직한 반영이다. 나는 억울함을 당한 이 호칭을 그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학대에서 더욱 구출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대의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안된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의 좁은 사고방식으로 조선시대.. 즉 이씨 조선 시대의 미술인가보다 했다

그러나 목차에 적히 작가들은 신윤복을 제외하고 생소했고 휘리릭 넘기며 눈에 들어온 그림들은 내가 상상했던 그림은 아니었다.

저자는 넓은 의미의 조선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국 혹은 우리. 라는 단어가 주는 울타리 밖에 배제된  모양새가 아니라 조선.이라는 말 이외에는 뭉뚱거릴 수 없는 모두를 담고 싶은 바람이 조선 이라는 말을 어렵게 가져왔다.

그리고 책은 계속 된다.

 

......내가 지키려 했던 원칙은 작가 본인과 시간을  들여 대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내 관심이 작품 그 자체는 물론이고 항상 미술가라는 인간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이 미술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작가를 향한 책이라고 했다.

미술작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한 사람을 들여다 보고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시대 배경을 들여다 보고 그 사람의 생각 마음 감정을 들여다 보고자 했다.

저자는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가들을 선택했고 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가족'  그리고 그 정체성에 대해 많은 것을 물었고 또 물었다.

 

1. 긍지 높은 촌놈.... 신경호

그의 이름은 낯설었고 작품도 처음 보는 것이지만 어딘가 낯익은 구석이 있었다.

본 적이 있지는 않은데 어디선가 익숙하고 기억에 남았있다는 느낌이 드는...

읽은지 오래되지 않은 한강의 소년들 이야기가 오버랩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고향이 광주이고 그때 그 곳에 있었다는 공통점때문일 것이다.

미안함, 우리는 그 당신 그 곳에 있던 당사자가 아니어서 증언할 수 없다는 결국 살아남아버렸다는 죄책감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무감을 그에게서 읽는다.

'외로이'인가 '함께'인가

그는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는 리얼리즘을 그리지만 그가 그리는 현실은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삶의 방향점,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 고민의 끝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삶에 대한 확신성과 뱡향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어딘가 낯설면서 동시에 많이 익숙하다.

그래서 새롭다.

 

2. 완고한 맏아들... 정연두.

 

마흔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신세대 작가라고 불린다,.

젊은 작가이다.

그는 복종도 거부도 하지 않는다. 부딪치고 또 동시에 함께 살아가면서도 제 길을 알아서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한국적이라는 것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것으로 그만이 아니냐고 우리에게 말한다,

 

3. 우아한 미친년..........윤석남

 

새로운 개념의 페미니즘을 보여준다.

여성의 연대성을 이야기힌다.

통념을 거부함녀서 얻게 되는 자유와 쾌락 에 대햐여..

전체적이고 전인류적인 구원을 이야기하고 보살핌의 능력을 가진 여성의 힘을 이야기한다.

소외받은 사람에 대한 관삼 그들에 대한 애정과 공감 그것이 강하고 조용한 힘이 된다.

그림은 그녀를 구원했고 이제 그녀는 세상을 위로한다.

여성이어서일까

가장 관심이 가는 작가였다.

 

4.분열이라는 콘텍스트...........이쾌대

 

어쩌면 저자가 가장  흥을 내며 써내려간 작가가 아닐까 싶다.

가장 잘 알고 있고 들려줄 것이 많은 일본 미술사의 이야기를 열심히 풀어내면서 그 속에서 작가 이쾌대를 소개한다. 아는 이야기 생각을 많이 한 이야기인 만큼 몰입도가 있다.

이쾌대의 분열성은 역사의 결과물이라는 걸까

식민지. 분단. 전쟁으로 이어진 한국사에서 이쾌대의 완성되지 않은 작품관은 우리의 역사와 시대상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소속감이 없는 주변인으로서의 삶이 주는 불안함과 여유없음을 이쾌대라는 작가를 통해 저자도 공감하고 있는게 아닐까

작가 자신의 분열성을 이쾌대를 통해 설명하고 변명하며 드러낸다.

이 작가를 알아가면서 나는 조금씩 이 책의 저자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5. 성별조차 초월한 이단아..............신윤복

 

신윤복을 만나는 대신 그를 소재로 소설을 쓴 이정명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신윤복의 작품을 통해 어쩌면 그가 여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순간적인 의문으로 시작한 소설과 그 소설을 보고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시대 화원이라는 신분으로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음탕하기까지 한 그림을 그려낸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작품 속 여성들이 너무나 당당하고 위축되지 않음은 정말 작가가 같은 여성이어서 가능한 것이었을까

신윤복의 젠더가 어떠하던 상관없이 그는 어쩔 수 없는 그 시대의 이방인이고 주변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그림들이 아름답다는 걸 세삼 느낀다.

 

6. 이름이 많은 아이.......... 미희

 

생소한 작가였다.

벨기에로 입양되었고 한국에서 살다가 캐나다로 갔다가 거기서도 영주권을 얻지 못하고 아직도 떠돌고 있는 노마드 ... 작가

그의 엄마는 한국인이고 아빠는 일본인.. 그리고 국적은 아마 벨기에가 아닐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우리.. 조선 이라는 테두리안에 넣을까 하는 문제마저도 몹시 고민하게 만드는 존재

이 작가를 알아가면서 저자의 생각이 조금씩 잡혀간다.

그가 무 얼 말하고 싶었을까..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저자는 여러 작가들을 만나면서 '가족'을 묻고 '소속감'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한다.

한국이라는 곳에 대해 더 크게 우리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코리아 디아스포라라는 의미라면 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최근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저는 단지 외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디아스포라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이스포라가 된 배경에는 어떤 식으로든 강제성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경제건 전쟁이건 혹은 입양제도이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억지로 갈라지고 헤어진 경험이 바로 디아스포라의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디아스포라 예술은 꼭 태어난 곳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디아스포라 예술도 가능합니다.

...................

그건 죽음으로 끝나겠죠. 최종적으로 죽음에 의해 끝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도 저는 한탄스러운 이야기만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예요. 수없이 많은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나이를 먹어갈 수록 독립적인 존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p 325   미희의 인텨뷰중..

 

작가 미희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지만 어쩌면 저자도 같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는 삶들

그것이 구체적 사실이건 사상적인 뷰유건 상관없이 이 곳에서 이곳의 정통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없는 , 혹은 하기 힘든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미술이라는 커다란 거울을 통해서 그는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선택한 작가들 역시 미안해하고 외로워하면서도 단단하게 살아가는 힘을 가진 작가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저자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책을 덮으며

 

저자는 계속 자기는 미술에 대해 특히 한국 '조선'의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공감하고 이해햐려고 서툴지만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유명한 전문가에게 홀리듯 듣는 미술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서툰 이방인. 관람자가 수줍게 들려주고 또 어는 부분에서는 막혀서 우물거리고 한참을 정적속에 잠기게 하는 대화도 좋았다. 모르는 사람끼리 머리르 맞대로 그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해야할까..막막해하면서 동시에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알것 같은  이름붙이기 묘한 감정을 나누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아끼는 작가들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이야기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을 내보이는 이야기가 좋았다.

단지'미술'만이 아닌 '미술'을 통해 '나' '사회' '국가' 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나 역시 짧은 미술지식과 처음 만나는 작가들 앞에서 그저 꾸역꾸역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알 수 없이 중얼거린 말이 '다행이다' 다행이야' 였다.

뭐가 다행이란 말인지..

이런 작가들을 알게 되어 다행이고 이들 작가를 서경석을 통해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조금은 감상적인 기분도  들었다.

 

글을 써서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책에서 '미술' 보다는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을 '글'로 소개하는 따뜻하고 뭉클한 방법을 배웠다.

사랑하고 관심을 가진다는 것. 그 대상을 깊고 오래 들여다 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배웠다.

 

17~8세기 조선의 미술이 나오는 책인줄 오해하고 펼친 책에서 나는 나와 멀지 않은 작가들을 차례로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사람의 따뜻한 시선을 함께 들었다.

짧은 지식이라 무어라 근사한 해석은 할 수 없지만 이 책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깊고 따뜻한 시선만큼은 대단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내가 몰랐던 꽤 괜찮은 사람에게 그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차례 차례 소개받은 그런 벅찬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의외로 꽤 괜찮다.. 이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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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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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생각해 봤습니다.

민주주의라든가 저항. 정의 투사. 시위. 희생자와 가해자. 인간본성의 사악함과 선함

국가란 무엇인가 사회는 어떻게 나아가야하는가

인간은 무엇인가...

기타 등등

관념적이고 이론적이며 모든 것을  뿌옇게만 보여주는 저 어휘들이.,갖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그런 모든 의미와 정의들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

모든 것을 전해듣고  한단계 걸러서 보고 알게된 사람들

그럼에도 선량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왠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날 그 자리에 있어서 그 것 만으로도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말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냥 책 장을 덮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에도 썼었는데 광주의 일은 내게 이야기로 왔습니다.

대학시절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5월 축제에 걸렸던 광주의 사진들이었고 설명이었습니다.

그건 적나라한 사실이었고 진실이었지만 그냥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안다는 것만으로 넘어가버리는 것

알고 있으니까 마주 하고 싶지 않은 일로 그렇게 넘겨졌습니다.

모래시계를 방영하고  노골적인 영화 화려한 휴가를 상영할 때도 모른 척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영화 '스카우트'를 보았습니다,

거기엔 날 것인 채 익숙한 폭력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누구에게 하는지 전혀 모른 채 시키는대로 누군가를 몽둥이로 때리는 임창정을 보면서 그리고 광주에서 첫사랑을 만나 설레는 임창정을 보면서 처음 '그 곳'이 궁금해졌습니다,

이젠 무디어져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속 광주 이야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원치 않게 휩쓸리고 기다리고 긴장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사람들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뭉뚱거려 말하는 사태니 운동이니 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사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동화책 "오월의 달리기'를 읽었습니다

책을 읽지 않은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몇번을 목이 메어 읽어 내리질 못했습니다.

그저 대표로 뽑혀서 달리는 것만 할 줄 알았던 그 소년들이 본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웠습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왜 그래야만 하는 지도 모른 채 여관에 숨죽여 있어야 하고 폭력을 목격하는 아이들이 눈물 났습니다.

그 때 그곳에는 내 아이 또래의  아이들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영웅도 아니고 시민군도 아니고 투사도 아닙니다. 더우기 빨갱이거나 폭도도 더더구나 아니었지요.. 그런데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이야기의 힘이 이런거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하나 사람을 보여주는 것

그게 내게 오는 울림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계속 다음장을 넘기고 싶은데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한 장이 끝나면 오래오래 쉬어야했지만 그래도 책을 놓기는 싫었습니다.

동호 . 정대 .은숙 선주 정미...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고 가족이 있고 살아온 이야기가 있고 기쁨과 슬픔 분노와 웃음이 있었습니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그들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살아남아서 죄스럽고 그 과정이 수치스럽습니다.

 

눈이 더 나빠져 가까운 것도 흐릿하게 보이면 좋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흐릿하게 보이지 않는다. 무명천을 걷기전에 너는 눈을 감지 않는다. 피가 비칠 때까지 입술 안쪽을 악물며 천을 걷는다. 걷은 다음에도 천천히 다시 덮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다. 달아났을 거다.라고 이를 악물며 너는 생각한다. 그때 쓰러진 게 정대가 아니라 이 여자였다 해도 너는 달아낫을 거다. 형들이었다 해도 아버지였다 해도 엄마였다 해도 달아났을 거다.

체머리 떠는 노인의 얼굴을 너는 돌아본다. 손녀 따님인가요 묻지 않고 참을성있게 그의 말을 기다린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쩍거리는 노인의 두눈을 너는 마주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어린새- 45

 

정대를 모른 척 한 것. 다시 다가가지 않은 것 혼자 겁에 질려 달아난 것

그것은 동호의 죄책감이고 수치였다

겨우 열다섯 소년이 총앞에서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연신 옆에서 피흘리며 쓰러지고 두들겨맞아 침을 흘리고 있는데 그 소년은 무얼 할 수 있었을까

그 소년이 달아나는 걸 손가락질하고 욕할 사람은 없는데 동호는 자꾸 부끄럽고 죄스럽다.

누가 소년에게 그런 짐을 지웠는가...

 

키가 자라고 싶었지

팔굽혀펴기를 마흔번 연달아 하고 싶었지

언젠가 여자를 안아보고 싶었지 나에게 처음으로 허락될 여자

얼굴을 모르는 그 여자의 심장 언저리에 떨리는 손을 얹고 싶었지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의 악몽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검은 숨-57 58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거칠게 꿰매어진 문장들 문단째로 검게 지워진 자리들 우연히 형상을 드러낸 단어들을 그녀는 생각한다. 당신을. 나는. 그것은. 아마도. 바로. 우리들의. 모든 것이. 당신은. 어째서/ 바라봅니다. 당신의 눈은. 가까이에서 멀리에서. 그것은. 또릿이. 지금. 좀더 희미하게. 왜 당신은. 기억했습니까. 숯이 된 문장들과 문장들 사이에서 그녀는 숨을 몰아쉰다. 어떻게 분수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칼을 찬 장수의 검은 동상을 등지고 멈추지 않고 그녀는 걷는다. 목도리를 눈 밑까지 올리고는 숨을 쉴 수 없어 시큰거리는 붉은 광대를 드러낸 채 걷는다.

 

                                                                          79-80 

 

 

네가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꼿들 속에 눈속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꽃은 양초불꽃이..            

                                            -일곱개의 뺨- 102-103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것 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가속에서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움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쇠와 피-  134-135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그와 같은 인간이 내가 무엇을 대답해 줄 수 있고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어색하고 옹졸한 침묵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너무나 무겁게 어깨를 눌렀습니다. 그저 헛되고 잡을 수 없는 막연한 무언가 이외 살아있고 숨쉬고 위로가 되는 생생한 언어를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오래전 동호와 은숙이 조그만 소리로 나누던 대화를 당신은 기억한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물었다. 은숙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그 여름으로 부터 이십여년이 흘렀다. 씨를 말려야 할 빨갱이 연놈들 그들이 욕설을 뱉으며 당신의 몸에 물을 끼얹던 순간을 등지고 여기까지 왔다. 그 여름 이전으로 돌아가라 길은 끊어졌다. 학실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 밤의 눈동자 -      173 

 

 

그저 겨울이 지나간게 봄이 오드마는. 봄이 오면 늘 그랬드키 나는 다시 미치고 여름이먼 지쳐서 시름시름 앓다가 가을에 겨우 숨을 쉬었다이. 그러다 겨울에는 삭신이 얼었다이.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 다시 와도 땀이 안나도록 뼛속까지 심장까지 차가워졌다이.

                                                                    

                                       꽃핀 저쪽으로 - 190

 

나무그늘이 햇빛을 가리는 것을 너는 싫어했제 조그만것이 힘도 시고 고집도 시어서 함껏 내 손목을 밝은 쪽으로 끌었제 숱이 적은 가늘디가는 머리카락 속까장 땀이 나서 반짝반짝함스로 아픈 것맨이로 쌕쌕 숨을 모아쉽스로 엄마 저쪽으로 가아 엄마 저쪽을 가아 기왕이면 햇빛있는 데로 못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걸아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깜깜한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핀 쪽으로........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허락이요 물론 허락합니다. 대신 잘 써주셔야 합니다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눈덮힌 램프  211

 

책을 읽으며 너무 목이 꺼억거리셔 몇번을 덮었습니다.

다 읽고 왜 내가 울음이 터지려고 했는지 생각했습니다,

이야기가 슬퍼서? 너무 마음 아파서? 소년이 애처롭고 사람들이 한없이 가엾어서?

아니었습니다.

내 울음은 수치심과 죄책감이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너무 미안해서..

여기 이시간 아무렇지도 않게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고 선물 꾸러미를 생각하고 내일 먹을 저녁찬거리를 생각하고 춥다고 느끼고 보일러를 올랄까 말까하는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울었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광주를 알고 있고 용산을 알고 있고 가까이는 세월호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분노했고 슬퍼했고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건 하나도 없었고 한 일도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저 알고 있다고 믿은게 전부였습니다.

그건 내 손톱끝만큼도 되지 않았는데 그게 전부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뭉뚱거려진 시람들 시민들 하생들 세입자들

나는 그렇게 신문에 씌여진 전체로 사건을 보았고 알았습니다.

그 안에 동호 정대 은숙 선주 진수가 있다는 것

살아 숨쉬고 우리처럼 웃고 화내고 무섭고 겁이나서 도망가고 싶은 그러나 남을 수 밖에 없던 한조각 양심만을 믿고 살았던 사람이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역사책을 읽고 공부할 때 우리는 사건을 읽고 외웁니다.

연도를 외우고 사건의 시작과 중간 끝을 읽고 그 의미를 읽어보고 우리는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건 하나하나를 이루는 한명한명 사람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선택하고 눈을 감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역사가 될거라는 걸 몰랐습니다. 어떻게 기록될지 어떻게 기억될지를 인식하지 않고 무작정 살고 있는 중입니다.

나 하나쯤 몰라도. 지금은 그냥 지나쳐도.. 난 지금 바쁘니까.. 너무 아프고 힘드니까

그렇게 지나친 우리의 현재. 그리고 기록될 역사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고  마음이 먹먹하고 그리고 잊혀졌습니다.

우리가 스치는 많은 일들 속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야했더군요.

사건의 발단과 전개와 결말 그 의의가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사람들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모욕받지도 말아야 합니다. 뭉뚱거려서 존재해서도 안됩니다.

아직도 많이 아프고 정면으로 마주하기 힘든 이유는 그것이 여전히 진행형이라서... 라는 걸

책장을 덮으면서 알았습니다.

그래서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울었습니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사람만 가지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감정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뻔뻔하고 무미건조한  감정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아프다는 걸 느끼고 미안함을 느끼고 반성하고 생각하면서 사람은 진화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인간적이고 스스로를 존엄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 죄책감과 수치심이 스스로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강요될때 사람은 한없이 비참해져버립니다.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강요되어 나자신은 한없이 초라하고 의미없고  살과 피와 고름과 똥과 욕구만 가진 존재라는 걸 알아버려서 나오는 수치심은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모든 감정은 스스로 느낄 때 그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누군가에게 강요당한 감정 .. 그건 더 이상 폭력입니다.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하고 아름답고 존귀하게 여기지 못하게하는 감정의 조작이 무섭다는 걸 책에서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고문과  폭력 폭언이 사람을 얼마나 망가지게 하는지 사람을 무너져내리게 하고 삶을 놓아버리게 한다는 걸 ... 다시 생각합니다.

 

'너'라는 이인칭 시점이 그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존중해주는구나를 알았습니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해보였는데 이 작품에서 '너'와 '당신' 은 그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만드네요..

 

이 책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 하나하나가 바로 거대한 사건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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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붕대 클럽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판매완료


......직감으로 그렇게 느꼈을 때처럼 나는 붕대를 감으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까닭은 상처가 나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여기서 상처를 받았다'라고 인식하게 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건 상처야'라고 인정해주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름이 생긴거야. 시오, 우울했던 일 납득이 안 갔던 일 못 참을 일이라며 마음에 쌓아두었던 일들. 그 감정에 붕대를 감았더니 이름이 붙은 거야 '상처'라고 말야 상처받으면 아프고 누구나 침울해지는 게 당연해 하지만 그래봤자 상처일 뿐이니까 치료하면 언젠가는 분명히 낫는 거잖아"   p 74

 

 

 

"난 그냥 알고 싶을 뿐이야, 다른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어떻게 느낄까. 그저 그것뿐이야. 근데 그냥 그런다니까 자꾸 혼을 내더라구, 아무것도 못 해. 힘들어하는 사람한테 난 아무것도 못 해주지. 하지만 알고 싶어. 흙탕물을 실제로 마셔보면 배탈이 나서 아. 이렇게 힘들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잖아. 마시기 전에 모르냐. 상상력이 없냐고들 하는데 그런 차원이 아니란 말이야. 나를 짧은 순간이나마 어떤 사람의 입장과 비슷한 위치에 둬보고 싶어 그 후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이해하기 전에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어. 알아서 뭐 할거냔 질문들을 자주 하는데 그건 안다는 행위까지 방해받는 느낌이 들어"   p 117

 

 

그 무렵 성적이 떨어지는 바람에 담임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망설이다가 집안에 일이 좀 생겨서요 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선ㅅ애님은 미세하지만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은 묻지도 않고 그렇구나 기운내라 라며 다른 서류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뭔가 해주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알아주기를 바랐을 뿐인데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노라고 만약 알아주었더라면 나는 가슴 한구석으로 도움을 받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한다는 이야기는 뉴스나 다른 매체를 통해 항상 접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어쩔 도리가 없으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려고 해왔다

알기만 해도 충분했는지도 모르겠다...... 알아둔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힘든 일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을 당했다면 게다가 도와 줄 수 없다고 외면까지 당한다면 나는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셰계의 어느 한 곳의 누군가는 알아준다 나의 아픔 나의 상처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적어도 내일을 살아 갈 수 있을 만큼 힘이 솟아나지 않을까.... 교만일지 몰라도 그렇게 느꼈다.

                                      p 119

 

 

 

"다들 겪는 일이라고 한데 묶어버리는 건 상대방의 마음에 신경써주기가 귀찮거나 내키지 않는다는 정신적 태만에서 온다고 봐"

디노의 말은 부아가 치밀긴 해도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몇 번이나 그렇게 다른 아이의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치부했을까.... 나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고 어짜피 남이 알아줄 리 가 없어 라고 몇 번이나 그렇게 생각했던가..         P 128 

 

 

 

쿵 가슴을 치는 말이었다,

누구나 겪는 일이야. 대수롭지 않을 일로 혼자 호들갑 떨지마라

그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고 또 입으로 내뱉지는 않아도 대부분 타인의 고통을 대하며 떠로는 말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판단하고 가볍게 여기는 것

그건 또다른 상처가 된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지 말것 아프다고 엄살부리지 말것 담담하게 대할것

사소한 일은 툭툭 털어버리고 지나갈 것

그렇게 나 자신을 꽁꽁 묶어버렸고 타인을 보는 내 시선의 기준을 만들었다.

그래서 냉정하고  무심하고 소위 말하는 쿨한 인간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돌아보지 못한 내 속의 상처들은 여전히 아물지 못한 채 봉합만 되어있고 타인에게는 어떤 위로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묘하게 재수가 없어"

"남한테는 관심도 없잖아"

 

최근 아이가 울면서 내뱉은 말들이었다.

쿵 하고 쳤지만 아무말도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나를 보고 알고 있었다.

남에게 관심두고 싶지 않다, 나한테도 관심을 꺼줬으면 좋겠어

옳은 말만 따박따박 할 줄 알았지 마음을 헤아리는 건 늘 샐프라고만 생각했다.

자기상처는 자기가 치유할것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구획을 그으며 살았던 거 같다.,

그러면서도 모순되게도 늘 누군가의 지지와 관심을 원했던 게 아니었을까

차라리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그냥 덮어버리고 살겠다고 언제부터 생각했을까

상담공부를 하면서 들여다 본 나의 내면은 꼭꼭 문을 닫은 후 그 위에 야무지게 못질까지 해서 어떤 감정도 서투르게 불쑥 드러나지 않게 막아둔 것이었다.

상처도 아프다고 할 줄 몰랐고 그게 상처인지 몰랐다,

내가 그런 건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타인의 상처에도 무감하고 무심하며 냉정하다는 거였다,

그게 나와 상관없는 타인이면 괜찮은데 내 아이일 경우는 심각했다,

그런 건 상처가 아니야. 징징 짜지 말랬지

너만 아픈게 아니야. 다들 마찬가진데 왜 별나게 구니?

아이들도 점점 무감해졌다.

나는 그게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울 수 있고 화 낼 수 있고 아프다고 엄살부릴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나는 몰랐다,

그건 내 삶에서 금기되었던 것이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또는 어떤 상황에서 불쑥 불쑥 울음이 터지려고할 때 누군가 엄격하고 무심하게 소리쳤다.

우는 거 아니야. 울지마..

그건 언제나 적절하게 들렸고 울음은 고통은 쑥 들어가서 나는 꼭 내 육체에서 빠져나온 영혼처럼 그 상황을 저 위에서 객관적으로 보면서 무심해져갔다,

난 그게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의연한 거라고만 믿었다,

그렇게 자잘한 생채기들은 무심히 방치되었고 나는 점점 딱딱한 어른이 되었고 주위에 그걸 요구했다,

아프다고 할 수 있는 것

그게 진정한 성숙이고  정직이고 용기임을 이 책이 알려주었다

어렴풋이 내가 틀렸구나 하고 느낀 지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

 

상처에 붕대를 감듯이 내가 상처받았던 그 장소에 붕대를 감는다..

유치하고 어이없는 발상이지만 그렇게 상처를 드러내고 정면으로 보면서 나는 나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상처받은 다른 사람을 공감해준다.

단순하고 유치한 그 행동이 위로가 된다는 게  놀랍고 따뜻했다.

 

붕대클럽의 멤버들은 자기도 모르는 많은 상처들을 붕대감기라는 행위를 통해 알게 된다,

내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들이 상처가 되었고 내가 화가 나고 슬프고 무섭고 마주하기 싫었던 일들과 장소들이 나의 상처였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꺠닫는다

세상에는 하찮은 상처는 없다.

누구의 상처든 다 귀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내가 하찮은 일때문이 끙끙대고 아팠듯이  상대도 무의미한 무언가로 아프고 힘들것이다,

그 상처를 함께 만져주고 인식하고 마주하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회복이 시작되는 거라는 것

어린 친구들이 사랑스럽고 멋지다.

 

 

늘 침침하고 우울하면서 아픈 단면을 눈앞에 내보이는 작가가 내놓은 가볍지만 따뜻한 이야기

무심코 흘리고 넘어갔던 곳에서 뜻밖의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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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벤트]


 1. 모집 기간: 12월 16일(화) ~ 22일(월)

당첨자 발표 : 12월 23일(화)

서평단에 선정되신 분은 12월 28일(일)까지 개인정보를 비밀 댓글로 적어주세요!

12월 28일(일)까지 확인이 되지 않으면 선정이 자동 취소됩니다.

서평 기간 : 12월 29일(월)~1월 9일(금)


2. 인원: 10명 (최종 응모자 수에 따라, 추첨 인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참여 방법


- 응모 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 방법 : 서평 기간 동안 알라딘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 후, 

<녹스머신> 서평단 발표 포스팅에 알라딘 개인 블로그와 그 외 블로그, 외부 채널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완료됩니다.




“본격 미스터리와 본격 SF, 두 장르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의 탄생!” 

                  - 오모리 노조미(평론가, SF번역가)


시간여행과 같은 장르 장치에 그럴싸하게 들리는 현대물리학 지식을 총동원해 얹었다고 해서 《녹스머신》에 실린 단편들의 SF적 속성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네 편의 현란한 모험담이, 퍼즐 추리소설에 대한 연구와 예찬이 극한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SF의 지평선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막힌 예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듀나(영화평론가, SF작가)


첫 장을 펴면서 가졌던 호기심이 작품 내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오히려 마지막 장이 아쉬워졌다.향만 피워도 가능해졌던 유치한(?) 시간여행이 진지하게 자기자리를 찾았고, 지끈지끈한 양자역학 문제 역시 기발한 미스터리로 변신했다. 내게는 최고의 미스터리인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을 작품 안에서 되살려준 작가에게 감사를!                                       

- 김상연(과학동아 편집장)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 등 화려한 수상에 빛나는,

  논리와 기발한 생각의 원더랜드!

 

《녹스머신》은 2013년 3월 일본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을 뜨겁게 달군 그야말로 ‘핫한’ 소설이다. 많은 작품을 쓰지 않는 저자 노리즈키 린타로는, 신작을 펴내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본격 미스터리 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등 미스터리 분야의 1~2위 상을 석권하는 거장 중 거장이다. 그 점에서는 《녹스머신》 역시 마찬가지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에 올랐으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절대적인 독자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착상의 기발함과 신선함, 논리적이고도 과학적인 추리, 허를 찌르는 반전 등 미스터리 소설이 가져야 할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매번 독자들은 ‘이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스토리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짜릿한 미스터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할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녹스 머신》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논리력, 추리력으로 무장한 SF 미스터리이다. 각 작품은 연작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녹스 머신〉과 〈논리증발 - 녹스 머신 2〉는 발표 직후 SF 미스터리의 역사를 새롭게 쓸 위대한 소설로 찬사 받은 바 있으며, 〈바벨의 감옥〉은 천재적인 작가의 상상력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 공전의 히트 탈옥소설이다. 〈들러리클럽의 음모〉는 불멸의 고전 추리물에서 주인공인 셜록 홈스와 에르큘 포와로의 조수로 등장하는 왓슨 박사, 헤이스팅스 대위 등 이른바 ‘들러리’들이 모여 추리소설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서로 합종연횡하며 미스터리의 최고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와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스토리로 신선함을 더해 준다. 

소설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퍼즐 조각이 펼쳐지고 작가가 걸어오는 두뇌싸움에 휘말린다. 각각의 작품들은 완벽하게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절묘하게 연결돼 있다. 촘촘한 논리의 구조 속을 헤치고 나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다시 첫 번째 소설의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 복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

                              ― 로널드 A. 녹스(Ronald A. Knox)


대표작품이자 표제작인 <녹스머신>은 이 문구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가톨릭신부이자 추리소설가였던 로널드 녹스가 쓴, 추리소설의 원칙인 〈녹스의 십계〉중 한 항목이다. 녹스는 모두 열 개의 탐정소설 규칙을 정리했는데, 그중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독특한 항목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제5항 “중국인을 탐정소설에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이다.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네 편의 소설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촘촘한 논리의 그물망을 치기 시작한다. 시간여행과 양자역학 그리고 미래사회에서의 소설읽기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상상력을 풀어나간다.


2058년 4월의 어느 날, 유안 친루 박사는 국가과학기술국으로부터 소환장을 받는다. 영국작가 로널드 녹스가 1928년에 발표한 〈녹스의 십계〉를 주제로 쓴 그의 논문에 양방향 시간여행의 난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실마리가 있다는 것. 유안은 녹스가 이 책을 집필하던 130년 전으로 돌아가 양방향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돌아오라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편집자 코멘트> 

200여 쪽의 짧은 소설집이지만 각각의 작품들은 서로 놀라운 반전을 거듭하면서 종에서 횡으로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리라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여름 휴가지보다는 잠이 오지 않는 깊은 겨울밤의 독서를 추천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당신도 역시 일본 아마존에 남겨진 것처럼 “굉장한 소설이다. 이 한마디밖에는!”이라는 멘트를 내뱉게 될 것이다. 아, 밝혀둘 것이라면, 다음날 충혈된 눈은 보상할 수 없다. 또 이 작품 속에 언급되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하게 되는 것도.



▌책 속으로


불겅그레받이가 일곱 색깔 무지개로 빛나는가 싶더니 난로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고, 거기서 끝없는 심연의 검은 구멍이 열렸다. 그 구멍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얼굴 전체를 덮은 희한한 모양의 헬멧을 쓰고 은색 잠수복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등에는 커다란 상자 같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다. 녹스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헤벌쭉 입을 벌리고, 그 인물이 헬멧을 벗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늘게 찢어진 눈매의 동양인 남성이었다.

“자네, 대체 어디로 들어왔나?”

녹스가 억누른 음성으로 묻자 남자는 겨우 정신을 차린 듯 이쪽을 보고 되물었다.

“혹시 로널드 녹스 사제이십니까?”

직위인 사제와 경칭인 신부를 혼동하는 점만 빼면 동양인 특유의 어투가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발음의 영어였다. 피부에 윤기가 흐르는 젊은 남자로, 유약한 인상을 벗어던질 수는 없지만 눈동자에는 지성의 빛이 살아 있었다.

“그렇네만, 자네는 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네.”

“죄송합니다. 그 질문에 답변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여기는 1929년 2월 28일 옥스퍼드입니까?”

참으로 이상한 질문을 하는 남자라고 생각하면서 녹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무사히 도착했군요! 집필 중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녹스 사제님. 소개가 늦었는데, 제 이름은 유안 친루입니다. 2058년 중국에서 온 시간여행자입니다.”

  ― <녹스머신> 중. 본문 52~53쪽



밴 다인은 클럽의 긴급이사회에서 크리스티 여사에 대한 탄핵 연설을 했다. 들러리 클럽에 대한 모욕죄,

독자에 대한 사기죄 그리고 탐정소설 형식 자체에 대한 모독죄로 《에크로이드 살인사건》의 죄상을 열

거하고는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탐정소설계의 규율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들러리클럽의 음모> 중. 본문 100쪽



고전 탐정소설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거린다 고모의 양자장서에 있던 애거서 크리스티 컬렉션이었다. 크리스티 작품을 다 읽고 추천 목록에 이끌려 황금기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빠짐없이 찾아 읽은 뒤 어떤 가상현실보다도 자신의 감성에 맞는, 미스터리와 논리의 이상향에 다다랐다. 그것이 바로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였다.

  ― <논리증발> 중. 본문 194~195쪽


▌저‧역자 소개


지은이_ 노리즈키 린타로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 일본 추리소설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신본격파(新本格派)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이다. 1964년 시마네 현에서 태어나 교토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명문으로 널리 알려진 교토 대학교 추리소설 연구회에서 현재 일본 추리소설을 이끌고 있는 아비코 다케마루, 아야쓰지 유키토 등과 함께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1988년에 쓴 첫 소설 <밀폐교실>을 눈여겨본 대작가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에도가와 란포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미국 추리소설의 거장인 엘러리 퀸에 매료되어 그녀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컨대, 천재 탐정이 등장해 단숨에 난제를 해결하는 현실성 없는 전개에 의지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치밀한 논리와 추리를 전개시켜 범인을 좁혀나가며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또 추리소설의 존재 의의나 밀실 구성의 필연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고뇌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엄격함을 기반으로 치밀하게 구축되는 추리소설을 쓰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장르의 근원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다고 평가받는다. 

〈도시 전설 퍼즐〉로 제55회 단편 부문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로 제5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200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05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올랐다. 《킹을 찾아라》는 교환 살인을 소재로 도입부에서 범인과 동기를 밝히는 ‘도서(倒敍) 추리’를 도입한 형식으로 2013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 등 각종 미스터리 문학 순위에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요리코를 위하여》, 《1의 비극》, 《또다시 붉은 악몽》,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눈 밀실》,《수수께끼가 다 풀리면》 등이 있다. 《녹스머신》은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에 선정되었다. 


옮긴이_ 박재현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상명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외국어전문학교 일한 통・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도서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했으며, 현재는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에 《유령인명구조대》, 《하늘색 히치하이커》,  《도망치지 마 미하루 씨》,  《움직이는 집의 살인》,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토막 난 시체의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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